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염경엽 감독의 '예의', '거장' 김성근 감독의 '칭찬'

고척=김우종 기자 / 입력 : 2016.07.0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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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좌)과 넥센 염경엽 감독.





지난달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통상적으로 홈 팀 감독이 취재진과 먼저 인터뷰를 한다. 오후 4시 25분께. 염 감독과 취재진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쯤. 한 관계자가 찾아와 "김성근 감독님이 잠깐 보자 하십니다" 했다.


이날 경기는 주중 3연전 중 마지막 날이었다. 지난 이틀 간 양 감독은 서로 얼굴을 보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이 허리 치료 차, 경기장에 매번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다. 28일에는 경기 시작 30여분을 앞둔 6시쯤 도착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29일에는 아예 인터뷰를 생략했다.

30일. 앞서 경기장에 늦게 왔던 김성근 감독이 비교적 일찍 고척돔에 도착, 염경엽 감독을 찾아왔다. 염경엽 감독은 관계자 말을 듣자마자 취재진에 잠시 양해를 구한 뒤 빠른 걸음으로 나가 김 감독에게 인사했다.

사실 염 감독은 앞서 김 감독을 못 본 이틀 간 문자메시지를 통해 인사를 했다. 김성근 감독은 "내가 경기장에 늦게 나와 없었는데, 염 감독이 '인사를 못 드려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양 팀을 대표하는 수장이지만, 염 감독은 일상적인 인사, 감독이라는 관계를 떠나서 야구계의 어르신네를 향한 예의를 몸소 실천했던 것이다.


사실, 양 감독은 한 팀에서 감독과 선수로, 또는 감독과 코치로 연을 맺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런 두 감독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것은 야구를 향한 뜨거운 '열정', 그리고 야구에 대한 방대한 지식, 즉 '공부'다. 과거 김성근 감독은 젊은 시절부터 심판도 잘 모르던 규칙을 줄줄 꿰고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또 염경엽 감독은 밤이 새도록 경기를 복기하고 공부를 한다.

이날 김성근 감독은 염경엽 감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염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야구 많이 배우고 있다' 했다. 실제 염 감독이 프레쉬(Fresh)한 야구를 한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 역시 이날 "김성근 감독님이 SK를 맡던 시절, 22연승을 했다. 당시 김 감독님을 보고 승부에 대한 것들을 많이 배웠다"고 회고했다. 염 감독의 이 말을 전해들은 김 감독은 "염 감독이 남을 올려 세울 줄 안다. 나는 못하는데"라고 웃으며 농담을 던지기도.

계속해서 김 감독은 "염 감독한테 '야구 참 잘 한다'고 했다. 2,3회 투수를 바꾸고도 잘 만들어간다. 참 부드럽게 운용을 하더라. 선발이 2,3회를 넘어 길게 갈 경우, 이기는 날이 많다. 그래도 5할 이상 하고 있다니 대단한 거다. 정말 대단한 거다. 배울 점이 참 많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내년에 순위 예상할 때에는 감독을 보고 결정해라. (염 감독은) 절대 꼴찌를 할 감독이 아니다"고 거듭 말했다.

사실, 염 감독은 지난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패한 뒤 당시 고양 원더스 사령탑으로 있던 김 감독을 찾아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고 한다. 김 감독은 "내가 고양에 있을 때 염 감독이 2번인가, 3번 정도 찾아왔다. 당시에는 내가 (프로야구 감독이 아니었기 때문에) 뭐라고 코멘트를 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때 내가 '왜 이렇게 했나', '왜 저렇게 했나' 등을 이야기하며 야단을 친 적이 있다"고 했다.

이후 양 팀 감독의 인터뷰가 마무리됐다. 그리고 경기는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넥센의 11-5 완승으로 끝났다. 넥센이 이번 3연전에서 2승 1패를 기록, 위닝 시리즈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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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염경엽 감독(좌)과 한화 김성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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