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진이 직접 밝힌 김성근 감독의 보크 항의 & 뒷이야기

부산=김우종 기자 / 입력 : 2016.07.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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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왼쪽).





23일 사직구장. '2016 KBO리그' 한화-롯데전.


4-6으로 뒤진 한화의 8회초 공격. 롯데는 윤길현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선두타자 김태균이 2루 땅볼, 후속 대타 신성현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순식간에 2아웃. 그러나 로사리오가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친 뒤 양성우가 중전 적시타를 쳐냈다. 5-6. 한 점 차. 롯데의 턱밑까지 추격한 한화.

이어 차일목이 볼넷을 골라냈다. 롯데의 2사 1,2루 위기. 결국 조원우 감독은 '수호신' 손승락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때 한화 김성근 감독 역시 김태완을 대타로 기용하며 맞섰다. 초구와 2구째 볼. 3구 스트라이크. 4구 볼. 5구 스트라이크. 6구 파울. B-S-O 전광판에 불이 모두 들어왔다. 사직구장엔 긴장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었다.

그리고 7구를 던지기 전. 손승락이 2루를 향해 몸을 돌렸다. 견제구를 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그런데 롯데의 키스톤 콤비가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 자칫, 2루로 견제구를 던질 경우, 중견수 쪽으로 공이 빠질 수 있는 순간. 손승락은 순간 2루가 빈 것을 보고 2,3루 사이 정상 위치에 있던 문규현에게 공을 던졌다.


바로 이 순간. 한화 더그아웃에 있던 김성근 감독이 즉각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는 권영철 구심에게 향했다. 투수 보크에 대한 항의로 보였다. 권영철 구심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머지 루심을 불러 모았다. 이영재 1루심과 박근영 2루심 그리고 윤태수 3루심이 한 자리에 모였다.

약 2분 30여초 동안 4심 간 합의가 이어졌다. 팔짱을 낀 김성근 감독은 이 모습을 그라운드 위에 그대로 선 채 보고 있었다. 결국 심판진은 손승락이 보크를 범했다고 판정을 내렸고, 1,2루 주자를 향해 한 베이스씩 추가 진루를 명했다.

그러자 이번엔 조원우 감독이 항의를 하러 나왔다. 그러나 2분도 채 안 돼 항의가 끝났고, 경기가 재개됐다. 한화는 대타 김태완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만루 기회를 잡았으나, 정근우가 2루 땅볼에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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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락.





그럼 이 동작은 왜 보크 판정을 받았을까. 심판진은 왜 또 곧바로 지적하지 못했을까. 김성근 감독은 이 상황이 보크라는 것을 알고 나왔던 것일까.

경기가 끝난 뒤 이날 심판진을 통해 이 상황을 통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심판진은 우선 보크 판정에 대해 "스피드업과 관련한 보크다"면서 "예전에는 수비수가 있는 곳으로 던져도 무방했다. 하지만 대략 10년 전부터 바뀌었다. 즉, 주자는 베이스에 있는데 수비수가 있는 곳으로 던지는 게 무의미한 플레이라는 것이다. 각 팀에서도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즉, 기만 행위에 따른 보크가 아닌, 견제 행위와는 무관한 경기 지연에 따른 보크 판정이었던 것이다. 공식 야구 규칙 8.05(h)에는 투수가 불필요하게 경기를 지연시켰을 경우, 보크 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계속해서 심판진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주자가 아닌 수비수가 있는 위치 쪽으로 던질 경우, 2루뿐만 아니라 1루와 3루 모두 보크로 간주될 수 있다. 일단 투수는 무조건 루를 향해 견제구를 던져야 한다. 베이스를 향해 던지면 보크가 아니다. 하지만 수비수 쪽으로 던졌을 때 수비수가 잡지 못할 경우, 주자는 추가로 진루가 가능하다. 반대로 수비수가 잡으면 보크가 선언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럼 예전부터 야구 규칙을 줄줄 꿰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김성근 감독은 이 상황에 대해서도 정확한 규칙을 숙지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심판진은 "저희 심판진에서도 명확히 보크라 보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김성근 감독이 항의를 하러 나왔다. 4심이 서 있는 각도도 모두 다르고,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라면서 "꼭 김성근 감독이 나와서 그런 게 아니라 타이밍이 그렇게 된 것뿐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데, 감독이 4심 합의를 하라고 한다고 해서, 저희 심판진이 무조건 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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