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헬드' 대신 '로렐'..세상을 바꾼 여인의 이름

[리뷰]'로렐'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7.11 17:20 / 조회 :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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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렐' 포스터


영화 '로렐'은 세상을 바꾼 어떤 여인의 이야기다.

미국 뉴저지 오션 카운티의 경찰관 로렐 헤스터. 지역 최초 여성 부서장을 꿈꾸며 23년간 경찰로 살아 온 그녀는 2005년 폐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레즈비언이란 성적 정체성을 숨기고 지내던 그녀는 자신의 파트너 스테이시가 집 대출금을 갚지 못할까, 주정부위원회(Freeholders)에 연금 양도를 신청한다. 그러나 5명의 백인 공화당 남성으로 꾸려진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거부한다. 그녀는 경찰이 죽으면 아내가 연금을 받는데, 스테이시는 못 받는 게 부당하다며 맞서 싸웠다. 2006년 1월 결국 이겨냈지만 그녀는 안타깝게도 채 한 달이 안 돼 눈을 감았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미국은 지난해 연방법원의 동성결혼 합법 결정으로 성(性)이 같은 이들의 결혼을 인정한 21번째 나라가 됐다.

로렐과 스테이시의 이야기는 단편 다큐멘터리 '프리헬드'로 만들어져 2007년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로렐'이다. 장편영화의 원제 역시 예산 및 조례 심의 권한을 지닌 지역 자치권자들을 뜻하는 '프리헬드'(Freeheld). 프리홀더로부터 권리를 지켜냈다는 뜻이지만 국내에선 크게 다가오지 않는 단어라 주인공의 이름으로 제목을 바꿨다. 올해 초 3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던 또 다른 레즈비언 영화 '캐롤'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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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렐' 스틸컷


'로렐'은 두 여인의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성소수자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싸운 이들의 실화다. 서로에게 눈 떠가는 여인들의 낭만적인 러브스토리보다는 성소수자들이 이성애자들에게는 당연한 권리를 싸워 쟁취해가는 과정,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설득해가는 과정을 비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캐롤'보다는 미국 최초의 게이 시의원 하비 밀크를 스크린에 옮긴 '밀크'과 비교하는 게 더 흥미롭다. 영화는 현재도 살아있는 실존 인물들을 염두에 두고 담백하게 톤을 조절한 티가 역력하다. 영화가 말하는 모든 게 이미 당연한 이들에게는 심심할 수도 있는 전개다. 그래서 더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 '로렐'은 영화 속 사람들의 모습을 닮았다. 꺼져가는 목숨을 붙들고 '프리홀더'들과 끝까지 싸웠던, 하지만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눈물 한번 흘리는 일 없이 담담히 동등하게 사랑할 권리를 주장했던 진짜 사람들 말이다.

어디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배우들의 열연은 힘을 뺀 이야기에 강력한 힘을 불어넣는다. 믿고 보는 배우 줄리언 무어가 로렐 역으로 열연했으며, 19살 연하의 파트너 스테이시 역으로 엘렌 페이지가 출연해 호흡을 맞췄다. 영화 제작에 참여했으며, 촬영에 앞서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했던 엘렌 페이지의 연기는 특히 절절하다. 부담스러울 만큼 열정적인 시민운동가로 분한 스티브 카렐은 신스틸러 노릇을 톡톡히 한다. 로렐의 레즈비언 고백에 배신감을 느꼈으면서도 지원군이 되어주는 경찰 파트너 댄 웰즈 역의 마이클 섀넌은 듬직하다. 영화가 시작할 땐 슈퍼맨과 싸우며 지구를 파괴하려 했던 사악한 조드 장군으로 보였던 그의 얼굴이 어느덧 진정 믿음직한 동료로 바뀐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7일. 15세관람가. 러닝타임 1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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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렐'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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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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