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박주희 "춤추며 우시는 어르신들 때문에 노래 불러요"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6.07.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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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주희 /사진=라우더스엔터테인먼트


이름 석 자만으로 '가수 박주희'를 떠올리는 건 쉽지 않다.

"자기야 사랑인 걸 정말 몰랐니 자기야 행복인 걸 이젠 알겠니~"로 시작하는 '자기야'를 부른 가수라고 하면?


박주희에게 '자기야'는 특별하다. 2001년 '럭키'로 데뷔한 박주희는 2005년 '자기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노래는 발매 10년이 넘은 지금도 노래방 애창곡으로 사랑 받고 있다. 박주희가 '자기야'에 버금가는 5번째 앨범으로 돌아왔다. 최근 '박주희 5th' 앨범을 내고 활동 중인 박주희를 만났다.

박주희는 1집 '럭키'를 비롯해 2집 '자기야', 3집 '섹시하게', 4집 '오빠야'까지 모두 타이틀곡을 앨범 제목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이번엔 5번째를 의미하는 '5th'다. 이것부터 궁금했다.

"앨범 타이틀이 사랑 받는 것도 좋지만 한 곡, 한 곡 정성을 안들인 곡이 없어요. 앨범에 실린 노래 모두 사랑해달라는 의미에서 '5th'로 정했죠(웃음)."


우스개 소리로 "'자기야'가 크게 히트해서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을 것 같자"고 하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박주희는 "힘들었다"고 했다.

"역설적이죠. '자기야'가 제일 많이 사랑받았을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진짜 너무 많이 바쁘고...노래를 너무 많이 하다보니까 어느 순간에는 내가 왜 노래를 해야하지? 모르겠더라고요. 왜 하지?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어요. 내가 왜 가수가 되려고 했을까 하는 의문도 계속 들었고요."

박주희는 "처음에는 노래만 하면 좋았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지치기 시작했다"고 했다.

"노래를 정말 좋아했는데, 다음 무대에 오르는 게 힘들더라고요.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후회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그때 그런 고민을 한 게 제가 지금껏 가수 활동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 없이 쭉 달려왔으면 지금까지 노래를 했을지 의문이에요. 내가 노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의 터닝포인트가 '자기야' 때였죠."

박주희는 '인생 히트곡'인 '자기야'로 몇 년을 활동했다.

"아이돌이이었으면 그 다음 노래를 생각했겠죠. 트로트는 그에 비해 인기가 길어요. 다음 곡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정말 바빴어요."

박주희는 그렇게 '자기야'로 바쁘게 활동했지만 '남는 것'은 별로 없었다고 했다.

"'자기야' 이후로 훨씬 생활이 윤택해졌죠. 집도 옮길 수 있었고요. 내 생애 이렇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지금 '자기야' 같은 히트곡이 나오면요? 전 싫어요. 그 때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요. '자기야' 때 인기가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요. 지금 더 큰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고 더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자기야'를 부른 박주희가 무슨 노래를 부른 거 좋아해주세요. 그냥 마냥 좋아해주시죠. '자기야' 부르고 다른 노래 불러드리면 더 좋아해주시고요(웃음)."

박주희는 올해 데뷔 15년을 맞았다.

"진짜 금방인 것 같아요. 체감으로는 3, 4년 지났나 그런 느낌이에요. 그때 뵀던 선배님들이 아직도 계시니까요. 그때는 호칭이 '애기'라고 불렸는데 지금은 중간층이 됐네요(웃음). 제가 데뷔 15년 됐다고 하면 난 30년이다 이러시고요. 하하. 오래 활동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제 스스로 많이 배워요. 오래 활동하시면 편히 쉬다가 무대에 올라가실 것 같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설운도 선배님 같은 경우는 무대에 오르기 전 계속해 목을 가다듬고, 남진 선배님도 리듬에 맞춰서 바운스를 주고 계세요. 무대를 서면 설수록 조심스러워진다는 말씀을 선배님들이 많이 하세요. 선배님들도 허투루 안 하시는데 기껏 15년 한 제가 쉽게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요."

박주희는 "여자 가수가 좋은 점은 데뷔했을 때 의상을 한참 지난 후에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트로트 가수에게 필요한 덕목은 인내심이라고 봐요. 마라톤이랄까요. 천천히 계속 페이스를 유지하는 거죠.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박주희는 이번 새 앨범 '박주희 5th'에 '왜 가니', '그대 가는 길' 2곡을 담았다. 소속사 라우더스엔터테인먼트 메인 프로듀서인 '한 박자 쉬고'(한관희, 박상준)과 협업했다.

'왜 가니'는 경쾌하고 밝은 신디사이저에 신나는 비트의 드럼이 가미된 댄스 트로트곡이다. '짜라짜짜'하면서 반복되는 코러스가 인상적인 곡이다. '그대 가는 길'은 애절한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감성 발라드곡이다. 상반되는 매력의 두 곡을 박주희만의 매력으로 살려냈다.

