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한예리 "팔푼이 연기..스스로 내려놓았죠, 하하"(인터뷰)

영화 '사냥' 한예리 인터뷰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6.06.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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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묘하고 매력적이다. 외꺼풀 눈매에 단아한 매력을 풍기는 백옥 같은 피부와 가녀린 몸매는 그녀의 동양적인 외모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예쁜 눈=쌍꺼풀'이란 편견을 깨고 김고은, 박소담 등과 함께 한국 대표 '무쌍'('쌍꺼풀 없는 눈'을 뜻하는 신조어) 배우로 주목을 받고 있는 그녀, 한예리(32)다.

한예리는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을 통해 스크린에 컴백한다. '사냥'은 우연히 발견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산에 오른 엽사들과 그들의 악행을 지켜본 사냥꾼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다룬다. 한예리는 극 중 모자란 소녀 김양순을 연기했다. 정신 연령이 낮아 어리바리하게 행동하는 그의 모습이 팔푼이가 따로 없다.


"정말 제 스스로를 내려놓았죠. 하하. '난 10살이다. 10살이다'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다시 하라면 못할지도 몰라요. 하하. 나이가 더 들기 전에 하길 잘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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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한예리가 연기한 김양순은 15년 전 탄광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할머니와 같이 사는 동네 덜 떨어지는 소녀다. 또래보다 지능 발달 속도가 느려 놀림거리가 되지만, 뛰어난 운동신경을 지닌 인물이다. 한예리는 베테랑 배우도 힘들 정신연령이 멈춰버린 10대 소녀의 모습을 이질감 없이 소화했다.


노인 사냥꾼 기성으로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안성기도 한예리의 집중력 있는 연기에 감탄했을 정도. 한예리는 "정서적으로 모자란 인물이지만, 더 떨어지게 가기보다는 건강하고 맑고 순수하게 보이려고 신경을 썼다"며 "강원도 사투리 연기도 함께하니 좀 어렵더라. 또 다른 말을 배우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한예리가 '사냥'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안성기 때문이었다. 무려 59년 동안 한 우울만 파며 '국민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을 정도로 높은 인기와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대선배'와 함께하는 것만으로 그녀에겐 즐거운 일이었다.

"언제 이런 기회를 또 얻을지 모르잖아요. 저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덕분에 정말 많이 배웠죠. 딱 보면 뭘 해야 할지 아실 텐데, 감독님이나 스태프가 본인들 방법대로 잘 찾아올 수 있게 기다려 주시더라고요. 너무 존경스러웠어요. 선배님이 기다리니까 다른 스태프나 배우들도 당연히 기다려요. 정말 인내하고 참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힘든 내색을 안 하시고 계속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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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지난 2007년 영화 '그림자'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한예리는 이후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채워가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유독 개성 강한 캐릭터와 만날 때 더욱 빛이 났다.

2012년 영화 '코리아'에서 북한 탁구 선수 유순복을, 2014년엔 영화 '해무'에서 밀항선에 오른 조선족 홍매로 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엔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천하제일검 척사광으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한예리는 "초반에는 소녀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면, 지금은 좀 더 여성적인 면이 부각 되는 역할들이 들어온다"며 "'해무'가 계기가 된 것 같다. 영화 한 편을 찍고 얻어지는 것보다 그 이후에 얻어지는 게 더 많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안 해본 역할이 있다면 앞으로도 가리지 않고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예리는 이른바 '무쌍녀'로 불리는 외꺼풀 미인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요즘 미(美)의 기준이 달라진 것을 실감한다며 "취향은 변하는 것 같다. 누군가는 내 얼굴을 맘에 들어 한다는 말이니까 참 감사한 일"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어 "김고은, 박소담 같은 좋은 여배우들이 풍성하게 자리 잡아 너무 좋은 것 같다"며 "거기에 나도 보탬이 되고, 한 몫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여배우가 많아지면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도 많아 질테니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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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한예리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탓이라고 했다. 그는 "예전엔 좀 심각하고 농담을 해도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그랬다"고 웃었다.

"어떤 것 하나로 인생이 아주 크게 달라진다 생각하지 않아요.(웃음) 뭐든지 차곡차곡 싸여서 되는 것이니까, 작품을 선택할 때도 이젠 좀 가볍게 선택해도 되겠다 생각했어요. 예전엔 많이 신중하고 재미없었거든요. 하하. 기자님 만나는 것도 한결 편해요."

한예리는 인터뷰 말미 연기자로서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잘 아우를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훗날 안성기 선배님처럼 언젠가 대한민국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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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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