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는 응답할까? 김조광수·김승환 "동성혼 인정하라" 항소(종합)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5.2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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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 감독(왼쪽)과 김승환 대표 / 사진=이기범 기자


"평등한 사랑을 위한 여정은 계속된다. 사법부는 응답하라."

법원이 한국 첫 동성 혼인소송을 각하한 가운데 당사자인 김조광수(51)·김승환(32) 커플이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는 법원의 각하 결정 다음날인 26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변호인단과 함께 이날 중 항소할 예정이다.

2013년 공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그해 말 혼인신고서를 관할 구청에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4년 5월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서울 서대문법원에 불수리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냈고, 법원은 약 2년 만인 지난 25일 이에 대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김조광수 감독은 "불과 50년 전 미국에서는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결혼을 할 수 없었다. 20년 전 한국에서는 동성동본이란 이유로 결혼을 할 수 없었다"면서 "이제 시간이 흘러 대한민국 어느 누구도 동성동본은 결혼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인종이 달라 결혼하지 못하는 시절은 지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감독은 "2016년 대한민국의 법원은 성별이 같으면 결혼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성별이 같은 사람도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까"라며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다.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제도 바깥으로 밀려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한 김 감독은 "시간이 지나면 대한민국에서는 몇 년 전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혼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그게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법부가 용기를 내길 바란다. 사법부가 입법부에 떠넘기지 않고 최대한의 이해와 관용을 보여주길 바란다. 단지 성별이 같다는 이유로 결혼이란 제도에서 사람들 을 배제하는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주실 것을 간절히 원한다"고 강조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결정문에 나왔듯 대한민국 법 어디에도 동성은 결혼할 수 없다거나 결혼은 이성만 할 수 있다고 표시돼 있지 않다. 그렇다면 사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결정은 미흡함을 넘어 참담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결정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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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 감독(왼쪽)과 김승환 대표 / 사진=이기범 기자


김승환 대표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소송 결과에 유감"이라며 "의미있는 부분도 있다. 재판 결과가 담긴 결정문에서는 처음으로 평등권에 기초해 성소수자가 차별받지 않아야 하며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동성결혼 합법화 등 사회적 변화를 인지하고 있으며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 부부를 비롯해 변호인단, 저희를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이를 통해 동성결혼 합법화가 실현 가능한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확신한다"며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 다양한 법리적 접근, 사회적 법제화를 통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김 대표는 "이 자리를 빌려 성소수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저희와 함께 소송 당사자로 참여해달라"면서 "소송 당사자가 많아질수록 동성결혼 합법화가 가까운 미래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함께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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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범 기자


이 자리에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이호림 활동가는 "동성부부에 대한 혼인제도의 개방은 제도의 공백에서 불안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성커플의 실존의 문제"라며 "동성결혼 사건에 대한 각하 결정은 모든 시민의 평등한 권리와 정의를 수호해야 할 사법부의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동성부부의 혼인을 먼 미래로 유예하지 않고 하루빨리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동성혼 소송 대리인단은 법원의 각하 결정에 대한 대응으로 이날 서부지법에 항고장을 접수하는 것과 동시에 제2차 동성혼 소송 신청서를 서울가정법원에 접수한다고 밝혔다. 제2차 동성혼 소송의 당사자는 레즈비언 커플, 게이 커플 등 총 커플로 대리인단은 "한 커플에 대한 각하가 있다면 2배수 이상으로 소송 당사자들을 늘려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제2차 소송에 참여하는 레즈비언 커플은 40대 후반 사업가로, 1999년부터 18년을 함께해 왔다. 양가 부모님과 가족의 지지 속에 부부생활을 하며 함께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 또 다른 30대 게이 커플은 2008년 만나 2010년부터 함께 살고 있으며, 2013년에는 양가 부모님과 친지를 모시고 결혼식을 올린 회사원들이다. 이들은 2016년 4월 각각 서울 관악구청과 종로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이달 불수리 처분을 받았다.

이날 김조광수 김승환 커플과 변호인단, 인권단체 관계자 등은 "평등한 사랑을 위한 여정은 계속된다. 사법부는 응답하라"를 외치는 것으로 이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김승환 대표는 "이제부터가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진짜 긴 싸움의 시작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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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 감독(왼쪽)과 김승환 대표 / 사진=이기범 기자


한편 서울서부지법(이태종법원장)은 김조광수 김승환 커플이 서대문구의 혼인선고서 불수리 처분 불복 소송에 각하 결정을 내리며 "헌법이나 민법 등 관련법에서 명문으로 혼인이 남녀 간의 결합이라고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결합'이라고 해석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결정문에서 동성간의 결합을 법적 혼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상속권, 이혼시의 재산분할청구권, 입원 또는 수술에 동의를 하고 사망시 장례를 주관할 권리, 국민건강보험에 있어 가족으로 혜택을 받을 권리, 유족보상 혹은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 각종 세법상의 가족공제청구권 등을 누릴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법률적 혼인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힌청인들의 입장에 공감이 가는 바가 없지 아니하고, 신청인들이 처한 상황이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남녀 간의 결합을 통하여 혼인을 이룬 혼인 당사자는 혼인 및 공동의 자녀 출산을 통하여 가족을 이루고,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 헌신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공동의 자녀를 출산하여 자녀를 함께 양육"할 수 있으므로 동성 간의 결합을 혼인에서 배제하는 것이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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