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이 말하는 '곡성'의 결말..이 인터뷰는 영화보고 보세요(스포有)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5.07 08:30 / 조회 : 46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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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사진=임성균 기자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그러니깐 2014년 1월의 어느 날. 나홍진 감독과 '곡성'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막 소설 형태로 '곡성' 시나리오가 나왔을 무렵이다. 그가 "어떻게 봤냐"고 물었다. "감독이 하고 싶은 대로 찍으면 칸 경쟁에 갈 것 같고, 흥행을 바란다면 같이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3년이 흘러 '곡성'이 공개됐다. '곡성'은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지난 3일 기자시사회 이후 "무시무시한 영화가 나왔다"며 칭찬 세례가 쏟아지고 있다. 11일 전야 개봉이니 관객 반응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나홍진 감독은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으려 했던 것 같다.

'곡성'은 전남 곡성의 한 마을에 기괴한 일본인이 흘러들어오면서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자 경찰이 이를 해결하려 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선과 악, 기독교와 무속, 스릴러에 오컬트 등 여러 이야기들로 보는 이를 매혹시킨다. '추격자'와 '황해'로 핏빛 매혹을 그렸던 나홍진 감독은 이번에는 지옥문을 열었다.

그와 만나 다시 '곡성' 이야기를 나눴다. 이 인터뷰는 결정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한참 '곡성' 시나리오를 준비하던 시절, 그렇게 무당을 만나러 다닌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준비하다 보니 무당 이야기가 필요했나, 아니면 무당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이 이야기가 만들어졌나.

▶이 이야기를 구상하다 보니깐 여러 가지를 알아봐야겠더라. '야매'지만 난 기독교니깐, 무속에 대해 아는 게 없기도 했고. 무당집에서 두 달 정도 있으면서 같이 기도도 드렸었다. 뭔가가 다가온다. 초월적인 뭔가가. 어떻게 하면 그걸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기독교적으로 고민을 하다 보니 너무 그쪽으로만 치우치더라. 그래서 다른 이야기를 담아 균형을 잡으려 했다.

-왜 '곡성'을 만들었나.

▶가까운 가족이 죽었다. 죽지 않아야 할 상황이었는데 죽었다. 당시 '황해'가 끝나고 난 뒤였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너무 선한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세상을 떠났으니깐. 장례식에서 예배를 드리고 스스로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서 확장하고 확장했다. 그렇게 찾은 이유를, 시선을 부감으로 와이드해서 봤더니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시작부터 성경 구절을 인용한다. 결론에 다시 한 번 큰 질문을 던지고. 왜 그랬나.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곡성'이 예루살렘 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예수님이 당시에는 이런 존재였을 수도 있고. 신약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의문을 던지고 싶었다.

-'추격자' '황해' 등 긴장감으로만 몰고 갔던 전작들과 달리 '곡성'은 웃겼다가 긴장을 줬다가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나락으로 수직 낙하하는데.

▶플롯 디자인을 라이트하게 시작해서 아주 다크하게 그려가고 싶었다. 그래프로 치자면 끝까지 바닥으로 떨어지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런 구조는 레퍼런스가 없었으니깐. 위험성은 컸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의도를 손상 시키지 않는 선에서 재미를 줄까라고 생각했다. 전작들에선 매우 세게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스릴을 주려 했다. 그렇게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려 했다. 그 방식은 두 번 했으니깐, '곡성'은 반대로 라이트하게 가면서 무장해제를 시킨 뒤 밑바닥으로 안내하고 싶었다. '황해'에서 아주 많은 교훈을 얻었다.

-레퍼런스가 없다고 했지만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플롯 구조가 닮은 게 아닌가 싶던데. 긴장과 이완의 반복, 와이드 앵글과 컷 배치, 편집점 등이 닮은 것도 같고. 차이가 있다면 '살인의 추억'은 일말의 희망을 남긴다면, '곡성'은 지옥으로 끌고 간다고 할까.

▶봉준호 감독의 영향을 안 받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박찬욱, 김지운 감독 등 좋아하는 감독들의 영화를 무진장 많이 봤다. '살인의 추억'도 수 백번 봤다. '곡성'을 하면서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지는 않았지만 영향을 아마도 받았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에게 송강호가 있다면, '곡성'에는 곽도원이 있다. 조연이었던 곽도원을 '곡성'에서 첫 주연으로 쓴 이유를 알겠던데.

▶곽도원과 '황해'에서 호흡을 맞췄었다. 단순하면서 진지 하고 어떤 적합한 포인트가 있다. 그 영역과 표현력, 이미지, 연기력 등등이 다 필요했다.

-'곡성'에서 집요한 정도로 자연광을 원했다. 해가 지고 뜰 때의 매직타임을 계속 담아냈고. 자연광을 담기 위해 박춘배와 결투 장면 같은 경우 6일에 걸쳐 찍기도 했다. 배경의 대나무가 자연광에 방해된다고 뽑아서 옮기기도 했고.

