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에 현혹된 관객들, '아가씨'에 매혹될까①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6.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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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곡성', '아가씨' 포스터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의 흥행 열풍이 거세다. 꾸준히 흥행몰이를 이어가며 600만 관객 돌파를 앞뒀다. 이 가운데 칸 발 훈풍을 탄 또 하나의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가 관객을 맞이한다. 이미 예매율 1위로 출발했다. '곡성'에 현혹됐던 관객들은 '아가씨'에 매혹될 것인가.

지난 달 12일 개봉한 '곡성'은 "절대 현혹되지 마소"라는 황정민의 대사가 아이러니의 주문이 된 듯 관객을 홀렸다. 15세 관람가를 타고 10대도 몰렸다. 영화는 외지인이 나타난 뒤 벌어진 끔찍한 사건들을 목격한 경찰이 피해자들과 같은 증세를 보이는 딸을 구하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담았다.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쿠니무라 준 김환희 등 배우들이 구멍 없는 열연을 펼쳤다.


'추격자', '황해'의 나홍진 감독이 6년의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곡성'은 즐길 거리 풍성한 상업영화지만 만만한 작품은 아니다. 오컬트, 스릴러, 미스터리, 호러 등 갖가지 장르를 뒤섞어 놓고 저만치 가 끝장을 본다. 산봉우리로 겹겹이 둘러싸인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함께 다루면서 모호한 지점들을 그대로 남겨둔 채 그린 결말은 지독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특히 크리스천에게는 대단히 도발적으로 다가갈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일단 미끼를 문 관객들은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 '곡성'을 논하는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다. 관객들은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해 갖가지 해석을 제기하며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즐기고 있다. 이는 재관람 바람으로 이어지며 또한 '곡성'에 흥행세를 더했다. 한 편의 영화가 그 자체로 논란과 논쟁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고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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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가씨' 스틸컷



1일 개봉한 '아가씨' 또한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영화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후견인 이모부의 저택에 갇혀 살다시피 하는 상속녀 아가씨, 그리고 아가씨를 노린 결혼사기극에 동참해 하녀가 된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는다. 김민희가 아가씨, 신예 김태리가 하녀 숙희 역을 맡았으며, 하정우가 사기꾼 백작, 조진웅이 이모부 코우즈키로 분했다.

박찬욱 감독은 2009년 '박쥐' 이후 무려 7년 만에 한국에서 연출작을 내놨다. 하녀 숙희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1부, 아가씨의 시선으로 사건을 되짚는 2부, 그리고 두 여인이 함께 그리는 3부로 구성된 '아가씨'는 원작을 읽기 전에 봐야 더 재밌는 영화다. 꿍꿍이가 각기 다른 인물들이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상업영화로, 동시에 감독 특유의 품위있는 변태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은 시치미를 뚝 떼고 이질적인 요소들을 기괴하리만치 정갈하게 늘어놓으며 독특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한 올 흐트러짐 없는 완벽주의로 구현된 세트와 미술, 의상, 소품은 그 자체가 입이 떡 벌어지는 볼거리다. 영국풍과 일본풍을 반씩 섞은 대 저택부터 일본식 실내 정원과 1인극 무대를 품은 서재는 특히 압도적이다.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세계무대에 처음 선보였을 당시, '아가씨'가 "아름답다"는 찬사에는 이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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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가씨' 포스터


'아가씨' 김민희는 그 이질적인 매혹의 중심에 있다. 서양식 드레스를 입었을 땐 백지 같은 처녀였다가, 기모노를 입었을 땐 숨 막히는 팜므파탈로 변모한다. 신예 김태리의 당당하고도 다부진 매력 또한 인상적이다. 변태적 쾌락의 대상이었던 여인이 숨죽였던 욕망을 표출하는 동성 베드신은 숨이 막힌다.

알려졌다시피 '아가씨'의 순제작비는 124억원이다. 총제작비는 150억원에 이른다.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힘든 이야기, 금기시되던 레즈비언 로맨스를 이 같은 규모로 다룰 수 있는 건 오로지 박찬욱 감독이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에 '아가씨'는 작품성과 대중성 사이 교묘한 줄다리기를 해 온 감독에게도 전에 없던 도전이 됐다. 흥행공식에 맞춰 찍어낸 듯한 영화들에 질려, 감독의 치열함과 개성이 오롯이 묻어난 웰메이드 영화에 기뻐 '곡성'에 환호했던 관객들이 '아가씨'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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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조진웅, 김태리, 박찬욱 감독, 김민희, 하정우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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