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MLB에 밀려든 KBO의 첫번째 파도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6.24 09:57 / 조회 : 3464
  • 글자크기조절
image
2년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중인 강정호./AFPBBNews=뉴스1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한국프로야구(KBO) 출신 빅리거들이 KBO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오랜 선입관을 뿌리째 흔들어놓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KBO 출신은 투수라면 모를까 타자는 메이저리그에서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압도적이었으나 지난해 강정호의 성공적 빅리그 데뷔로 인해 그런 생각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올해들어 KBO 출신 타자 4인방과 투수인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입증한 뒤론 KBO 선수들이 또 하나의 확실한 선수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정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그동안 메이저리그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새로운 선수들의 공급처로 중남미 및 쿠바에 집중해 왔고 여기에 일본도 상당히 주목을 받는 정도였으나 이젠 한국이 뜨거운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중남미와 쿠바선수들의 몸값이 예년에 비해 상당히 치솟았고 일본 선수들의 몸값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KBO 출신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입장에서 볼 때 저렴한 몸값에 비해 뛰어난 실력을 갖춰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앞으로 KBO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image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AFPBBNews=뉴스1


워싱턴 포스트는 23일 “KBO에서 온 1차 수입선수들은 MLB에서 ‘바겐’임이 입증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선수들의 활약상과 앞으로의 전망을 심층 보도했다. 이 기사는 1982년 설립된 KBO가 (2013년 류현진이 LA 다저스와 계약하기 전까지) 첫 32년 동안 메이저리그로부터 철저히 무시돼 왔고 KBO의 최고선수들은 메이저리그가 아니라 일본무대로 진출했다면서 그동안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와 추신수 같은 한국선수들은 KBO를 건너뛰고 바로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을 한 케이스라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지난 해 겨울에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강정호와 4년간 1,100만달러에 5년차 구단옵션 계약을 한 것은 큰 결단이 필요한 ‘실험이자 도박’이었다고 이 기사는 지적했다. 그리고 KBO 출신 야수/타자로 처음으로 빅리그에 진출한 강정호는 초반 출발은 빠르지 못했으나 그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가기 시작할 무렵부터 그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뛰어난 파워를 갖춘 피츠버그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로 변모해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결국 피츠버그의 도박은 ML 스타급 선수를 저렴한 가격으로 영입한 큰 ‘횡재’로 결말이 났고 이로 인해 KBO에서 MLB를 연결하는 확실한 파이프라인이 열리면서 지난 겨울 4명의 KBO 출신 선수가 강정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올 시즌이 3분의 1 이상이 지난 현재 이들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나름대로 모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연봉이 500만달러를 넘지 않는다. 현재 KBO 출신 선수를 보유한 팀 가운데 한국선수에 대한 투자를 후회하는 구단은 하나도 없다. 첫 32년간 단 한 명의 메이저리거도 배출하지 못했던 KBO가 지난 2년간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최고의 바겐급 선수들을 대거 배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image
김현수(왼쪽), 박병호. /사진=OSEN


아시아 지역 스카우트로 오래 활동한 뒤 은퇴한 빌 싱어는 “(빅리그 팀들이) KBO 선수들은 간과했을 가능성이 있다. 빅리그 선수들은 전 세계 어디서도 나올 수 있고 오직 미국선수들만이 메이저리그 재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지난 2004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이 선전한 이후 한국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꽃을 피웠고 야구 저변이 확대되면서 경기력도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도 KBO 리그 전체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 못된다. 싱어는 전체적으로 KBO의 수준은 더블A 급이라면서 무엇보다도 투수층이 엷고 리그 최고 타자들을 제외하면 다른 선수들은 메이저에서 뛸만한 배트 스피드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KBO 선수 가운데 메이저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은 더 있으며 특히 연봉이 그리 비싸지 않기에 앞으로 더욱 많은 구단이 KBO 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발견된 KBO 선수들은 대부분 기대를 뛰어넘고 있다. 오승환은 이번 시즌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불펜투수 중 하나이자 셋업맨이라는 보직에도 불구, 올스타 후보로 떠오를만큼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는 올해 상대한 143명의 타자 가운데 50명을 삼진으로 잡아낸 반면 볼넷은 단 8개만을 내줬고 세인트루이스 불펜투수 중 출장경기(36)와 이닝(37)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 겨울 MLB에 진출한 선수 중 최고로 평가됐으나 아직 1루수와 지명타자로 뛰며 타율 0.203과 OPS 0.724에 그치고 있다. 그의 기장 큰 문제는 31%의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지금까지 41안타 중 홈런 12개와 2루타 9개를 터뜨리며 파워에 관한 한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싱어는 박병호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파워를 지녔다“면서 ”그는 스트라이크에만 스윙을 하는 법을 배우면 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박병호는 4년 계약의 평균연봉이 300만달러에 불과하다.

image
로빈슨 카노와 대화중인 이대호.


이대호와 김현수는 모두 롤 플레이어로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최악의 부진을 보인 뒤 볼티모어의 마이너행 권고를 거부하고 빅리그에 남았던 김현수는 파트타임 출장에서도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보여주며 127타석에서 타율 0.339를 치고 삼진은 단 16회에 그치고 있다. 시애틀이 마이너리그 1년 계약으로 영입한 이대호는 이미 홈런 10개와 OPS 0.875를 기록하며 구단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 넘은지 오래다.

하지만 KBO 출신 가운데 최고의 선수는 아직도 강정호다. 지난해 시즌 말 끔찍한 부상을 당한 뒤 5월초에 복귀한 강정호는 첫 39경기에서 10홈런과 OPS 0.913을 기록하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부상 이후 유격수와 2루수 등 미들 인필드는 뛰지 않고 있지만 코너 내야수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파워풀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피츠버그는 그를 KBO에서 영입할 수 있었던 행운에 너무 행복해하고 있다. 다른 팀들도 이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기사의 제목으로 ‘밀려온 첫 번째 파도’(The First Wave)이라는 표현을 썼다. MLB를 향한 KBO 선수들의 도전의 파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관련기사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