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야구 보고 행복하게 웃고 간 '6·25 참전용사'

대전=김우종 기자 / 입력 : 2016.06.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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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야구를 보러 온 6·25 참전 용사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6월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평소와는 달리 경기장에는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얼핏 보면 한화 김성근 감독과 비슷한 연배의 노인들. 이들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함께 파도타기 응원을 펼치며 모처럼 신나게 야구를 즐겼다. 알고 보니 이들은 한화의 초대를 받아 실로 오랜만에 야구장을 찾은 '6·25 참전용사'들이었다.


6·25전쟁 66주년을 맞은 2016년 6월 25일. 한화는 롯데를 상대로 전날 패배를 설욕하기 위한 한 판 승부를 벌였다. 경기에 앞서 '국내 방산업계 1위'인 한화그룹 방산 4개사(㈜한화 방산, 한화 테크윈, 한화 탈레스, 한화 디펜스)는 국가보훈처 및 한화 이글스 구단과 협력해 '호국보훈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먼저 시구자로 천안함 참전자인 정다운 대위가 마운드에 올랐다. 정 대위는 1루와 홈 관중석 쪽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야구장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절도 있는 행동이었다. 관중석에서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 정 대위는 침착하게 시구를 마쳤다. 시구 뒤 그는 재차 거수경례를 한 뒤 조용히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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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에 앞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천안함 참전자 정다운 대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이날 한화 선수단은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지난 10일 홈 경기에 이어 두 번째 밀리터리 유니폼 착용이었다.

경기는 한화의 페이스로 진행됐다. 한화 선발 카스티요는 최고 구속 159km에 달하는 강속구를 뿌리며 연신 롯데 타자들을 제압했다. 타선도 힘을 냈다. 1회에는 송광민이 투런포를, 3회에는 이용규와 송광민이 연속 타자 홈런을 기록했다. 5회말이 끝난 뒤에는 파도타기 응원이 대여섯 순배 그라운드 관중석을 돌았다.

이 모든 것을 관중석에서 함께 지켜보던 이들. 바로 6·25 참전용사를 비롯해 육,해,공군 우수 장병 및 그들의 가족들이었다. 한화그룹 방산 4개사가 6·25 발발 66주년을 맞이해 한화 이글스 구단 및 국가보훈처와 협력, 이들을 야구장으로 초청한 것이다. 우수 육군과 우수 해군 각 150명, 공군 125명, 6·25 참전용사 및 국가유공자들 115명까지 총 540명이 한화의 초대를 받아 경기장을 찾았다.

결국 경기는 한화의 8-1 완승으로 끝났다. 이날의 수훈 선수는 누가 뭐라고 해도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낸 외국인 투수 카스티요. 그를 비롯해 이날 한화 선수들이 착용해 땀 흘린 유니폼은 추후 국가보훈처에 기증할 예정이다. 기증한 밀리터리 유니폼은 추후 대전광역시 자원봉사연합회에서 '호국보훈바자회'를 통해 팔리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국가보훈대상자 가족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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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방산부문 경영전략팀 이예나 대리.





이번 행사 기획에 참여하고 실무를 담당한 ㈜한화 방산부문 경영전략팀 이예나 대리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어떤 뜻 깊은 행사를 진행하면 좋을까 고민을 했다"면서 "국가보훈처 그리고 육,해,공군과 논의해 나라를 위해 싸우다 희생한 분들을 홈 경기에 초대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 진행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리는 "이날 행사를 위해 저희 방산 4개사 실무자들이 다함께 모여 힘을 합쳤다. 이날 역시 각 사에서 5명씩 20여 명이 나와 행사 실무 지원을 했다"면서 "이번 행사가 1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향후에도 매년 진행할 수 있도록 방침을 갖고 있다. 야구단과 국가보훈처와 협력해 나라를 헌신한 분들을 대상으로 이번과 같은 행사를 계속해서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국가보훈처에서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정말 많은데, 자리는 한정돼 있어 해당자 선정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이 대리는 "참전 용사 중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추천해주길 부탁했다"면서 "국가유공자의 경우, 한 분도 빠짐없이 전부 경기장을 찾아주셨다. 준비한 유니폼과 모자 등이 모두 동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화 측은 이날 이들을 위해 선수용 유니폼과 모자 그리고 저녁 도시락과 기념품, 사인볼 350개 등의 선물을 준비, 모든 이들에게 빠짐없이 제공했다. 이 대리는 "선물까지 받으니 다들 참 많이 좋아하시더라. 경기장에 오시는 또 다른 팬들을 생각해 경기장 1층과 2층에 나눠 앉았다. 연세 드신 분들이 1층에, 상대적으로 젊은 분들이 2층에 앉았는데, 다들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말을 들으니 개인적으로 뜻깊었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이 대리는 "이번에 행사를 준비하면서 정말 야구장에 가고 싶은데, 막상 기회가 안 돼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더라"면서 "'나중에 또 초대를 해달라'고 부탁한 분들도 계셨고, '좋은 추억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감사하다'고 인사한 분들도 계셨다.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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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종(주) 한화 대표이사가 국가보훈처에 성금 3천만원을 전달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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