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이 말하는 '엽기2','1박2일' 하차, 윤시윤, 제2의 전성기(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5.0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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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사진=임성균 기자


차태현은 늘 한결 같아 보인다. 늘 기복 없고, 늘 밝게 웃는. 하지만 그는 한결 같지만 또 다르게 변하고 있다.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

과거, 그에겐 참 한결 같이 "X가지가 없다"는 말이 따르곤 했다. 인기 좋고, 혈기 방장한 시절, 차태현은 아닌 건 아니라고 늘 명확했다. 정말 "X가지가 없다"면 그의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없었을 터. 그의 한결 같음은 가장 큰 장점이었다. 뭘 어떻게 해서 자기를 내세워야겠다는 욕심이 그에겐, 없었다. 박수 쳐주기 좋아하고, 크게 반응해주기 좋아한다.


그런 차태현의 한결 같음은 요즘에서야 더욱 박수갈채를 받는다. 차태현의 한결 같고, 남을 받쳐주기 좋아하는 성격은, 지금 시대에서야 비로소 더욱 인정을 받고 있다.

한결 같아 보이지만 그라고 위기가 없었을 리가 없다. 차태현은 심각한 공황장애를 앓았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 조금씩 증세가 줄어 들었지만, 그라고 마냥 좋을 리는 결코 없다. 그는 살면서 점점 더 욕심을 내려놓는 방법을 배웠다. 그 내려놓는 욕심이 지금의 차태현을 만들었다. 지금의 차태현을 향한 박수갈채는, 한결 같지만 달라진 지금의 그를, 비로소 세상이 좀 더 알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배우 차태현은 흥행의 아이콘이다. 일부를 제외하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차태현이 출연하면 말이 안 되도 희한하게 말이 될 것 같다. 배우 차태현의 가장 큰 미덕이다.


12일 개봉하는 '엽기적인 그녀2'는 그런 차태현의 미덕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지현과 호흡을 맞춘 '엽기적인 그녀'는 당대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그런 '엽기적인 그녀' 2편을 찍을 땐, 잘 되면 공을 모두 나누지만, 안 되면 차태현이 가장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차태현은 이 모험을 시작했다. 한결 같지만 조금은 더 좋은 사람이 된 차태현이기에 가능한 모험이었다.

-어린이날에 뭐 했나.

▶아이들이랑 아내와 처갓집에 갔다 왔다.

-아이들 때문에 하는 게 많은 것 같다. '1박2일'도 그렇고, '엽기적인 그녀2' 출연도 그런 원인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1박2일'은 순전히 아이들 때문이다. 영화만 하니깐 아이들 주위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 큰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기왕에 아빠가 연예인이면 인기 있는 연예인으로 계속 있어줬으면 좋겠더라. '엽기2'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가 있긴 하다.

-사실 '엽기2'를 할 때, 잘 되면 공은 나누게 되지만, 안 되면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이 차태현인데. '엽기' 1편에서 맡은 견우 캐릭터가 그리워져서 하게 됐다고 말하곤 하지만 같이 만든 사람들과 의리도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선택한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의리? 뭐 없다고 할 수 없다. '엽기' 1편은 나와 곽재용 감독, 전지현에겐 뗄래야 뗄 수 없는 작품이다. 적어도 나는 그 작품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엽기2'를 하려 했던 시도는 참 많았다. 그럴 때마다 곽재용 감독과 전지현이 없는 '엽기2'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했었다.

그런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지, 좀 생각이 변하더라. '엽기' 1편에는 그 영화만의 틀이 있었다. 강한 여성이랄지, 내레이션이랄지, 지금은 그런 영화들이 많아졌지만 그 때만 해도 그런 영화들이 없었다. 그런 '엽기'만의 고유함이 지금 2편 시나리오에 많이 있더라. 그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첫 시나리오에는 상대가 전지현이었다. 나중에 상황이 바꿔서 빅토리아로 바뀌면서 달라지긴 했지만 그 때 시나리오에도 신혼생활과 회사 생활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거라. 그래서 너무 좋았다. 현실적이고.

-전지현과 같이 작품을 하자는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나.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한 적 없다. '엽기'를 끝내고 나와 전지현이 다른 작품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워낙 색이 다르니깐, 둘이 나오면 '엽기' 같은 이야기 밖에 상상이 안 되더라.

-'엽기2'를 하면서 그동안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가 '엽기'에서 맡은 견우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영화들 속에서 그 견우를 재현하고 있다고 했고. 지나친 겸손 아닌가. 각각 차태현이 담겨 있다고 하면 모를까.

▶당연히 다른 캐릭터들이다. 어떻게 보면 다 내가 보인다고 할 수 있고. '엽기'에서 한 견우가 나와 제일 닮았다. 나는 연기할 때 캐릭터를 차태현화 시킨다. 그냥 내가 말하듯 자연스럽게 하려 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연기를 배웠고. 그래서 언젠가는 전혀 다른 나를 보여주고 싶은 게 마지막 숙제라고 생각한다.

-악역 또는 스릴러도 많이 제안을 받았을텐데.

