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부제 김도윤 "캐스팅 전화에 보이스피싱인 줄"(인터뷰①)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6.01 08:20 / 조회 : 8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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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도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불길하고도 불온한, 하지만 시선을 뗄 수 없는 매혹의 영화 '곡성'(哭聲, 감독 나홍진). 단 2편의 영화로 영화계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나홍진 감독과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쿠니무라 준 등 익히 알려진 연기파들의 저력이 빛나지만, 발견의 미덕 또한 갖췄다. 부제 양이삼 역의 배우 김도윤(35)이 그랬다.

낯선 일본인이 나타난 뒤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 지리산 자락 마을. 단순히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경찰인 삼촌을 따라 문제의 외지인을 만나러 간 가톨릭 부제는 점점 더 깊이 사건에 휘말린다. 그리고 이성과 믿음만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순간에 이른다. 비실비실한 몸에 떨리는 목소리, 더듬거리는 일본어로 슬며시 '곡성'의 한 자락에 모습을 드러낸 김도윤은 조금씩 사건의 중심에, 영화의 중심에 선다.

직접 만난 그는 내키지 않는 자리에 끌려왔다는 듯 내내 쭈뼛쭈뼛 했던 부제 양이삼과는 딴판이었다. 체구는 단단했고 걸음도 시원시원했다. 개신교 신자에, 2013년 결혼해 4개월 된 아이를 둔 아빠이기도 하다. 영화를 위해 10kg이나 줄였던 몸무게는 현재 원상복귀 상태. 여러 연극과 영화 '하울링', 26년', '마이 라띠마' 등에 출연했던 그는 "그저 신인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생활을 위해 본의 아니게 활동을 접고 연기를 지도하기도 했지만 역시 배우가 그의 길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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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에서 부제 양이삼 역을 맡은 김도윤 / 사진=스틸컷


"캐스팅이 됐으니 강제 복귀"라는 그의 '곡성' 출연은 뜻하지 않게 이뤄졌다. 2014년 초 '곡성' 쪽에서 그가 의경으로 잠깐 출연한 영화 '26년'을 봤 다며 수소문해 연락이 온 것. 아내와 처갓댁에 가는 길에 전화를 받은 김도윤은 전화를 건 연출부에게 "그러니까 누구시냐"고 몇 번을 물었다.

"프로필을 돌리긴 했는데 '곡성'엔 안 돌렸거든요. 감독님이 누구냐고 물어보니 나홍진 감독님이래요. 제가 그 전부터 감독님 팬이어서 '황해' 때 프로필을 냈었는데 오디션도 못 봤거든요. 보이스 피싱인가 했어요.(웃음) 연기하는 주변 친구들이 가끔 그런 장난을 치거든요. 욕을 할까 하다가 그래도 혹시나 해서 욕을 못했어요.(웃음)"

2차에 걸린 오디션이 끝나고도 캐스팅이 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나홍진 감독이 '아, 잘 모르겠다'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끝나고 나서 '정말 하고 싶다'고 읍소를 했다. 농반진반 '역할이 역할이니 금욕하겠다'고도 했다. 내가 언제 나홍진 감독을 만나 2시간을 함께해 보겠나, 공부 많이 했다는 생각으로 돌아간 뒤 1달. 연출부의 전화가 왔다. "이제 금욕하셔야 되겠는데요."

68kg이었던 몸무게를 10kg 가까이 줄인 건 그 다음이었다. 테스트 촬영을 하고 나니 나 감독이 얼굴이 그을렸으면, 몸무게도 감량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김도윤은 4~5일 만에 7~8kg을 줄였다. 일본어도 공부했다. '스미마셍'이 아는 일본어의 전부였던 그는 대사를 모두 녹음해 듣고 또 들었다. 나중엔 너무 능숙한 발음이 나와 어눌하게 톤을 조절해야 했을 정도였다. 김도윤은 ""감독님이 믿어주셨으니까 저도 믿음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역할을 하고 싶은 의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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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의 배우 김도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부제의 첫 등장신이 김도윤의 첫 촬영이었다. 깡마른 시골 마을 부제가 삼촌 손에 끌려나와 식식거리는 종구(곽도원 분)와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눈빛마저 흔들리는 부제는 어디 하나 믿음직한 데가 없다. 김도윤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튀는 부분 없이 스윽 어우러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제는 영화 전체적인 것과 닿아있는, 혼란스러운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캐릭터를 만든다기보다는 이런저런 힌트를 얻어가며 자연스럽게 준비했어요. 사제가 되기 전의 인물이니 주변의 신부님들을 만나보기도 하고, 교회 전도사님들 모습도 참고했고요. 사회 초년병들의 모습도 생각했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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