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한컷]황정민이 지겹다던 분들께..강력한 '곡성' 한 방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5.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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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 사진=스타뉴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천우희는 '곡성'(감독 나홍진)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은 뒤의 기분을 "멘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대혼란에 대혼돈"이라고도 했습니다. 지난 3일 열린 '곡성'의 언론시사회가 자연히 떠올랐습니다. 156분의 러닝타임이 끝나고 '나홍진 감독 작품'이란 자막이 떠오를 때 주위를 감돌던 한숨 소리가 생각납니다. 술렁이던 분위기와 웅성거림도요. 누군가는 "미치겠다"고 했고, 누군가는 "미쳤다"고 했습니다. "죽겠다"고, "죽인다"고도 했습니다. 엔딩 크레디트의 하얀 글자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이어질 간담회를 부산하게 준비하던 저 역시 그런 말들을 웅얼거렸던 것 같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곡성'은 거대한 야심과 집요함의 결과물입니다. 어느 시골 마을, 멀쩡하던 사람들이 정신줄을 놓고 가족을 해치는 살인사건이 자꾸 벌어집니다. 사람들은 수군거립니다. 야생 버섯을 잘못 먹은 탓이다, 산속에 일본인(쿠니무라 준)이 들어온 뒤 흉한 일이 자꾸 생긴다…. 수사하던 경찰 종구(곽도원 분)는 미스터리한 목격자(천우희 분)을 만난 뒤 더욱 의심이 생깁니다. 더욱이 어린 딸이 가해자들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자 불안해집니다. 용하다는 무당(황정민 분)까지 불러들여 푸닥거리를 하지만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미칠 지경이 됩니다.


꿈에 나올까 두려운 순간들이 이어지는 영화는 뜻한 바를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추격자', '황해'의 나홍진은 더욱 지독하고 치열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믿음직한 배우들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극에 녹아들었습니다. 기가 질릴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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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의 황정민 / 사진=스틸컷


그 중에서도 황정민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가 처음 '곡성'에 등장한 순간 시계를 흘깃 봤습니다. 정확히 오후 3시22분. 2시가 조금 넘어 시작한 영화가 중반에 접어든 이후였습니다. 꽁지머리 박수무당 일광 역을 맡은 그는 지난 몇 편의 대박 영화에서 만난 황정민이 아니었습니다. 착한 남자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굿을 하고 살(殺)을 날리는 대목에선 '접신할까봐 걱정했다'던 나홍진 감독의 이야기가 공연한 공치사가 아니구나 싶더군요.


지금 황정민이라 하면 '믿음직한 배우'보다 '대박의 아이콘'이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지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게 흥행 성적이 너무 어마어마했습니다. '국제시장'이 1400만 관객을 모으고, '베테랑'이 또 여름을 흔들고, '히말라야'가 터지고, '검사외전'이 또 대박이 났죠. 흥행은 축복이지만 동시에 너무 많이 황정민을 봤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사실입니다. 희생·정의·응징 등을 대변하는 '우리 편' 캐릭터가 '지겹다'는 이야기도 나왔고요. 하지만 '곡성' 이후엔 다를 겁니다. '곡성'은 그런 이야기들을 쏙 들어가게 해줄 작품임이 분명합니다. 영화 속 황정민 또한 그럴만한 열연을 펼쳤습니다.

지난 '곡성'의 간담회로 되돌아가 봅니다. 나홍진 감독은 "배우들 개개인의 뛰어남이 강렬함의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저는 거들었을 뿐"이라면서 "특히 황정민 선배님에게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꾸벅 고개를 숙였습니다. 바로 화답을 못하던 황정민은 그저 "감사합니다, 창피해서 그래요"라며 슬쩍 마이크를 내려놨습니다. 영화의 얼얼함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 흐뭇함만은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황정민의 반가운 컴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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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정민, 곽도원, 천우희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곡성' 언론시사 및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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