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채프먼 컵스에 내준 양키스의 어정쩡한 속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7.26 07:50 / 조회 : 4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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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프먼.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의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뉴욕 양키스가 최고 시속 105마일(169km)의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뿌리는 왼손 파이어볼러 클로저 아롤디스 채프먼(28)을 25일(현지시간)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했다. 컵스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올 시즌 팀의 유일하게 아쉬운 구석이었던 톱클래스 왼손 불펜투수 부재 문제를 해결하며 지난 1908년 이후 108년만의 월드시리즈 정상 탈환을 향한 도전 채비를 끝마쳤다.

양키스는 채프먼을 내주는 대가로 컵스의 넘버 1 유망주인 베네수엘라 출신의 19세 유격수 글레이베어 토레스를 비롯한 유망주 3명과 함께 지난 오프시즌 2루수 스탈린 캐스트로를 영입하며 컵스로 보냈던 우완 구원투수 애덤 워렌(28)을 다시 돌려받았다. 토레스는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마이너리그 유망주 톱100 랭킹에서 27위에 올라있는 컵스의 최고 유망주이고 그와 함께 온 21세 외야수인 빌리 맥킨리도 과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1라운드 지명선수로 제프 사마지아 트레이드 때 컵스로 왔던 유망주다. 또 다른 유망주 라사드 크로포드(22)는 지난 2012년 11라운드에 지명된 외야수다.

이중 지난 2013년 인터내셔널 드래프트에서 계약금 180만달러를 주고 영입한 토레스는 장차 슈퍼스타 올스타급 선수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선수로 꼽히지만 컵스는 이미 유격수 포지션에 아직도 만 22세에 불과한 떠오르는 스타 애디슨 러셀을 보유하고 있고 마이너리그 시절 유격수로 성장했던 톱 유틸리티맨 하비에르 바예스(23)도 데리고 있어 토레스를 내주는 아픔이 그리 크지는 않다. 또 캐스트로를 내주고 양키스에서 받아온 워렌도 29게임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5.91의 부진을 보인 뒤 지난 주말 트리플A로 강등된 선수이기에 컵스로서는 그리 아쉬울 것이 없다.

무엇보다도 그 대가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강속구 투수, 그것도 팀이 가장 필요했던 압도적인 왼손 불펜투수를 확보했기에 컵스로선 불만이 없다. 양키스에 가기 전 내셔널리그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었던 채프먼은 더구나 컵스가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NL팀들을 상대로도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투수다.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는 17이닝동안 삼진 28개를 뽑아내며 피안타율 0.125에 평균자책점 1.04 기록을 갖고 있고 LA 다저스를 상대로는 9이닝을 던지며 삼진을 17개나 뽑아냈고 자책점은 하나도 내주지 않아 평균자책점이 0이다. 채프먼은 다저스의 슬러거 저스틴 터너-체이스-어틀리-에이드리언 곤잘레스를 상대로 합계 14타수 무안타 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는 14⅓이닝동안 삼진 23개를 뽑아내며 평균자책점 1.26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초반 압도적인 기세가 많이 수그러들면서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던 컵스는 이번 채프먼 트레이드로 단연 압도적인 NL 최강팀의 위치를 굳혔고 월드시리즈 최고 우승후보로서 입지를 굳건히 했다. 컵스팬들의 뇌리에는 이미 채프먼이 월드시리즈에서 삼진으로 마지막 아웃을 잡아내 팀에 10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트로피를 안기는 장면이 오르내리고 있을지 모른다. 한마디로 컵스로선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무조건 우승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트레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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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FA가 되는 브라이스 하퍼./AFPBBNews=뉴스1


그렇다면 양키스는 무슨 생각으로 이번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일까.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도전이 이미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고 벌써 팀 재건작업에 들어간 것일까. 양키스는 24일까지 50승48패를 기록,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선두 볼티모어 오리올스(57승40패)에 7.5경기 차로 뒤져 있다. AL 동부지구 5팀 가운데 4위지만 아직도 시즌이 두 달 이상 남아있는 현 시점에서 7.5경기차라면 시즌을 포기하기엔 너무 빠르다.

게다가 와일드카드 순위는 더 가깝다. 와일드카드 선두 보스턴 레드삭스(55승41패)와는 6경기차 뒤진 6위다. 추월해야 할 팀이 많아 쉽지 않은 추격전이 될 것이 분명하지만 명색이 양키스가 아직도 두 달 이상의 시즌을 남겨놓고 이 정도의 차이를 벌써 포기한다는 것은 팬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둔 시점에서 양키스의 진짜 고민은 당장 이번 시즌만이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양키스는 지난 23일 경기 라인업을 기준으로 1~5번 타자 중 가장 어린 선수가 만 32세일 정도로 타선이 노화된 데다 이들 대부분이 고액 연봉에 비해 성적은 그저 그렇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유일하게 몸값을 하고 있는 선수가 39세로 올해가 사실상 팀에서 마지막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이는 올스타 카를로스 벨트란이고 나머지는 고액연봉과 많은 나이로 인해 팀에 상당한 부담만 안겨주는 존재들이다.

특히 내년 시즌까지 연봉 2,100만달러 계약이 남아있는 알렉스 로드리게스(40)는 이미 파트타임 지명타자 신세로 전락해 있다. 통산 700홈런이라는 대기록에 단 4개만을 남겨놓고 있지만 타율이 2할을 겨우 넘고 있는 그를 계속 라인업에 올릴지도 양키스로선 상당한 고민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전력보강을 통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고집하다가 실패할 경우 장기적인 팀 재건작업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 하지만 지금 기존 선수들을 트레이드하고 유망주들을 확보해 미래를 대비하려 나선다면 아직 기회가 있는데 성급하게 시즌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양키스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양키스는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확실한 바이어도, 확실한 셀러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팀들이 채프먼과 함께 톱 셋업맨인 앤드루 밀러를 요구했지만 양키스는 채프먼은 내주고 밀러는 갖고 있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양키스는 이도저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히 시간을 벌려고 하는 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2018년 시즌이 끝나면 양키스의 대부분 고액계약들이 만료되면서 팀 연봉부담액이 5,700만달러 선으로 뚝 떨어진다는 사실과 함께 그해 프리에이전트로 나설 예정인 선수들 가운데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매니 마차도(볼티모어), 맷 하비(뉴욕 메츠),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등 초특급 선수들이 즐비하다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양키스가 그때까지는 현상 유지 선에서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물밑으론 유망주 확보에 주력한 뒤 부담스런 계약들을 다 털어버리게 되는 그 때 FA 시장에서 과거 양키스처럼 초특급 선수들을 돈으로 사들여 부활을 꿈꾼다는 것이다. 실제로 양키스가 그런 코스를 향해 가고 있는 지는 이번 트레이드 시장에 움직임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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