'덕혜옹주' 손예진, 가슴 흔드는 인.생.연.기. 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7.28 12:18 / 조회 : 3091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덕혜옹주' 스틸컷


손예진의 인생연기.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제작 호필름)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영화 후반작업 당시부터 '손예진의 영화'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던 '덕혜옹주'가 지난 2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손예진에 대한 극찬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덕혜옹주'는 만 13살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끌려가 평생을 조국에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고종이 말년에 얻은 고명딸은 아버지는 물론 나라 잃은 국민에게도 귀여움을 독차지했으나 그 삶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유학을 명목으로 일본에 끌려가 어쩔 수 없이 일본인과 혼인한 그는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남편과는 이혼했으며, 딸마저 잃었다. 광복을 맞은 조국은 그녀를 거부했다. 영화의 타이틀롤 손예진은 덕혜옹주의 성인기와 노년기를 아우르며 영화 전반을 끌어간다.

가뜩이나 여주인공을 타이틀롤로 내세운 영화 자체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충무로다. 4대 배급사가 내놓은 여름 텐트폴 영화의 홍일점 주연인 손예진에게 눈길이 쏠린 것은 당연지사. 심지어 비극적 삶을 살다 간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연기 경력 17년째를 맞이한 손예진에게도 처음이었다. 기대만큼 큰 부담 속에서 그녀는 흔들림 없이 127분을 이끌어간다.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손예진은 쉽게 폭발하는 대신 슬픔과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으며 한 많은 여인의 삶을 세심하게 그려간다. 차곡차곡 쌓인 감정들은 극이 절정으로 치닫는 후반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노년기의 덕혜옹주를 직접 연기했음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분장의 힘을 크게 빌리지 않았음에도 그녀에게 공감할 수 있는 건 또한 섬세하게 쌓아올린 캐릭터 덕분이다.

image
사진='덕혜옹주' 스틸컷


'외출'에 이어 6년 만에 손예진과 다시 만난 허진호 감독은 '접신'이란 표현을 쓰며 손예진의 열연을 칭찬했다. 특히 시모노세키항에서 말 그대로 정신줄을 놓아버린 덕혜의 모습을 그리는 장면에선 촬영을 지켜보던 이들마저 입을 떡 벌렸을 정도다. 허 감독은 "감정을 분출하는 데 있어 굉장히 힘있는 배우"라며 "옛날보다도 훨씬 힘이 생겼다"고 평했다.

1999년 CF로 데뷔한 손예진은 한때 청순가련형 여배우의 대표명사였다. '클래식'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내놓은 멜로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안주하는 대신 쉬지 않고 연기했다. 또 쉼없이 변신했다. '덕혜옹주'는 그런 손예진이 서른네살 나이에 만난 인생작이 틀림없다. 손예진은 훌륭했다. 물론 그녀의 인생연기는 '덕혜옹주'에 머물지 않을 게 틀림없다. 손예진은 여전히 성장해나가는 젊은 배우다.

기자 프로필
김현록 | 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