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연기생활 59년, 아직도 현장이 행복하다"(인터뷰)

영화 '사냥' 인터뷰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6.06.27 10:18 / 조회 : 3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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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연기 인생 59년. 강산이 변해도 5번은 변했을 긴 세월을 배우 안성기(64)는 오직 한 우울만 팠다.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해 아역으로 70여편, 성인으로 90여편 등 출연작만 160여편에 달한다. 어느새 얼굴 가득 깊게 패인 주름이 오랜 세월의 관록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스스로 발전을 위해선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한다. 안성기는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을 통해 기존의 젠틀한 신사의 이미지를 벗고 또 한 번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백발의 사냥꾼 기성 역을 맡은 안성기는 대중에게 각인된 커피 CF 속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험준한 산을 휘젓고 다니며 총격전을 벌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람보'라는 수식어가 절로 떠오른다. "여태 컷 한 액션 중 가장 많은 액션을 한 영화"라는 안성기는 "뛸 수 있어 행복했다"며 연신 미소를 지으며 흐뭇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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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몸이 굉장히 좋더라. 러닝셔츠 차림에 탄탄한 몸매가 인상적이었다.

▶(제대로 못 보여줘서) 아쉽다. 영화 흐름 상 엄청난 추격 액션이 있고 도망치면서 몸이 긁히고 목도 찢어진다. 나중에 폭포에 들어갔다가 나올 땐 옷이 다 벗겨져서 총을 겨누는 장면이었다. 이게 여름에 찍었어야 했는데, 겨울까지 가다 보니 (옷을 벗는다는 게) 말이 안 됐다. 몸을 못 보여줘서 아쉽다기보다 영화 진행상 좋았겠단 생각이 있다.(웃음)

-운동은 평소 어떻게 하는가.

▶한 40년 동안 운동을 하면서 몸에 배어 있는 게 있다.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보다 꾸준히 해왔다. 빨리 걷고 달리고 40분, 웨이트 20분 정도를 한다. 더 심하게 하면 무리가 갈 수 있어 유지만 한다. 한 번 몸이 허물어지면 돌아가기는 쉽지 않으니까.

-'사냥'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떤 부분이 끌렸나.

▶전체적으로 다 끌렸다. 주인공의 이름이 내 이름을 거꾸로 한 것이다. 처음부터 나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더라. 시나리오는 작년 초에 받았다. 시나리오상에는 기성의 과거 회상 장면이 더 크게 부각 되는데, 영화에선 긴장감을 위해 추격 쪽을 더 많이 키웠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주인공 기성의 궤적을 쭉 따라가 보니 너무 황홀했다. 못해봤던 분장에 머리를 흩날리면서 짐승 같은 모습을 상상해 보니 너무 좋았다.

-'사냥' 시사회 후 만족도는?

▶난 늘 영화를 보고 나면 만족보다는 아쉬움 쪽으로 기운다. 어떤 영화든 계속 그랬다. 이번에도 스피디한 부분은 좋았지만, 이야기를 구축하는 부분에서 조금 모자란 감이 없지 않았나 싶다. 다른 점은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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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람보'란 별명이 생길 것 같다.

▶기왕이면 생각 없는 람보가 아닌 고뇌하는 람보였으면 좋겠다.

-시사회에서 '뛸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주로 작품에서 나이가 있는 배우들의 캐릭터는 액션 보다는 대부분을 뭔가 뒤에서 계략을 꾸미거나 꿍꿍이가 있는 모습이 많았다. 세상을 다 알고 이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번 '사냥'에선 그런 것을 떠나 굉장히 순수한 사람으로서 많은 액션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새로웠다. 외국엔 리암 니슨 같은 사람도 있지만, 우린 나이가 들면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런 영화를 같이 기획하고 한다는 게 개인적으론 고마웠다. 그래서 뛰면서도 행복했다.

-관객들이 '사냥'을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는가.

▶영화는 스피디한 액션만 보이긴 하지만 거기에 담은 주제도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간의 욕심, 본성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도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봐줬으면 좋겠다. 주인공 기성 입장에서 보면 자기 목숨까지 걸고 추격전을 벌이는 사랑의 영화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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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다음에도 이런 액션 작품이 오면 할 생각이 있는가.

▶말해 뭐하나. 무조건 하고 싶다. 배우들은 다 준비가 돼 있다. 이야기가 중요한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어가면서 피가 끓는다면 무조건 하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인 것 같다.

-조진웅과 액션 연기 합은 어땠나.

▶각자 스턴트가 있었는데 내 스턴트는 사실 별로 쓰질 않았다. 대부분은 내가 다 했다. 그래서 더 어색하지 않고 실감 나게 나온 것 같다. 조진웅씨가 시원시원하게 차 줘서 고마웠다. 때리는 연기를 할 때는 그냥 때려야 한다. 그래야 한 커트에 끝난다. 조진웅씨나 나나 때리는 사람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서로 괜찮다고 얘기하면서 연기했다.

-한예리와 호흡을 맞춘 소감은?

▶(한예리가) 맡은 팔푼이 역할이 정말 힘든 역할이었다. 모자라면서 아이다워야 하고, 거기다 사내 같은 면도 표현해야 했다. 강원도 사투리도 어려운데, 그것도 소화하면서 연기를 했다. 집중력 있게 잘하더라. 같이 연기하면서 나도 많이 도움이 됐다.

-올해 연기 생활 59년째, 내년이면 60년인데 기분이 어떤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말이 안 되는 세월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근데 감각은 그렇지 않다. 나도 언젠가는 죽을 텐데 당장 죽을 것 같지 않은,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 실감이 나는 숫자가 아니다. 젊은 사람들은 '60년이면 도대체 몇 살이야', '웬 역사적인 인물이야'라고 느낄 것 같다.(웃음)

-연기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당연한 얘기지만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영화 현장에 있으면 어떤 때보다 행복하다. 촬영장에서 하루 종일 기다려도 행복하다. 한 장면을 찍고 그 다음 장면을 생각하는 것도 행복하다. 심지어는 다음 작품에 대한 기다림도 좋다. 배우는 늘 새로운 인물을 만날 때 굉장한 설렘을 느낀다.

-요즘 시상식에선 비슷한 나잇대 남우주연상 후보를 찾아보기 힘든데, 여전히 후배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 자극이 되는 후배가 있다면.

▶전부 연기를 잘한다. 너무 근사하게 하는 것 같다. 다들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고 집중력 있게 한다. 지금 배우들의 능력은 세계 어디에다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예전에 내가 이런 배우들과 경쟁했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 당시엔 배우들 자체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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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내년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는가.

▶아직 구체화가 안 된 영화가 하나 있고, 구체화 된 영화가 하나 있다. 구체화 된 것은 '워낭소리'를 만든 이충렬 감독의 '매미소리'다. 진도에 다시래기라는 무형문화재가 있는데, 상갓집을 다니면서 분위기를 띄우며 슬픔을 잊게 해주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다. 전라도 사투리도 걸쭉하게 해야 하고, 소리도 해야 하고, 할 게 많다. 작품성으로 굉장히 승부를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조금 큰 영화가 될 것 같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가.

▶모르겠다. 내가 원한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큰 의미 없는 것 같다. 그저 하루 하루 한 작품, 한 작품 해 나갈 뿐이다. 그 다음은 내 몫이 아닌 것 같다.

-'국민 배우'란 수식어가 부담스럽진 않은지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국민 여동생'처럼 앞에 '국민'자 들어가는 게 많아졌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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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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