▶자연광에 대한 집착이라기보단, 낮 촬영에서 태양을 이길 수 있는 조명은 없다. 자연광을 고집했다기 보단, 흐린 날과 맑은 날을 담을 때 저 멀리 저 끝에까지 그 빛을 담아야 했는데 조명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었다. '추격자'나 '황해'는 도시가 배경이다. 건물이 있고, 하늘이 없으니 조명으로 조절이 가능했다. 하지만 곡성은 높은 건물이 없다. 야외 촬영은 어떻게 조명으로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비가 내리는데도 햇빛이 쨍쨍한 경우를 어떻게 인공조명으로 담아낼 수 있겠나. 이 영화에 자연광이 맞았으니 그리 담은 것이었다.

-롱테이크가 많고 부감도 많다. 그렇다고 그런 장면들을 길게 흐르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았는데.

▶롱테이크와 부감이 많은 건 아까 이야기했던 기획의도와 닿아있다. 이번엔 콘티 없이 찍었다. 콘티 대로 일일이 찍었다면 또 8개월이 걸렸을 것이다. '황해'에서 많은 걸 배웠다니깐.(웃음) 그런 점에서 홍경표 촬영감독을 믿었다.

-왜 홍경표 촬영감독과 같이 했나. 그 선택이 '곡성'을 어떻게 찍어야 한다는 계획과 맞닿아 있었을텐데.

▶와이드샷을 찍고 싶었다. 이 공간을 담으려면 꼭 그래야 했다. '추격자'나 '황해'는 망원의 느낌이었다. 화각이 좁았다. 반면 '곡성'은 넓어야 했다. 풀샷을, 부감으로 찍을 때 자연이 같이 잡혀야 했다. CG가 아닌 자연이 주는 느낌을 각 장면마다 가져왔어야 했다.

-그래서 곡성을 촬영장소로 떠올렸나.

▶이야기를 쓰다 보니 곡성이 떠오르더라. 할머니 고향이 곡성이어서 자주 갔었다. 다시 가보니 그대로더라. 이 이야기에 아주 이상적인 곳이었다. '곡성'은 인간을 다루면서 다른 존재로 같이 다룬다. 다른 존재를 카메라로 담을 때, 가장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자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자연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연. 예컨대 풀밭에 가만히 누워 산을 바라보면, 마치 그 산이 움직일 것 같은 그런 느낌. 곡성은 마을 부락을 담을 때 자연스럽게 자연까지 잡힌다. 그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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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사진=임성균 기자


지금부터 스포일러에 대한 질문과 답이 나옵니다.

-엔딩이 시나리오와는 달라졌다. 쿠니무라 준과 황정민이 교차 되고, 그가 탄 차가 천우희를 그냥 통과하고 그러다가 전복되는 게 엔딩이었는데. 이후 일본인 정체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었고. 그런데 지금 결말로 마무리했다. 그게 더 지금의 '곡성'과 맞기도 한데. 결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던데.

▶여러 버전을 편집해봤는데 곽도원 클로즈업으로 해야 겠더라. 곽도원 클로즈업 이상의 엔딩이 없는 것 같았다. 이 마침표가 가장 좋았다기 보단, 이 뒤의 이야기가 없어야겠더라. 원래 엔딩을 원하는 다른 사람들도 있어서 가편집해서 큰 화면으로 보여줬었다. 그랬더니 지금 엔딩이 맞다고 동의하더라.

-천우희와 쿠니무라 준의 추격장면은 통 편집됐다. 지금도 이야기가 맞지만 둘의 대결을 보여줬다면 둘이 어떤 존재들일지 더 선명했을 것 같던데.

▶아니다. 사실 나도 그 장면을 편집해 놓고 8개월 동안 고민했다. 넣을까 말까를 다른 내용들을 편집하면서도 계속 고민했다. 그 장면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안 버린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다.

결국 최종적인 결론은 그 장면은 천우희의 카리스마를 지상으로 내려오게 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후에서야 버렸다.

-황정민의 굿 장면은 여러 장면으로 분할된다. 쿠니무라 준과 교차편집이 돼 그 자체로 싸움이 되는 한편 박춘배의 장면까지 첨가돼 이질감을 더한다. 굿 장면의 동선도 쉽지 않았을텐데, 박춘배까지 넣은 이유는 뭔가.

▶일단 샷 디비전(화면 분할)은 특별한 의미는 없다. 모두 다 잡아야 했다. 굿 장면은 롱 테이크로 가야 되는데 배우의 체력적인 문제가 있으니깐 카메라를 여러 대 셋팅했다. 리허설로 동선을 일일이 체크했고. 그리고 일부러 콘티를 보지 말라고 했다. 유연성을 살리고 싶었다. '황해'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콘티에 매달렸다면 '황해'처럼 11개월을 찍었을 것이다.

