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장총액션 야산추격극..안성기와 조진웅 맞대결①

[리뷰] 사냥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6.27 09:19 / 조회 : 3682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사냥' 스틸컷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제작 빅스톤픽쳐스)은 장총 액션을 내세운 야산 추적극이다. 색다른 한국형 액션을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이 느껴진다.

흉흉한 소문으로 찾는 사람도 없는 외딴 산. 탄광 사고로 죽은 아들에게 젯밥이나 올리려 폐광을 찾았던 노파는 뜻밖의 금맥을 발견한다. 노파는 알고 지낸 경찰 동근(조진웅 분)을 불러 이를 보여주지만, 동근은 잘못 본 거라고 둘러대곤 알고 지낸 엽사들을 불러들여 은밀히 노다지를 살핀다. 이때 갑자기 등장한 노파로 당황한 엽사 무리들은 할머니가 사고로 절벽에서 떨어지자 아예 입막음을 해버릴 계획을 꾸민다. 그러나 탄광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인 기성(안성기 분)이 산에 올랐다 이 광경을 목격한다. 여기에 할머니를 찾던 노파의 손녀 양순(한예리 분)까지 휘말린다. 엽사 무리는 기성과 양순의 목숨을 노리고, 기성은 양순을 지키려 총을 집어든다. 목숨을 건 추격전이 벌어진다.

image
사진='사냥' 스틸컷


포스터부터 긴 장총을 든 두 주인공 안성기-조진웅을 커다랗게 박아넣은 만큼 '사냥'의 콘셉트는 분명하다. 제목이 은유하는 묵직한 장총 액션 자체가 영화의 핵심. 총격의 긴장감은 물론 키의 절반은 됨직한 총을 쥐고 메고 산을 오르내리는 비주얼도 이채롭다. 총격 또한 단발에 그치지 않는다. 천지를 울리는 총성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귓전을 때린다. 총기규제가 엄격한 탓에 총격 액션 자체가 드문 한국 영화에선 신선한 경험이다. 현대가 배경이나 지켜보는 것만으로 땀이 비질 나는 45도 경사의 야산을 오르내리는 액션과 총격엔 묘한 야만성이 있다. 각색과 제작에 참여한 김한민 감독의 기운이 느껴진다. '최종병기 활'에서 병자호란기를 현재로 바꾸고, 활을 장총으로 바꾼 듯한 인상이다.

탐욕스러운 무리들의 광기 어린 추격,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도피의 최후 승자가 누구인지는 사실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사냥'은 사냥꾼과 사냥감의 처지가 뒤바뀌며 진행되는 추격전 자체를 앞 뒤 재지 말고 즐기길 요하는 영화다. 러닝타임부터 짤막하고, 많은 이야기들이 생략돼 있다. 그럼에도 긴박한 추격전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군더더기들은 아쉽다. 정작 왜 엽사들이 산에 올라 이 야단을 벌이게 됐는지는 설명을 생략했으면서 귀기 어린 산의 사연을 거듭해 강조하고 기성의 비밀에도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담아내고픈 이야기가 너무 많다.

image
사진='사냥' 스틸컷


브라운관과 스크린, 선과 악을 자유로이 오가는 대세 조진웅은 별다른 설명 없이 악행을 거듭하는 냉혹한 인물을 서늘하게 그려낸다. 박병은 등 살기 번득이는 엽사 무리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돋보이는 건 기성 역의 안성기다. 환갑을 훌쩍 넘은 극 안팎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첫 등장부터 부스스한 백발과 딴판인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며 허를 찌른다. 야산을 제집 뒤뜰처럼 넘나드는 체력, 아예 '람보'라 불리는 활약상과 파괴력을 감안하면 납득되는 비주얼이다. 안성기가 아니었으면 이대로 기획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감독의 말은 분명 사실이다. 한예리를 들쳐 업고 야산을 뛰어다니면서도 힘든 기색 없이 한번 더 카메라 앞에 섰다는 국민배우는 진정한 사기캐릭터다.

러닝타임 93분. 15세 관람가. 29일 개봉

기자 프로필
김현록 | 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