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봉이 김선달', 꽃미소로 킬링타임만 하긴 아쉬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7.10 13:09 / 조회 :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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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봉이 김선달' 스틸컷


'봉이 김선달'(감독 박대민)은 병자호란 직후 힘없는 백성들이 청국으로 끌려가 화살받이로 쓰이던 비극의 현장에서 시작한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청년 인홍(유승호 분)은 백성을 돈벌이로 쓰던 벼슬아치 성대련(조재현 분)을 목격하고 분노한다. 비장하게 고국으로 돌아갈 것을 다짐한 그는 그러곤 고개를 돌려 두번째 계획을 밝힌다. '한번 사는 세상 신나게 살아야 겠다'고. 그리고 눈부신 햇살 속에 미소를 발사한다. 한순간 장르가 바뀌는 듯 드라마틱한 전개다. 신출귀몰한 사기꾼 봉이 김선달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봉이 김선달'의 정체가 여기서 드러난다. 여심저격용 비주얼을 장착한 코믹 사기극. 그냥 가볍게 킬링타임용으로 즐기란 거다.

원래 봉이 김선달은 널리 사랑받은 구전설화의 주인공이다. 닭을 봉황이라 속여 판 행각 때문에 '봉이', 과거에 급제했으나 벼슬엔 오르지 않고 유유자적해 '선달'이라 불린 문제의 김씨는 조선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사기꾼이다. 탐욕과 맞닿은 부와 권세에 대한 반감도 자연히 읽힌다.

영화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도 팔았다는 그의 전설적 사기 행각에서 얻은 모티프를 흥행코드에 맞춰 풀어냈다. 웬지 아저씨스러운 느낌은 걷어냈다. 능수능란한 달변가에 여심은 물론 남심마저 마음대로 주무르는 능력자 김선달 유승호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연상시키고, 뻔뻔한 브레인 유승호에 행동파 고창석 콤비는 '조선 명탐정'의 김명민 오달수를 연상시킨다. 배우마다 역할 분담도 잘 돼있다. 유승호는 스크린에 처음 데뷔한 엑소 시우민과 함께 비주얼을 책임지고, 개성 강한 코믹 신스틸러 고창석-라미란은 코미디를 담당한다. 조재현이 이들이 택한 최후의 사기 대상으로 등장, 시종일관 나쁜놈을 그린다. 유승호는 주인공답게 개성 강한 배우들 사이에서 극 전체를 아우른다.

작전은 알겠다. 하지만 헛헛하다. 그 비장한 시작에서 돌아보건대, '봉이 김선달'은 힘든 백성의 편에서 힘 깨나, 돈 깨나 쓰는 자들을 골탕먹이는 민중 영웅이 충분히 될 수 있었다. 어쩌면 한국의 의적 로빈후드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웃길 수 있었을 것이다. 더 통쾌했을 수도 있다. 있는 자, 가진 자의 탐욕을 이용해 기발한 사기행각을 벌였던 봉이 김선달은 원래부터 충분히 그렇게 풀릴 수 있는 풍자적 캐릭터니까. 하지만 영화 속 '봉이 김선달'은 그 싹을 첫 미소 발사와 함께 싹 자른다. 대신 다분히 개인주의적인 꽃미남 사기꾼에 머문다. 흐뭇한 유승호의 꽃미소로는 안 채워지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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