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 공개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강우석 감독은 빙그레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7.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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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는 제2의 '청연'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시대를 담은 영화가 될 것인가.

강우석 감독의 신작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공개되기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식민사관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 1분 30초 가량 짧은 예고편이 공개됐을 뿐이지만 각종 포털사이트 영화 소개란과 SNS에 식민사관이 담겨 있을 것이란 이야기들이 벌써 수북하게 쌓였다.


'고산자'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차승원이 김정호 역을, 유준상이 흥선대원군 역을 맡았다. 김정호 이야기는 역사에 기록이 많지 않다. 아니 업적에 비해 아주 적다. 신분이 양반이 아니었으리라 미뤄 짐작하는 이유다.

김정호에 대한 식민사관이란, 그가 지도를 만들면서 실측을 하지 않았다는 설, 김정호 부녀가 대원군에 의해 옥사 됐다는 설, 그리고 대동여지도를 담은 목판이 불태워 없어졌다는 설 등이다. 이 설들이 식민사관이라 불리는 건, 이토록 정교한 지도를 만들었건만, 조선의 집권층이 무능해 진면모를 알지 못하고 오히려 박해했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탓이다.

식민사관이라 불리지만 조선 민족의 우수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어리석은 지배층과 뛰어난 피지배층을 분리하고, 그리하여 뛰어난 지배층이 뛰어난 피지배층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1980년대까지는 이런 설들이 정설로 믿어졌다. 1990년대부터 이 설들이 잘못됐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차츰 바로잡아 가고 있다.

'고산자'가 공개되기 전부터 논란이 이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식민사관이란 낙인은 무섭다. 2005년 개봉한 '청연'은 영화가 채 선보이기도 전에 "누가 일제에 부역한 사람을 조명하는가"란 비난에 휘말렸다. 뒤늦게 잘못된 지적이란 말들이 나왔지만 이미 사람들에게 친일영화란 낙인이 찍힌 뒤였다.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 '고산자'도 자칫 '청연'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강우석 감독을 만났다. 그 역시 '고산자' 예고편이 공개된 뒤, 주위에서 이런 우려를 많이 들은 듯 했다. 두말하지 않고 물었다. '고산자'에 식민사관이 담겨있을 것이란 지적들이 많다고.

강우석 감독은 "보면 알 것"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자신감인지, 답을 피하는 것인지, 알듯 모를 듯 했다. 그 대신 그는 차승원과 백두산을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백두산은 촬영허가가 쉽지 않은 곳이다. 중국 정부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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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에서 공개된 백두산은, 그와 차승원이 조심조심 담아온 장면이다. 김정호가 백두산에 오른 적이 없다는 설을, 뒤엎는 장면이기도 하다. 강 감독은 말했다.

"김정호 선생은 알면 알수록 대단한 사람이다. 그 발자취를 쫓을 생각으로 영화도 전국을 돌면서 찍었다. 실제로 그 자취를 쫓다보면, (김정호 선생이 전국을)가보지 않고는 (지도를)그리 만들지 못했을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강 감독은 "국립박물관 허가를 받고 선생이 만든 목판을 직접 보고 찍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목판을 영화에 담았으니, 목판을 불태웠다는 설이 잘못됐다는 것도 알고 있을 터. 그는 김정호에 대한 식민사관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물었다. 영화는 극화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실존 인물을 다루는 영화는 늘 왜곡 논란에 휘말릴 수 밖에 없지 않냐고. '고산자'는 짧디짧은 역사 속 기록에 얼마나 허구를 더했냐고 물었다.

강우석 감독은 "김정호 선생이 왜 그런 업적에도 불구하고 생몰조차 기록이 없을까"라고 되물었다. "아마 양반이 아니라서 그랬겠지"라며 "대개 우리 역사에 위인들은 다 지배층"이라고 했다. 세종대왕은 왕이며, 이순신 장군은 장군이다. 강우석 감독은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발품을 판 이야기는 그래서 위대하다. 나 따위가 그런 위대한 이야기를 잘 담아낼 수 있을지, 늘 가위에 눌렸다"고 했다. '고산자'를 평범한 사람의 먹먹한 이야기로 만들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보기를 싫어한다. 너무 많은 걸 알아야 하고, 너무 많은 걸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그런 탓이다. 실존 인물의 삶을 영화화할 때, 극적으로 만들어내는 것 또한, 그런 탓이다. 단순하고 재밌게.

'고산자'가 그렇게 만들어졌을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1분 30초 가량 예고편으로 재단하기는 너무 이르다. 식민사관이 담겨 있을지, 역사를 왜곡했을지, 단순하게 재미를 추구했는지,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강우석 감독은 말했다.

"'고산자'에는 차승원이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지만 삼시세끼를 해먹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진지하기만 무슨 재미가 있을까. 스스로 이게 맞나, 이 장면은 왜 웃지, 스태프들이 웃겨서 웃는 걸까, 날 보고 웃어주는걸까, 계속 물었다. '고산자'는 그 물음의 답일 것 같다."

백두산부터 남쪽 섬마을까지, 대한민국을 담아낸 '고산자'에 어떤 답이 담겨있을지, 9월이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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