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표 촬영감독이 전한 '곡성' 뒷이야기.."스크린X 검토"(인터뷰)②

[韓영화 장인 릴레이 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5.25 09:00 / 조회 : 7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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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표 촬영감독과 나홍진 감독/곡성 스틸


홍경표 촬영감독은 나홍진 감독에게 '곡성'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했다"고 했다. 지옥 같은 '해무' 촬영장을 막 빠져나왔는데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다시 지옥행을 자처했다. 그가 전한 '곡성'의 뒷이야기를 옮긴다.


-'해무'로 인연을 맺었던 김윤석이 나홍진 감독에게 '곡성' 촬영감독으로 홍경표 촬영감독을 추천했다던데.

▶그렇다더라. 처음 '곡성'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오 이건 뭐지. 내가 생각한 나홍진이 아닌데" 싶더라. 시나리오를 덮고 고민했다. '해무'를 찍을 때 너무 악몽을 많이 꿨다. 그 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제안한 촬영 장면이었는데 배끼리 부딪혀 사고도 났었던 탓이다. 그래서 '곡성'을 찍으면 내 멘탈이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다. 6개월 동안 이 이미지를 계속 머리에 담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홍진 감독을 만나서 "대단하다"고 했다. "2~3년 동안 머리에 어떻게 이런 이미지를 계속 담고 있었냐"고 했다. 하루 고민하고 하자고 했다. 너무 땡기더라.

-'곡성'은 비도 많이 내리고, 풍경도 시골이라 굉장히 넓다. 빛 설계를 어떻게 했나.

▶'곡성'은 내가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보고 어떻게 할지, 계산을 안했다. 일단 나홍진 감독과 카메라를 들고 곡성으로 같이 갔다. 3월쯤이라 잎도 없고 횡 하더라. '곡성'과 잘 맞았다. 이런 빛, 이런 자연, 이런 것들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 정답을 두고 작업하지 않았다. 산을 수시로 올라 해가 뜨고 지는 매직타임을 담았다. 어떨 때는 빛은 좋은데 구름이 끼고, 어떨 때는 빛이 안 맞고. 원하는 빛을 담을 때까지 계속 찍었다.


-나홍진 감독과 작업은 어땠나.

▶재즈 같았다. 즉석에서 이뤄지는 협연이라고나 할까. 그도 세고, 나도 센데 방향성이 같으니 합이 맞았다. 나홍진 감독도 '곡성'에선 콘티를 버렸다. 방향성에 전혀 이견이 없었다. 다만 만드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여기서 비가 내리면 저쪽 끝에는 비가 흩뿌린다. 도시라면 숨길 수 있지만 넓은 자연에서 담아내야 했기에 마지막까지 일정했어야 했다. 나홍진 감독은 기다려 줄 줄 안다. 사실 그런 감독들이 그리 많지 않다. 내가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준다.

-'곡성'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엔딩에 황정민이 곽도원 집으로 찾아가는 장면. 닭이 세 번 울고 난 뒤니깐 어스름 한 새벽이어야 했다. 그런데 촬영 여건 때문에 원래는 밤에 찍으려 했다. 새벽 그 짧은 순간을 담아내야 하니깐 카메라 세팅, 조명 세팅 등등 현실적인 여건이 어려웠다. 나홍진 감독이 그냥 새벽에 찍자고 하더라. 새벽이니깐 그 자연광을 담고 싶다고 했다. 아주 좋았다. 그 대신 며칠에 나눠서 찍어야 했다. 그 정서, 그 분위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난장판이 벌어진 뒤 쓸쓸하면서도 슬픈 묘한 정서. 그 샷을, 그 새벽 빛을 담아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스크린에 구현된 그 빛을 보고 쾌감을 느꼈다.

-황정민의 굿 장면은 어땠나.

▶인물 중심, 배우 중심으로 찍었기에 힘든 건 없었다. 배우가 힘들었지. 황정민이 어떻게 관객을 몰아가느냐가 그 장면의 관건이었다. 동선을 짜면서 황정민과 굿하는 사람들에 집중했다.

-반대로 아쉬운 장면은.