"'왜 가니'는 작곡이 먼저 나왔어요. 가이드가 없었어요. 저 한 소절, 작곡가 한 소절 가사를 썼는데 이게 실제 가사가 됐어요. 10분 정도 걸렸을까요. 이제 가사를 써볼까 했는데 가이드 가사가 좋다고 그 가사 그대로 됐어요."

'한 박자 쉬고'는 발라드와 OST를 주로 작업해왔다. 트로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트로트가 아닌 쪽에서 곡을 받으니까 새로운 느낌이에요. 편곡이나 멜로디가 색달랐죠. 제가 한번에 '오케이' 하니까 이 친구들이 놀라더라고요. 자기들은 트로트를 처음 써보니까 좋다는 느낌 없이 그냥 썼대요."

'왜 가니'는 '짜라짜짜'라는 제목의 곡이 될 뻔했다. 박주희가 '왜 가니'를 제목으로 밀었다.

"노래를 들어보시면 가라고 하는 건가, 가지 말라고 하는 건가 헷갈리실 거예요. 생각하기 나름이죠. 저는 '왜 가니'라는 제목을 통해 그걸 말하고 싶었어요. 겉으로 드러나는 말이 아니라 그걸 말하는 여자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의미죠."

"저 산에 걸린 해가 기울 때마다 그대 이름 부르고 싶지만 이 세상 하나뿐인 나의 사랑아 이제 더는 울지 않으리"로 시작하는 '그대 가는 길'은 신 나는 느낌의 '왜 가니'와 달리 듣는 순간 괜히 울적해지는 곡이다.

"작곡가의 부친께서 일찍 돌아가셨대요. 홀로 남은 어머니를 위해 쓴 가사라고 해요. 어머니가 하루 중에 제일 힘든 순간이 해질 무렵이셨다고 해요. 이 곡은 제가 작사에 참여했는데 작사하는 데 시간도 많이 들었어요. 며칠 밤을 썼죠. 원래는 '사랑 아픈 사랑아 얼마나 아팠을까 홀로 남은 사랑 남겨두고 떠나야만 했을까'가 먼저였는데 가사를 살리고 싶어서 '저 산에 걸린 해가 기울 때마다' 부분을 일부러 앞으로 돌렸어요."

박주희는 '그대 가는 길'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렇게까지 감성 깊게 표현한 적은 처음이에요. 방송곡은 '왜 가니'지만 다른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꼭 '그대 가는 길'을 불러요. 신나는 박주희에 대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대 가는 길'을 부르면 다들 뭉클해 하세요. 제 어머니는 '그대 가는 길'을 하루에 한 번씩 꼭 들으신대요."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그녀이지만 홀로 있을 때는 말이 별로 없다고 했다. 독서가 그녀를 위로해줄 때가 많다고 했다. 최근에도 그랬다.

"책이 이상하게 읽고 싶을 때가 있어요. 어떤 때는 책을 읽으면 필요한 구절이 딱 쓰여있어요. 요즘에 새 앨범이 나오면서 잠도 못 자고 신경을 많이 써서 너무 피곤했어요. 그러다 읽은 책이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이었어요. '왜 가니' 안무 연습으로 힘들 때였거든요. '내가 이 나이에 왜 이렇게 연습을 해야 하나', '다른 트로트 가수들처럼 가만히 서서 노래 불러도 되는데 과욕을 부리나' 고민이 많았어요. 이 시간들이 헛된 시간이 아닐까 하고요.

그런데 이 책에 '내가 했던 노력이 절대 쓸 데 없는 것이 아니란 걸'이라는 문구가 있더라고요. 초조하게 느껴질 때 이 말을 주문처럼 외우라고 했죠. 이걸 잃고 희망을 얻었죠. 힘든 제 속에서 나오는 소리 같았죠. 위안이 됐어요."

박주희는 '힐링가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힐링가수라고 하면 뭔가 촉촉하고 따뜻한 노래로 위로 하는 게 힐링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흥이 나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데 관객들은 울고 계세요. 자기 젊었을 때 열정이 살아난다면서요. 스스로 감동하시는 거죠. 할머니들도 춤추시면서 우는 분들이 많아요.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너무 즐거우신 거예요. 제가 힐링가수로서 촉촉한 노래도 좋지만 신나게 하는 것도 힐링이라고 생각해요. 박주희 공연을 보고 신나면 그게 행복 아닐까요. 그럴 때마다 저도 힐링에 조그마한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 뿌듯해요. 사람들이 신바람이 났으면 좋겠어요. 한국인은 한도 있지만 흥도 있잖아요. 그 둘이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잘하는 흥을 이끌어 내보자,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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