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장근석 "예상하는 경로로 가고싶지 않다"(종합)

부천(경기)=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7.2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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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오픈토크에 나선 감독 장근석 / 사진=이기범 기자


배우 장근석이 아닌 감독 장근석이 제 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오픈토크에 참석, 영화팬과 시민들 앞에 섰다.

장근석은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 6일째인 26일 오후 부천역 마루광장에서 진행된 '판타스틱 오픈토크'에 게스트로 참석했다. 장근석은 직접 연출한 단편 '위대한 유산'이 올해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면서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영화제를 찾았다. 감독으로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선 셈이다.


500여명의 영화팬과 시민들이 역 광장에 모인 가운데 '감독 장근석입니다'라는 소개와 함께 무대에 오른 장근석은 약 30분 동안 이야기를 이어가며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그는 "다양한 걸 하면서 믿음이나 신뢰를 떨어뜨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나는 완성형이라 하기에 부족하다.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고 몸으로 부딪쳐 보는 게 제게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예상하는 경로를 가기보단 다양한 걸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공포와 스릴러를 가장한 휴먼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밝힌 장근석은 배우라 행복하고 응원과 지지가 있는 이 자리가 행복하다며 감독으로서의 첫 오픈토크를 마무리했다.

훈훈한 기운이 가득했던 현장을 일문일답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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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범 기자


-배우로 활동하다 직접 연출을 해 보니. 오히려 까다로워지지 않던가.

▶저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노형욱 배우도 배우 마음을 알아준다고 하더라. 저는 현장에서 제가 힘들어도 말을 하지 않으면 남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보니 그렇지 않았다. 역시 카메라가 정직하다. 조금이라도 배우가 힘든 기색이 있으면 촬영을 중단하고서라도 쉴 수 있도록 했다.

-어릴 적 연기를 시작해 감독을 하고 가수로도 활동했다. 지금은 감독으로서 이 곳에 있는데.

▶저도 헷갈린다. 다양한 걸 하면서 믿음이나 신뢰를 떨어뜨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돌이켜보면 제가 올해 30살이다. 뭔가에 대해 제가 완성형이라 하기엔 부족한 시간인 것 같다. 그렇기에 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보고, 하고 싶었던 걸 움직여 해보는 게, 책에서 본 것보다 몸으로 해보는 게, 제게는 더 의미가 있다. 저는 단편영화 감독으로서 완벽하지 않고 배우로서도 결코 완벽하지 않다. 예상하는 경로로 가는 것보다는 '이 사람은 이런 것까지 하는구나' 할 만큼 다양한 걸 해보고 싶다.

단편영화의 장점이 있다. 사이즈, 규모가 커질수록 협력해야 할 스태프가 많아진다. 투자의 문제도 얽힌다. 그러며 감독이 하려했던 이야기가 변형되는 경우가 생긴다. 단편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짧게 담백하게 담을 수 있는 장르다. 그래서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번 영화제에서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봐주신다면 더 많은 감독들에게 표현의 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이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될 것 같다. 또 오늘 초대받은 만큼 더 책임감이 생겨서 더 영화를 직는다면 한 편 한 편 더 소중하게 찍게 될 것 같다. 책임감을 부여받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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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오픈토크에 나선 감독 장근석 / 사진=이기범 기자


-배우로서 작품을 내놓을 때와 감독으로서 작품을 내놓을 때 차이가 있다면

▶배우는 영화를 빛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초청받고 '내가 감독이란 이름에 어울릴 만큼 작업했나' 부끄러운 마음에 참석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첫번째 초청이라 고민이 많았다. 영화에서 일단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력, 배우들의 이름, 배우들의 얼굴이 중요하다면 연출자는 그 모든 걸 설계하는 책임자 같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밖에 없는. 오늘 이 자리가 행복하다. 제가 배우가 아니라 감독으로 있을 수 있어서.(관객들이 박수를 치자) 땡큐!

-자신이 표현하고 싶어하는 연기와 감독으로서 만들려는 영화는 다를 수 있을 텐데.

▶예전부터 로드무비를 좋아했다. 기본적인 스토리, 시나리오 등을 현장에서 날것의 느낌대로 촬영하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초반에 프리프로덕션 단계, 장소 로케이션까지 실제 작업하시는 분들처럼 해보니까 내가 만들 수 있는 범위들이 넓어진다는 데서 좀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촬영 중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시간과의 싸움이 있었다. 하루 한나절 만에 찍었다. 장소 섭외도 굉장히 어려워웠다. 제작부가 실패한 곳에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병원이 누군가에게는 생사를 넘나드는 중요한 곳인데 혹여 환자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가장 신경이 쓰였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촬영을 끝내는 게 목표였다. 그 점이 가장 힘들었다. 카메라 워킹은 실사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원했다. 실제 로케이션에서 나오는 예상치 못하는 부분을 수정해나가며 촬영하는 게 힘들었다.

-감독 장근석의 다음 작품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게 될까.

▶시나리오를 심심할 때마다 쓴다. 다른 영화를 보다가 영감을 받게 되는 때도 있고, 주변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영감을 얻는 경우도 많다. 다음 작품의 경우는 '위대한 유산'과 비슷하기도 한데, 끝까지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영화가 될 거다. 뭐지? 뭐지? 하다가 마지막에 강력한 스트라이크를 남기는 통쾌한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 기본적으로 성장드라마와 휴먼드라마를 좋아한다. 공포와 스릴러를 가장한 휴먼드라마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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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오픈토크에 나선 감독 장근석 / 사진=이기범 기자


-다양한 역할로 20년 정도 활동했다. 그러면서도 늘 배우고 있다는 말을 특히 많이 한다. 장근석에게 배움이란?

▶배우는 평생을 배울 수밖에 없어서 배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다른 캐릭터가 되기 위해 계속 배울 수밖에 없다는 게 배우가 가진 가장 큰 행복일 것이다. 비단 배우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똑같을 것이다. 그 나이 대 경험하는 모든 재료가 지금의 나를 만든다. 저 역시 완성형 배우가 아니다. 뭔가 계속 시도하고 부딪치고 깨져보며 배운다. 부족한 걸 채워나가면서 배운다는 게 제 인생의 축복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라는 데 행복을 느낀다.

-내년 부천영화제에서 다시 감독 장근석을 보게 된다면?

▶큰 영광이 될 것 같다.

-관객에게 마지막 인사를 부탁드린다.

▶영화를 찍었던 건 개인적 취미활동이기도 했다. 저는 영화학도로서 부족함 많은 감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서 뻘쭘하지 않았던 건 열렬한 지지·관심·응원을 보여주신 덕이라 생각한다. 비가 올까봐 걱정했는데 날씨가 좋다. 감독으로 처음 오는 자리에 따뜻하게 많은 분들이 맞아주셔서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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