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슬좌체' 니느님이라 가능했던 뻔한 볼배합

잠실=한동훈 기자 / 입력 : 2016.07.22 22:09
  • 글자크기조절
image
두산 니퍼트.





뻔한 볼배합이었다. 하지만 '니느님'의 공은 알고도 칠 수 없었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LG 타선을 손바닥 위에 놓고 싱겁게 요리했다.


니퍼트는 22일 잠실에서 열린 2016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6이닝 동안 93구를 던지며 4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13승(2패)째를 신고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56km/h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예리하게 꺾여 도저히 공략할 수가 없었다. 두산은 타선까지 폭발하며 14-3으로 대승했다.

니퍼트의 볼배합은 단순했다. 주자가 없을 때는 극도로 직구 위주로 던졌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한 타자에 각각 한 두 개씩 섞었을 뿐이었다. 직구가 피안타로 연결 돼 주자가 쌓이면 그제야 변화구 비율을 높였다. 위기에서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슬라이더, 좌타자를 상대할 때에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사용했다. 가장 기본에 충실한 래퍼토리였으나 LG 타자들은 손도 대지 못했다.

4회까지는 노히트 행진을 펼쳤다. 4회까지 투구수는 48개. 직구가 35개로, 직구 비중은 73%에 달했다. 슬라이더가 4개, 체인지업이 9개였다. 1회 이천웅에게 던진 8구 중 7구가 직구였고 2회 채은성과 8구 승부를 펼칠 때에도 직구를 6개나 던졌다.


직구 위주로 쉽게 쉽게 맞혀 잡던 니퍼트의 투구는 5회와 6회 위기 때 진가를 발휘했다. 5회 이후 던진 45구 중 직구는 21개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슬라이더가 16개, 체인지업이 7개, 커브도 1개로 변화구 비중이 50%를 넘었다.

5회말 선두타자 채은성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패턴이 바뀌었다.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탈삼진을 노렸다. 5회말 1사 1, 2루에서는 정성훈과 정주현에게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 2연속 탈삼진으로 위기를 탈출했다.

5-0으로 앞선 6회말에는 더 큰 고비를 맞이했다. 선두타자 김용의를 좌익선상 2루타로 내보내고 이천웅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무사 1, 3루에서 박용택에게도 중전 안타를 맞고 첫 실점을 기록했다.

무사 1, 2루 위기가 계속되자 히메네스를 상대로는 슬라이더만 3개를 던졌다. 결국 3루 땅볼을 유도했다. 병살 처리에는 실패했지만 기세를 한풀 꺾는 데에는 성공했다. 1사 1, 3루에서는 채은성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줬다. 1볼에서 슬라이더 2개로 헛스윙과 파울을 이끌어내 볼카운트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는데 4구째 직구가 손에서 빠지고 말았다.

1사 만루가 됐고 오지환과의 승부였다. 이날 경기 최대의 승부처였다. 좌타자였기 때문에 슬라이더가 아닌 체인지업을 썼다. 1볼에서 체인지업과 직구로 파울 2개를 유도했다. 2스트라이크 1볼에서는 다시 체인지업을 떨어뜨려 헛스윙 삼진으로 오지환을 돌려세웠다.

직구를 바탕으로, 우타자에게 슬라이더, 좌타자에게 체인지업을 섞는 건 매우 정석적인 볼배합이다. LG에서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포수 미트를 뚫어버릴 듯한 구위의 직구를 앞세워서 들어오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위력은 예측 그 이상이었다. 거기다 실투까지 하나 없던 니퍼트의 완벽투는 LG 타자들에게 악몽 그 자체였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