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감독 "야구는 시작과 끝을 같이 해야될 운명"

[김재동의 만남] 그가 커튼을 치면 문제가 해결된다던데..②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6.07.22 10:01 / 조회 : 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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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지난 18일 김태형감독과 3년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은 시점이 생각보다 빨랐달뿐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는 감독 데뷔 첫해인 2015 시즌, 팀에 2001년 이후 14년만에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여세는 계속돼 2016시즌 전반기도 1위 독주를 이어왔고 후반기가 시작된 현재도 선두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두산 특유의 ‘뚝심야구’가 팀에 골고루 배어들었다. 20일 삼성전을 앞두고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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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감독은 뚝심있는 용장이고 영리한 지장이며 이제는 부드러움을 배우고자하는 덕장지망생이다.


<이어서>

김태형감독의 야구인생은 화계초등학교 5학년때 시작됐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던 편이었는데 4학년때 화계초등학교로 전학을 오고보니 야구부가 있었다고. 그렇게 시작된 야구인생에 대해 김태형감독은 “이것저것 신경 안쓰고 내 식대로 내가 하고싶은 야구를 했던 것 같다”고 촌평한다.

그는 ‘야구는 팀이 한다’는 지론을 갖고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기 식대로 하고싶은 야구를 했다’고도 회고한다.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전 상황판단을 많이 하는 편예요. 웬만하면 중간에 서서 생각하려 하죠. 내 야구를 하면서 상대를 이해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주관을 고집하되 들을 줄도 알고 설득할 줄도 알고 그렇게 상황을 제 것으로 만들어왔던 것 같아요”란 답. 그는 자신의 야구를 팀의 야구에 반영시키던가 팀의 야구를 자신의 야구로 체화시키는데 익숙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양승호 감독이 ‘스마트하다’고 평가했던 대목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선수나 코치때 감독님 눈치 안보고 했다”고 말하지만 그의 마이웨이는 이미 주변의 양해와 인정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분명 뚝심과 고집이 있지만 한편으로 반성에 기민하고 배움에도 예민하다. 그가 밝힌 에피소드 하나 “김경문감독님이 포수 내리자고 하시는 걸 두 번이나 ‘그냥 가시죠’하고 커트한 적이 있어요. 근데 감독님이 세 번째로 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여쭤봤죠. ‘감독님은 무슨 생각이신데요?’ ‘(양)의지가 안맞으니 (최)승환이를 쓰고 의지를 백업으로 쓰자’ 하시더라구요. 그 판단이 맞았어요. 제 딴에는 팀을 위해 한다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더 크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걸 느꼈죠” 그는 특히 큰 형같은 김경문감독에게 배우는 것이 많다고 한다. 어린 선수들이 눈치 보는 걸 보고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감독을 편하게 생각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김경문 감독의 경청하고 참아주고 하는 부분들을 의식적으로 닮아보려고 한다고도 덧붙인다.

“아이큐가 얼마세요?” “몰라요. 학교다닐 때 대충 썼더니 담임선생님이 셰퍼드하고 비슷하게 나왔다고 놀리신 기억은 있어요”한다. 셰퍼드 얘기가 나온 김에 “개를 키우신다고 들었는데..”하고 운을 떼니 반색한다.

김태형 감독은 야구외에 애정을 갖는 것으로 골프와 함께 ‘강아지랑 놀기’를 덧붙인다. 그의 개사랑은 역사가 깊다. 여전히 친하게 지내는, 역시 애견가인 전 두산베어스 경창호 사장이 지금도 입에 달고 다니는 타박이 있다고 한다. “개 죽었다고 연습도 안나오는 놈 그때 잘랐어야 됐는데..” 1994년 어느 날 그의 애견 아키다가 세상을 뜨는 바람에 벌어졌던 하루 간의 애도잠적이 20여년 이어진 타박의 빌미가 됐다고 전한다.

그는 현재 미들아시안 오브챠카, 말락등 4마리를 일산에 위탁해 키우고 있다. 그의 집이 아파트인데다 비록 그는 강아지라 표현하지만 하나같이 60~80kg의 송아지 크기 덩치들인지라 다른 애견가들과 함께 위탁해 키우면서 짬 날 때마다 놀러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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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감독이 생각하는 두산야구는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야구다./사진= 뉴스1


그에겐 양의지를 닮은, 그 보단 좀 더 체격이 큰 고1 아들이 있다고 한다. 그의 아내가 두산 선수중 특히 양의지를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고. 그 아들은 아버지를 닮아 운동을 좋아하고 야구를 하고 싶어했지만 그가 반대했다고 한다. “제가 이기적이라 그래요. 아들 야구 시키고 제가 신경 쓰여서 되겠어요? 공부야 내가 안해 봐서 엄마한테 맡기면 되지만 내가 아는 야구를 하면 눈에 보이니 신경 엄청 쓸 것 아녜요” 그는 세심하고 꼼꼼한데다 이기적이기도 한 A형 남자였다.

감독이 되고 보니 그전까진 의식하지 않던 신앙심도 생겼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천주교이지만 그는 어머니가 믿던 불교가 가깝게 느껴져 시간이 날 때면 절을 찾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혹시 기원을 할 때면 아들의 학업성취보단 팀 성적을 먼저 기원한다고도 전한다. 이유는 ‘내가 먼저 잘돼서 기반 다져주면 되지’ 싶은 생각때문이라고.

그에게 한국야구 개선할 부분에 대해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 2군 얘기를 꺼낸다.

“2군 코치 생활해 보고 했는데 우리 현실이 선수층은 굉장히 얇고 재활군 선수는 많은 실정이다. 2군이 100경기를 치르는데 폭염 속에 낮 1시 게임을 하다 보면 기량 향상이 아니라 오히려 다운된다. 단기간에 1군에 왔다 갔다 하면 다행인데 90%가 아니다. 선수가 없어 투수 로테이션도 버텨내기 힘들다. 제가 감히 사장 단장들에게 말한다. 100경기 많다. 관중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 수 줄여도 충분하다.”

어느덧 그가 삼성과의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됐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에게 야구란 무엇인지. “시작과 끝을 같이 해야 될 운명이죠” 그리고 그 운명과의 또 하루를 위해 총총히 감독실을 벗어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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