▶사실 '곡성'에서 아쉬운 장면은 별로 없지만 굳이 꼽자면 박춘배가 우물로 오는 장면이다. 6일에 걸쳐 찍었다. 해가 넘어가는데 그림자가 생기니깐 대나무를 옮기기도 하고 자르기도 했다. 그런데도 약간 튀더라. 나홍진 감독과 고민하다가 일단 튀더라도 찍자고 했다.

-마지막 천우희와 곽도원 장면은 콘트라스트(밝음과 어둠의 대조)가 굉장했는데. 새벽 촬영이었을 텐데 어떻게 가능했나.

▶고생 많이 했다. 우선 어릴 적 시골에서 늦은 밤 느껴지는 그런 어둠을 담아내고 싶었다. 닭이 세번 울기 전부터 울 때까지 찰나를 담아야 했기에 그 새벽의 빛을 순서대로 담아야 했다. 그러면서도 하이라이트(빛을 받은 물체에서 가장 밝은 부분)를 모두 없애야 했고.

-'마더'에 이어 아나모픽 렌즈를 썼는데.

▶나홍진 감독이 '곡성'에선 기괴하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나모픽 렌즈를 쓰자고 했다. 일반 렌즈는 눈과 달리 카메라에 풍경을 담으면 먼 거리는 더 멀게 느껴진다. 반면 아나모픽 렌즈는 먼 거리를 더 가깝게 느껴지도록 한다. 그러니 '곡성'에선 아나모픽 렌즈로 먼 풍경, 숲, 나무들이 인물로 더 다가온 느낌을 주게 했다. 그래서 자연이 뭔가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듯 한 느낌을, 관객이 받도록 했다.

-'곡성'에선 '해무'와 달리 더 차가운 느낌을 주는데.

▶원래 '곡성'은 나홍진 감독이 처음에는 필름으로 찍을 생각도 했다. 필름이 주는 질감을 느끼게 하고 싶단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필름 값이 어마어마하게 나왔을 것 같다.(웃음) '해무'는 필름 같은 느낌을 주려 했던 영화 였기도 했다. '곡성'에서 더 차가운 느낌을 준 건 디지털의 어떤 느낌과도 맞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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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스틸


-화면 비율이 시네마스코프(가로 세로의 비율이 2.35: 1로 표준 규격인 1.33: 1에 비해 가로의 비가 훨씬 크다)라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정보의 비율이 훨씬 큰데. 그래서 '곡성'은 큰 스크린에서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고.

▶그렇다. 어느 순간 프레임이 없어지고 공간에 빨려드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곡성'에선 그게 가장 중요했다. 큰 스크린에서 볼수록 그런 효과가 더 크다. 사실 '곡성'은 스크린X(세 화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기법)도 검토했었다. 스크린X로 찍으면 일단 스크린X 전용관은 확보하는 셈이니. 테스트 촬영을 해보니 집중이 안돼 음산함이 안 담기더라.

-IMAX라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들던데.

▶비용이 어마어마한데, 언젠가는 IMAX로 꼭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3D도 관심이 많았다. '설국열차'를 3D로 해볼까 검토도 했었다. 그런데 '스타트렉' 3D 컴버팅을 봤더니 굳이 3D로 찍을 이유가 싶을까 싶더라. VR도 관심이 많아 기계를 구입할 생각이다.

-'곡성'은 유달리 즉흥성이 담긴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현장에서 귀신이 도와준다고 했다. 촬영감독은 바닥이 드러나는 직업이다. 자기가 그대로 담기기 때문이다. 내가 찍어도 공기가 다를 때가 있다. 같은 장소에서, 매번 찍어도 다르다. 이번에는 현장 즉흥성이 어느 때보다 좋았다. 촉이 많이 왔다. '곡성' 인서트 장면은 15초 만에 찍었다. '곡성'은 찍으면서도 개봉하면 논란이 어느 정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 만큼 한국영화에서 좀 처럼 볼 수 없는 그림과 빛이 담겼기 때문이다.

-다음 영화는.

▶'국가대표2'다. '해무'와 '곡성'을 겪었으니 이번에는 좀 착한 영화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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