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 "O형 아녜요.. 세심 꼼꼼 A형 남자랍니다"

[김재동의 만남] 그가 커튼을 치면 문제가 해결된다던데..①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6.07.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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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지난 18일 김태형감독과 3년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은 시점이 생각보다 빨랐달뿐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는 감독 데뷔 첫해인 2015 시즌, 팀에 2001년 이후 14년만에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여세는 계속돼 2016시즌 전반기도 1위 독주를 이어왔고 후반기가 시작된 현재도 선두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두산 특유의 ‘뚝심야구’가 팀에 골고루 배어들었다. 20일 삼성전을 앞두고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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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터뷰에 응한 김태형 감독.



“그러니까 혈액형이 A형이시라구요?” 의례적으로 던진 질문였는데 굳이 한번 더 묻게 됐다. “예 A형 맞아요. 사람들은 자꾸 O형 아니냐구 하던데 저 세심하고 꼼꼼한 편예요”

‘아하, 그렇구나. 이 남자, 세심하고 꼼꼼한 A형였구나!’ 20일 잠실구장 두산 사무실에서 김태형감독(49)을 만났을 때 일단 허를 찔린 기분을 맛봤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강성 열혈사령탑 김태형감독은 알고보니 A형였었다.

김태형감독(49)이 2014년 10월 두산의 신임사령탑에 올랐을 때 그가 누군가 궁금했다. 연이 닿던 양승호 전 롯데 감독에게 평가를 부탁하자 “뚝심있고 카리스마 있고 무엇보다 대단히 스마트하다”란 답이 돌아왔다.


뚝심과 스마트라.. 어쩐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가 한 사람을 수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채롭다는 느낌을 쭉 갖고 있었는데 혈액형조차 사람 헷갈리게 한다. ‘본인의 세심하고 꼼꼼한 일면 하나 예를 들어달라’고 부탁한건 허를 찔린데 대한 소심한 어깃장였다. “우리 아들 어려서 같이 잠을 자면 애가 이불은 제대로 덮고 자나 싶어 저는 잠을 통 못잤죠”한다. ‘그가 커튼을 치면 문제가 일거에 해결된다’는 카리스마의 대명사 김태형 감독의 또 다른 일면이다.

그에게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물었다.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란 답변이 돌아온다. 그럼 야구에서 그가 생각하는 기본원칙은 무엇인가 물으니 “야구는 팀이 한다는 것”이라 말한다. 그 때문에 선수단을 향한 그의 감독 취임 일성은 “팀을 생각하지 않는 선수는 팀의 일원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다”였다고 한다.

이 원칙은 이미 선수시절부터 세워두었던 것이고 그 유명한 ‘타이론 우즈 제압사건’도 맥락을 같이한다. 우즈 사건을 묻지않을 수 없다. “우즈가 장난을 좋아하는 친구예요. 항상 먼저 장난을 거는 편이었죠. 근데 저 기분 나쁠 때 다른 친구들이 장난걸면 신경질내고 폭행하려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때는 경기 수훈선수 시상이 있었는데 열 번 이기면 우즈가 다섯 번은 받아가요. 원래 상금은 선수단 전체가 함께 쓰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 친구는 못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팼어요?” 물으니 “어휴 그랬다간 제가 죽죠”한다. 이어 “우즈를 불렀어요. ‘너 감독한테 얘기해서 수훈선수 안주게 하겠다’고 경고했죠. 다른 선수들한테도 ‘우즈에게 말거는 놈 죽어’했어요. 팀을 해치는 친구라 판단했던 거죠” 그 일 이후 우즈는 다시 양순한 팀원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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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판의 대표적 열혈 강성 사령탑인 김태형 감독은 세심꼼꼼한 A형 남자엿다.


‘김태형의 두산야구는 어떤 야구인가’ 묻자 ‘김태형 야구가 아니라 그냥 두산야구’라고 질문을 정정해준다. “모든 선수가 팀의 승리를 위해 포기하지않고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야구”라고 답한다. 어느 구단인들 안그럴까 싶지만 그의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이 들어 있음을 느낀다.

결정을 내릴 때 스스로 결정하는 편인지 주변의견을 청취하는 편인지도 물었다. “보통 저혼자 판단이 섰을땐 밀고가는 편이고 판단이 애매할땐 상황에 적합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고 한다.

2015시즌에도 그랬지만 페넌트레이스에서 그는 선수들에게 신뢰를 보내는 편이다. 그에 대해 김감독은 “처음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면서 이렇게 저렇게 움직여봤는데 선수들을 준비도 시켜놓지않고 움직이려들면 혼란을 느끼겠구나 하는 점을 깨달았어요. 김인식 감독님이나 김경문 감독님께 배운 바도 그렇고 해서 선수들의 특장을 살려나가는데 매진하자. 순리대로 풀어가자고 방향을 잡았죠”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김감독은 적극적으로 승부에 개입했다.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인데 온갖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야죠. 페넌트레이스는 후속 몇 경기에 미칠 데미지가 걸리지만 단기전은 뒤가 없잖아요”한다.

올시즌 두산의 후반기에 대해서 김감독은 “김강률이 좋은 모습 보여주고 있고 조승수도 워낙 좋은 공을 갖고 있어 전반기보다는 불펜의 짜임새가 갖춰질 것 같다”고 말한다. 잘나가는 팀 두산, 그 유일한 약점 불펜마저 짜임새를 갖춘다니.. “걱정이 없겠네요”하니 “걱정없는 감독이 어디 있겠습니까?”한다. 어떤 걱정인지를 물으니 선수들의 체력 얘기를 한다. “후반에 치고올라가는건 경기수가 많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초반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조금 지쳤다는 느낌이 듭니다. 화수분야구라고들 하는데 그 화수분들이 다 주전이 돼서 백업요원도 별로 없고요”. 그래서 후반기엔 트레이너파트와 함께 선수들을 세밀하게 체크할 계획임도 덧붙였다.

앞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독이 왜 선수를 쉬게해줘야 하나? 보이지않는 부상은 얘기하지마라. 선수는 144경기 다 치를 수 있어야 한다” 했던 그의 멘트와 ‘트레이너파트와 함께 세밀하게 체크하겠다’는 멘트사이의 간극을 곱씹는 동안 그의 속마음이 들리는 듯 하다. “저도 해봤잖아요. 쉬면 또 쉬고 싶고.. 그런 거 우리 감독한텐 안통한다 심어줘야죠. 선수들 빨라요”라는 순전히 추정될뿐인 그의 속마음이.

백업요원에게도 기회를 줄것인지에 대해 김감독은 “일부러 백업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라인업을 짜지는 않아요. 주전 라인업이 가장 강하기 때문에 베스트 나인 중 누군가 몸에 이상이 있다는 보고를 받기전엔 그냥 갑니다”고 분명히 밝혔다.

부임전 밖에서 본 두산은 어땠는지도 궁금했다. “SK에서 봤을 때 팀에 리더가 있다는 생각이 안들었어요. 감독이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전혀 신경 안쓰고 야구를 하는구나. 본인들이 하고 싶은대로 팀과 상관없이 야구를 하는구나 싶었죠. 근데 제가 감독이 됐다 했을 때 선수들이 알아서 잘 해주는 모습을 보이더군요”라고 밝힌다. “제가 주장시절에는 구타도 있던 시절이어서..”라는 웅얼거림도 들은 듯 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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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구상 지도자상을 받은 김태형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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