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커쇼 디스크!'..'원맨팀' 다저스의 비극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7.0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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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 /AFPBBNews=뉴스1


지상 최고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의 허리가 탈이 났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비싼 팀이지만 연봉 규모만 ‘비대’할 뿐인 다저스를 올 시즌 내내 줄곧 혼자서 업고 오다시피 하다 보니 아무리 천하무적 에이스라도 버티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다저스는 1일(한국시간) 허리통증을 호소한 커쇼를 15일짜리 부상자명단(DL)에 올렸다. 지난달 27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에서 6이닝동안 9안타로 4실점하는 그답지 않게 부진한 모습을 보인 뒤 나흘만의 일이다.


다저스는 당시 그의 허리통증이 심하지 않다면서 다음 등판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으나 가대와는 달리 그의 상태는 좋지 못했고 결국 커쇼는 원정여행 도중 팀을 떠나 LA로 돌아간 뒤 허리통증 전문의에게 검진을 받은 뒤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고 DL에 올랐다.

다저스는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현재로선 커쇼가 15일의 DL 기간이 끝나도 바로 복귀할 수 있을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다저스로서는 시즌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저스에 있어 커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실 올해 선수 연봉 총액이 2억5천만달러에 달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비싼 팀인 다저스가 커쇼 한 명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당장 2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커쇼를 대신해 누가 선발로 마운드에 오를 지도 알 수 없는 처지다.


지난 2014년 탬파베이 레이스를 떠나 다저스의 경기운영담당 사장으로 부임한 앤드루 프리드먼은 그동안 몸값만 비쌀 뿐 상당히 비효율적이던 팀 로스터를 재정비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고 무엇보다도 마이너에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들을 계속 쌓아가는 체질 개선 작업을 꾸준하게 추진해왔다. 그로 인해 다저스는 마이너리그에 유망주들이 차고 넘치면서 장래가 가장 밝은 팀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정작 메이저리그 차원에서의 전력강화 쪽에선 뭔가 박자가 맞지 않는 느낌이 뚜렷해지고 있다. 돈을 누구보다 펑펑 써왔던 구단이 지난 2년간 프리드먼 사장의 지휘 아래선 어울리지 않게 톱스타급 선수 영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는데 그것이 이젠 커쇼의 뒤를 받쳐줄 변변한 선수 하나 없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커쇼는 말 그대로 ‘슈퍼 에이스’ 역할을 해왔다. 마지막 경기에서 그답지 않은 결과에도 불구, 그는 올해 선발 등판한 16경기에서 121이닝을 던지며 11승2패와 평균자책점 1.79, 탈삼진 145개, 0.727 WHIP(이닝당 볼넷+안타)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리고 있다. 투구이닝과 평균자책점, WHIP에서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이며 탈삼진은 2위에 올라있다. 특히 그의 삼진 대 볼넷 비율은 16.11로 지난 2014년 필 휴스(미네소타)가 수립한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기록 11.63을 훌쩍 뛰어넘는 페이스다.

무엇보다도 올 시즌 커쇼가 다저스에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가는 그가 마운드에 오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다저스의 성적에서 잘 나타난다. 다저스는 커쇼가 등판한 경기에선 14승2패로 승률이 .875에 달하지만 나머지 경기에선 29승35패로 승률이 0.453으로 곤두박질한다. 커쇼가 던지는 날은 메이저리그 최강팀이지만 커쇼가 안 나오는 날은 최하위권 팀 중 하나인 셈이다.

아무리 커쇼가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팀 스포츠인 야구에서 한 선수의 팀내 비중이 이처럼 압도적이라는 것은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 현재 다저스는 44승37패로 내셔널리그 4위에 올라있어 플레이오프 레이스에 들어있지만 만약 그가 장기 결장이 불가피해 진다면 플레이오프 도전조차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커쇼가 DL에 오른 지금은 다저스로서 최대 위기상황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저스는 이렇게 한 선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일까. 지금 다저스의 로스터를 살펴보면 전 포지션에 걸쳐 허약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로 프리드먼 사장 부임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진 초특급 선수 영입에 소극적인 자세에 따른 부산물이다.

프리드먼 사장은 부임 이후 다양한 트레이드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통해 수없이 많은 선수들을 영입했으나 그 중에서 팀의 진로를 바꿔 놓을만한 초특급 선수들을 붙잡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뉴욕 양키스를 추월해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팀으로 올라섰음에도 불구, 지난 2년간 프리드먼 사장의 영입 패턴을 살펴보면 재력을 앞세운 공격적인 영입은 철저히 배제한 채 ‘가성비’ 위주의 투자에 집중해온 경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맥스 슈어저와 존 레스터, 자니 쿠에토 등 지난 2년 간 FA시장에 나온 거물급 투수들이 쏟아져 나왔어도 다저스는 팔짱만 끼고 있었고 심지어는 커쇼와 함께 메이저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를 이뤘던 잭 그레인키가 옵트아웃으로 FA로 나선 뒤에도 그를 붙잡기 위한 노력에 전혀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여름 트레이드 시장에서 콜 해멀스를 데려올 찬스도 있었으나 역시 그다지 열정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텍사스 레인저스로 간 해멀스는 지금 레인저스를 월드시리즈 도전 후보로 만들어 놓고 있다.

프리드먼은 그런 특A급 투수 대신 스콧 캐즈미어(6승4패, 4.67)나 일본인 투수 마에다 켄타(7승5패, 2.82)에 알렉스 우드와 마이크 볼싱어 등 가성비 측면에서 장점이 있어 보이는 선수들을 선택했다. 프리드먼은 여기에 건강한 브렛 앤더슨과 함께 류현진과 브랜던 맥카시가 부상에서 돌아오는 것을 계산했지만 앤더슨은 시범경기 시즌에 허리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고 류현진과 맥카시의 복귀는 계속 늦어지면서 지금 다저스 선발진은 도저히 플레이오프 팀이라곤 볼 수 없는 처지로 떨어졌다. 유일한 버팀목이 커쇼였는데 그마저 쓰러지면서 절대 비상상황을 맞고 말았다.

지금 다저스의 선발진을 살펴보면 한숨이 나오는 것이 어쩔 수 없다. 물론 마에다와 캐즈미어는 실패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특급투수들 영입에 소극적인 모습은 결과적으로 투수층이 엷어지는 결과로 나타났고 결국 지금 다저스의 선발진에는 최고 유망주이지만 아직도 만 20세가 채 되지 않은 훌리오 유리아스와 올 시즌을 싱글A에서 시작한 브록 스튜어트 등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커쇼가 DL에 오르면서 현재 다저스 선발진에서 가장 믿을만한 투수로는 그나마 마에다를 꼽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플레이오프 도전 팀으로선 함량 미달이다.

문제는 선발진만이 아니다. 불펜도 마무리인 켄리 잰슨으로 넘어가는 연결 구도가 취약한 채로 남아있고 타선도 확실하게 믿을만한 파워 타자가 없는 실정이다. 무려 2억5천만달러짜리 팀이 어떻게 이처럼 부실하고 허약한지 어의가 없다. 반면 다저스의 마이너리그에는 모든 팀들이 군침을 흘리는 특급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지금까지 프리드먼 사장은 이런 톱 유망주들을 지키는데 전력을 다해왔지만 이제는 그들을 트레이드 시장에 풀어 허약한 메이저리그 라인업을 정비하는 작업에 나설 때가 온 것 같다. 이달 말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다저스가 과연 어떤 자세를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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