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화두였던 칸영화제..女황금종려상은 다음 기회라니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5.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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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칸 레드카펫을 오른 줄리아 로버츠 /AFPBBNews=뉴스1


올해 칸영화제의 화두는 '여성'이라 할 만했다. 하지만 칸의 심사위원들은 칸에 처음 온 젊은 여성감독 대신 십 수 번 칸에 온 남성 노장의 손을 들어줬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이 22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의 빨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가운데 영국의 켄 로치(80) 감독이 연출한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무려 18번 칸에 온 켄 로치 감독은 2006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이후 10년 만에 2번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는 기쁨을 누렸다. 동시에 8번째 황금종려상 2회 수상자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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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어드만'의 마렌 아데 감독 /AFPBBNews=뉴스1


켄 로치가 기쁨을 누리는 동안 안타까움을 삼켜야 했던 이는 독일의 여성 감독 마렌 아데. 1976년생인 그는 처음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토니 어드만'(Toni Erdmann)으로 호평받으며 유력한 황금종려상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 1993년 '피아노'를 내놨던 뉴질랜드 감독 제인 캠피온에 이어 23년 만에 칸에서 2번째로 황금종려상을 받는 여성 감독이 나오나 기대도 컸다. 그러나 칸은 철저히 그녀를 외면했다. 개인적 내용을 다룬 코믹 터치의 영화가 칸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던 터지만, 칸 경쟁부문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그녀를 끝내 빈손으로 돌려보낸 건 가혹했다.

올해 칸영화제는 시작부터 '여성'이 화두로 떠오르며 주목받았다. 마렌 아데 감독을 비롯해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아메리칸 허니', 니콜 가르시아 감독의 '프롬 더 랜드 오브 더 문' 등 여성 감독의 영화 3편이 경쟁부문에 올라 강세를 예고했다. 여성 감독에게 지독히 인색했던 칸이 3명의 여성감독을 경쟁에 부른 건 이번이 최초다.


경쟁부문 심사위원 중 여성이 4명 포함된 것도 처음이다. 프랑스 배우 겸 가수 바네사 파라디, 이란 프로듀서 파타윤 샤하비, 이탈리아 배우 겸 감독 발레리아 골리노, 미국 배우 커스틴 던스트 등이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여성 캐릭터도 빛났다. 이들 감독의 영화들은 모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비롯해 많은 경쟁부문 초청작들이 여성 캐릭터를 앞세웠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줄리에타',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 폴 버호벤 감독의 '엘르', 다르덴 형제의 '언노운 걸',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네온 데몬'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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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안드레아 아놀드(왼쪽) 감독과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하운다 벤야미나 감독 /AFPBBNews=뉴스1


스크린 뿐만이 아니다. 레드카펫에서도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는 맨발로 칸의 레드카펫에 올라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캐롤' 상영 당시 플랫슈즈를 신은 여성들의 입장을 거부해 '힐 게이트'(heel gate)란 소리까지 들었던 칸영화제에 대한 항의를 담은 것이었다. 샤를리즈 테론, 수잔 서랜든 등은 섹시한 드레스 대신 바지 정장 차림으로 레드카펫에 올랐다. 여성에겐 힐과 드레스를 강요하는 칸의 드레스코드에 대한 명백한 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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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를 입고 칸 레드카펫에 선 샤를리즈 테론(가운데) /AFPBBNews=뉴스1


마렌 아데 감독의 수상 불발이 아쉬웠지만, 시상식에서는 다른 여성 감독들이 빛났다. 영국 출신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은 결국 '아메리칸 하니'로 3등 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상을 품에 안았다.

첫 장편 영화를 내놓은 신인 감독에게 주어지는 황금카메라상의 주인공 또한 여성이었다. 감독주간 초청작 '디바인스'(Divines)을 연출한 프랑스계 모로코인인 하운다 벤야미나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69회를 맞이한 칸이 여성에게 대대적으로 문을 열었다지만, 2명의 여성감독이 수상했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올해 칸 영화제 마렌 아데 감독의 빈손 귀국은 세계 영화계의 안줏거리가 될 게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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