교차 편집에 박춘배까지 넣은 건 관객에게 많은 의도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의심 많은 관객이라면 둘의 대결에서 구원을 볼 수도 있고, 또 다른 관객은 해악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또 다른 뭔가를 떠올릴 수도 있고.

시나리오를 쓸 때 각 장면마다 관객의 반응을 퍼센티지로 나눈다. 어떻게 반응할까를 고민하고 그 퍼센티지를 변형시키도록 노력한다. '곡성'에선 이런 의심, 저런 의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만일 '곡성'을 관객이 재관람하면, 즉 영화에 대한 정보가 있는 관객들이라면 그 장면들의 퍼센티지가 다시 바뀌길 바랐다.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갖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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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사진=임성균 기자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야 워낙 고수들이니 그렇다 치고 곽도원의 딸로 등장하는 김환희는 '곡성'에서 아주 큰 롤이다. 워낙 어리다보니 디렉션을 주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친해지려고 노력했고, 그 배우가 질문을 나에게 던지게 하려 노력했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윽박을 지른다고 안 되는 연기가 되고, 안 되는 상황이 바뀌겠나. 스태프와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자동차 섹스 장면을 엿봐야 하는 촬영을 했다. 그 장면들이 있었기에 개릭터들이 더 도드라지고, 그래서 후반부 변화가 더 절실하다. 하지만 아역배우인 만큼 상황이 쉬운 상황은 아니었을 텐데.

▶따로 찍었다. 시나리오를 봤으니 상황을 알 수는 있다. 스스로도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다고 하더라. 그 상황은 몰라도 된다, 따로 찍겠다고 했다. 그 장면에 대해서 왜 넣는 거냐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굳이 들어가야 하냐는 사람도 있었고. 하지만 나도 어린 시절 본 적도 있고. 개인 생활이 없는 시골의 어떤 분위기와 그 캐릭터들의 상황, 변화가 필요했다. 이완하는 장치도 되고.

-해골 같은 꽃인 금어초가 '곡성'에서 주요한 모티프로 등장하는데.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었나.

▶네이버의 아이디어다. 괜찮은 상징물이 뭐 있을까 네이버에서 열심히 뒤져봤다.

-초반부에 곽도원이 파출소에서 보는 만화책이 '용랑전'인데. 일종의 판타지 만화고. 직접 소품으로 채택한 것인가.

▶아니다. 소품팀이 갖다 놨는지, 원래 있던 만화책인지 잘 모르겠다.

-홍경표 촬영감독도 훌륭하지만 이후경 미술감독도 탁월했다. 오컬트 영화라면 전형적으로 등장할 이미지들을 일부러 피하고 토속적으로 다시 만들었다. 음악은 달파란-장영규 감독이 했는데, 전형적일 땐 전형적이고, 정적이 필요할 땐 정적이 다가온다. 그 조합들이 아주 좋던데.

▶음악은 진짜 오래 걸렸다. 고생이 정말 많으셨다. 편집실에서 '곡성'은 귀신 들린 영화라고들 했다. 눈꼽 만큼만 편집이 바뀌어도 음악을 다시 넣어야 할 만큼 다 달라진다고. 파이널이 나왔는데 또 생각이 바뀌더라. 처음 음악감독님들을 모실 때 전형적인 스타일이 아니라서 모신다고 했었다. 다른 느낌을 원했고, 그 작업들을 해주셨다.

-영화 막바지로 달려갈 때, 닭이 세 번 울 때까지 부인하는 베드로의 모티프와 직접 손가락 구멍에 손을 넣어서 확인하라는 도마의 모티프가 등장한다. 베드로야 영화 그대로이고, 도마 모티프는 모호함과 명확성을 동시에 주는데.

▶도마 모티프는 나중에 CG로 추가한 것이다. 영화에서 드러나는 선명한 존재를 관객이 다중적으로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그를 보고 가톨릭 부제가 "주여"라고 할 때, "주여"를 과연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관객이 더욱 극명하게 느끼도록 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늘에 있는 존재인지, 아니면 앞에 있는 대상인지, 보는 그대로 일수도 있고, 아니면 다를 수도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각자 더 차이가 나도록 하게 하고 싶었다.

-'곡성'으로 세 번째 칸영화제에 가는데.

▶별로 기대 안했다. 발표 이틀 전에야 완성본을 보냈다. 그나마 음악과 사운드는 미완성이었다. 미완성이라고 그대로 적어 보냈다.

-'곡성'을 본 관객들은 '추격자' '황해'에 이어 나홍진 감독이 그리는 세계는 지옥이구나, 이 사람에게 희망은 없구나라고 생각할 법한데.

▶글쎄, 나 나름대로는 이 결말이 곽도원 가족들에게 위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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