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韓영화들, 어찌 뿌듯하지 아니한가

[칸에서 쓴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5.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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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필름마켓 앞에 설치된 한국영화 포스터 / 사진=김현록 기자


제69회 칸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묵직하던 데일리들이 눈에 띄게 얄팍해졌습니다. 우중충하던 날씨는 쨍쨍해졌습니다. 영화제 메인 행사관인 빨레 드 페스티벌도 보다 한가합니다. 화제작과 스타들, 인파로 북적이던 첫 주말을 지난 프랑스 칸의 풍경입니다.

올해 칸은 한국영화 풍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지난 13일에서 14일로 이어진 첫 주말은 '코리안 데이즈'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었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한국영화로는 4년 만에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비경쟁부문에,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각각 초청됐습니다.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된 박영주 감독의 '1킬로그램', 감독주간인 윤재호 감독의 '히치하이커' 등 단편까지 총 5편의 한국영화가 칸에 왔습니다. 중국과 일본이 주춤한 가운데 칸에서도 한국영화의 재기 움직임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덕분에 이게 칸영화제인지 부산영화제인지 모르게 한국영화 취재로 바쁜 주말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몸이 고달프고 바빠도 꽤 신이 납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온 한국영화들이 하나같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덕이죠. 바삐 미팅을 이어가고 있는 부산영화제 김동호 신임 집행위원장 내정자, 강수연 집행위원장도 분위기가 다르답니다. 어딜 가도 올해 한국영화가 돋보인다는 이야기를 해 뿌듯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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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부산행', '아가씨', '곡성'의 포스터 이미지


가장 먼저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 '부산행'은 영화제의 핫무비가 됐습니다. 상영 도중 14번 넘게 환호성이 터져나왔고요, 새벽 2시반 가까운 시간인데도 관객들의 얼굴에 신난 기색이 역력했을 정도입니다. 저 역시 시차 적응도 안 된 최악의 컨디션에서 영화를 봤는데도 졸음이 싹 달아나더군요. 리뷰도 호평 일색이에요. 판매 부스에도 문의가 잇달아 판매가까지 치솟았다고 합니다. 칸영화제는 공식 홈페이지에 연상호 감독의 독사진을 두 개나 싣고 관심을 표했습니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다음엔 경쟁부문에서 만나자"고 했을 정도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또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스크린인터내셔널 데일리의 평점이 2.1점으로 낮은 편이지만, 극찬도 상당합니다. 미국매체 및 평론가의 만족도를 집계, 공개하는 로튼토마토 지수는 92%에 달합니다. 올해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조지 밀러 감독이 심사위원장이고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대거 심사위원에 포함된 걸 감안하면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워낙 경쟁작이 출중하지만, '아가씨'는 정교하고 대범하며, 김민희는 압권이에요. 신예 김태리 역시 돋보입니다. '올드보이', '박쥐'로 거푸 수상했던 박찬욱 감독을 칸이 왠지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랄까요. 참, "상업적"이란 평도 순제작비 124억짜리 영화를 만든 박찬욱 감독에게는 응원이 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먼저 '터진' '곡성'은 오는 18일이나 공식 상영을 갖지만 미리부터 반응이 후끈합니다. 스크린인터내셔널은 리뷰 첫 문단을 "최근 나온 최고의 한국영화 중 하나"라고 마무리하더군요. 나홍진 감독은 물론 촬영과 음악, 배우들까지 하나하나 짚어가며 칭찬을 남겼습니다. 일단 한국에서 입소문이 상당한지라 12일 필름마켓에서 진행된 특별시사가 매진됐을 정도입니다. 18일 공식상영이 어떤 분위기일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칸의 기자들은 아마 다시 바빠지겠죠. 하지만 분명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날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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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9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 크로와제트 거리에 있는 동상 / 사진=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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