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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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좀비,부성애..'부산행'-'곡성', 평행이론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7.2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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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스터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이 쾌속 질주하며 6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진 가운데 부산행 KTX에 오른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는 이대로 여름 1000만의 축포를 쏘아올릴 기세다. 좀비물을 표방한 첫 한국 상업영화란 우려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2달 전, 또 하나의 흥행영화가 있었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다. 외지인이 벌어진 뒤 끔찍한 사건이 연달아 벌어진 시골마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으스스한 오컬트 스릴러는 해석 논쟁까지 부른 이슈메이커였다. 무려 687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뒀다.


'부산행'과 '곡성',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안고 출발, 대중과 평단을 동시에 사로잡은 두 영화는 행보며 이야기 등등 하나하나 따질수록 닮은 점이 상당하다. 평행이론을 세워봐도 무방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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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부산행' 칸 공식 포토콜에 참여한 연상호 감독 김수안 공유 정유미, 사진 아래 '곡성' 칸 레드카펫에 참여한 곽도원 천우희 나홍진 감독 쿠니무라 준 /AFPBBNews=뉴스1


◆평행이론1.그들은 칸영화제로 갔다


두 영화는 시작부터 닮은꼴이었다.'곡성'과 '부산행'은 모두 지난 5월 제 69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세계 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곡성'이 비경쟁부문에, '부산행'이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각각 초청돼 닷새 간격으로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됐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13일의 금요일 밤 먼저 상영된 '부산행'은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부터 "역대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은 경쟁부문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현장의 분위기 또한 후끈했다. 상영 동안 십수번 객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을 정도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그렇게 예고됐던 셈이다.

닷새 뒤 이어진 '곡성'의 공식상영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그러나 뜨거운 공기는 여전했다. 초반만 해도 곽도원의 몸개그에 폭소하던 관객들은 시간이 지나며 숨을 죽였고 엔딩 크레디트와 동시에 일어나 무려 10여 분 기립박수를 보냈다. "왜 경쟁부문에 못 갔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최근 나온 최고의 한국영화"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나홍진 감독에게도 "다음엔 경쟁에서 보자"고 침을 발라놨을 정도다. 립서비스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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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산행' 스틸컷


◆평행이론2. 한국 상업영화에 좀비가

영화 속을 들여다보면 닮은 점이 또 발견된다. 좀비 캐릭터는 단연 눈에 띈다. 먼저 공개된 '곡성'에는 좀비라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이가 등장해 시선을 붙든다. 극중 이미 죽은 동네 사람 박춘배가 되살아나 사람들을 공격한다. 검게 변한 피부와 기괴한 움직임이 으스스하지만 뜻밖의 웃음 포인트도 있는 독특한 캐릭터다.

그에 비하면 '부산행'은 정통 좀비물에 가깝다. 감염자들은 곧 이성을 잃고 비감염자들에게 돌진, 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 한 명이었던 감염자는 곧 수십 수백으로 변하고, 그 자체가 재난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이 된다. 질주하는 KTX를 배경으로 삼은 작품답게 좀비들도 빠르다. 감염 속도도, 움직이는 속도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점은 '곡성'과 '부산행'의 좀비를 만들어낸 이들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 무용가 박재인이 좀비들의 움직임을 디자인했고 곽태용 특수분장 감독이 생생한 비주얼을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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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의 공유 김수안(사진 왼쪽)과 '곡성'의 곽도원 김환희 / 사진=스틸컷


◆평행이론3. 부성애코드..딸을 지켜라

진하게 녹아있는 부성애 코드는 '곡성'과 '부산행'을 관통한다. 특히 위험에 처한 딸을 살리기 위해 분투하는 아버지의 처절한 모습이 담겼다. 둘 모두 가족코드를 쥐고 가는 한국 상업영화의 전형성이 담겼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이같은 드라마가 생소한 장르, 생소한 소재에 대중성을 더하는 것도 사실이다.

'곡성'의 아버지 종구(곽도원)는 매사 느긋한 시골 경찰이지만 어린 딸이 기이한 증세를 보이자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딸의 안위를 걱정한다. 이 한국 아버지의 모습은 '부산행'의 석우(공유 분)에게서도 공통되게 발견할 수 있다. 딸과 아버지의 행복했던 순간을 담은 플래시백 또한 결정적인 공통점이다.

딸로 등장하는 두 아역배우의 기막힌 열연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곡성'의 김환희는 알 수 없는 존재에 홀려 변해가는 어린 딸로 분해 문자 그대로 '신들린 열연'을 펼쳤다. '부산행'의 김수안은 영화 전체의 드라마를 끌고 가는 핵심 캐릭터로 관객의 감정선을 쥐고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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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귀화 / 사진=스타뉴스


◆평행이론4. 신스틸러 최귀화

배우 최귀화는 '곡성'과 '부산행' 모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얼굴이다. 그를 곧장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건 순전히 극적으로 다른 캐릭터-분장 탓이다.

그는 '곡성'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종구의 친구로 등장, 종구의 부탁에 발벗고 나서서 외지인을 뒤쫓으며, '부산행'에서는 뜻하지 않게 KTX에 올라탄 노숙자가 돼 생존자들과 함께한다. 최귀화는 이를 위해 전문가에게 발골 작업을 배우고, 노숙자들과 밤을 지새는 등 심혈을 기울여 디테일을 만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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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사진 왼쪽)과 '곡성'의 나홍진 감독 / 사진=스타뉴스


◆평행이론5. 연출작 최초 15세관람가 흥행돌풍

한국영화계에서 쉽게 도전하지 않았던 장르로 흥행 바람을 일으킨 두 영화는 관람등급마저 같다. 본격 좀비물을 표방한 사실상의 첫 한국 상업영화라는 부담을 안고 출발한 '부산행'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아 10대부터 성인을 아우르는 관객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청불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면서 3번째 장편이자 첫 15세 개봉작이다.

'곡성' 또한 같은 15세 이상 관람가다. 으스스한 오컬트 스릴러로 도전장을 낸 '곡성'은 밤잠을 설칠만한 강렬한 이미지, 사악한 전개에도 불구, 15세관람가로 흥행 청신호를 켰다. '곡성' 또한 '추격자', '황해'의 나홍진 감독의 3번째 장편이자 첫 15세 개봉작이다.

개성만점 작품세계로 인정받은 나홍진 감독과 연상호 감독이 한국영화계의 스타로 떠오르기 전부터 이미 두터운 친분을 지닌 사이라는 것 또한 독특한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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