▶들어오기도 한다. 물론 아주 잘된 스릴러 영화들은 안 들어왔지만.(웃음) 들어오는 걸 보면 딱 봐도 내가 범인이다. 어쩔 수 없다. 관객들도 딱 보면 내가 범인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 숙제라 생각한다. 한 번은 해보고 싶다.

하지만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하지는 말자는 게 내 신조다.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 이런 것 때문에 하지는 말자는 생각이다. 내가 한참 잘 나갔을 때, 내가 한다면 그런 걸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관객이 좋아할 것 같지 않았다.

-과거엔 변함 없이 'X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던 차태현이 요즘에는 세상 다시 없을 착한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다. 기사도 많이 나오고. 배우계의 유재석이 된 것 마냥. 'X가지 없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솔직하다는 뜻이었고, 그건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데. 뭐가 달라졌을까.

▶예전에 X가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렇게 이야기 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아, 넌 그런 애구나'라고 했었다. 그랬으니 지금도 계속 만나는 것일테고.

얼마 전 와이프가 그러더라. 자기는 좋은 기사가 너무 많이 나와서 무섭다고 하더라. 그래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엽기2' 개봉하면 욕하는 기사 많이 나올 거라며.(웃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왜 이렇게 포장될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가, 리얼 예능을 하다보니 더 많이 드러나서 그럴까, 그런 생각을 한다. 원래 받쳐주는 역할을 좋아한다. 그게 전략도 아니고 원래 그런 성격이다. 그런데 '1박2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는 그걸 감출 수가 없으니깐. 그런 것들을 사람들이 봐주는 게 아닐까 싶다.

-마치 배우계의 유재석이 된 것 같은데.

▶KBS에선 내가 KBS 예능만 하니깐 "우리에겐 차느님이 있다"고도 한다.(웃음) 재석이 형한테도 그렇게 살면 힘들지 않냐고 맨날 이야기하는데 내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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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사진=임성균 기자


-예능이든, 연기든 차태현의 큰 미덕 중 하나가 리액션이 크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박2일'에선 화면에선 안 나와도 차태현의 웃음소리는 늘 들린다. '엽기2'에선 한국 배우가 아닌 중국 배우인 빅토리아가 상대였으니 리액션이 훨씬 중요했을 것 같다. 빅토리아는 딱 정해진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을테니, 차태현에 따라 합이 달라질 테니깐.

▶그래서 김준호 형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내가 안 웃어준다는 소리다.(웃음) '엽기' 1편 때는 그냥 전지현이 하는 걸 보기만 하면 됐다. 별로 한 게 없다. 연기 하면서 '아, 이거 정말 빨리 개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주위만 알던 전지현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대박이겠구나란 생각이었다.

'엽기2'는 아무래도 외국 배우가 한국어로 연기를 해야 했다. 게다가 전지현이 했던 역할이고. (빅)토리아에게 부담을 줘서도 안되고, 줄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토리아가 예쁘고 매력적이게 보여줘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리고 내 친구 역으로 무조건 배성우 형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작품을 보고 너무 좋더라. 다음 영화인 '사랑하기 때문에'도 같이 했는데, 정말 다른 웃음 포인트가 있는 배우다.

-'엽기2'를 하면서 빅토리아와 배성우가 포인트였다면, 본인은? 본인이 얻어야 할 포인트는 생각 안했나.

▶음, 글쎄. 견우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캐릭터니깐. '엽기' 1편을 빼면 그 동안 내 마음에 100이었던 영화를 했던 적은 없다. 나만의 생각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고. 시나리오가 8~90 정도 내 마음에 들어오면, 같이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같이 만드는 작업이니깐. 그래서 내가 뭘 얻어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한 적 없다.

-얼마 전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 작품을 같이 한 동료들에게 선물을 돌리는데 '프로듀사'는 내가 선물을 주면 좀 그렇잖나라며 웃었었다. 그런데 사실 '프로듀사'는 차태현이 중심이 돼서 김종국, 장혁 등 친구들과 예능국에서 같이 해보자며 기획된 것이었다. 그랬는데도 스포트라이트는 김수현에게 돌아갔다. 이런 상황이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데.

▶박지은 작가가 친구들과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했었다. 처음으로 유명 작가와 일을 해보는 경험이었다. 그래도 아무리 유명 작가라고 해도 대본도 안 보고 할 수는 없기에 1,2회 대본이라도 달라고 했다. 받아보니 왜 박지은, 박지은 하는 줄 알겠더라.

그렇지만 나중에 김수현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던 건, 그건 김수현이니깐.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무래도 많은 경험을 쌓았으니깐. 한참 자신감이 넘쳤을 때는 막 자신감을 상대에게도 주고 그랬었다. 그러다가 막 깨지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공황장애도 앓았으니깐. 얼마 전에 정형돈 집에 가서 편지함에 공황장애 관련한 책을 두고 오기도 했었다.

항상 최악을 생각한다. 어쨌든 내려올 텐데 잘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내가 보여지기엔 딱히 망한 게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랬는데도 내 안에는 스트레스가 무척 많았었다. 그런 경험들이 있으니, 내가 먼저다, 누가 먼저다, 이런 걸로 싸울 이유도 없다.

그래도 하다보니 주연 여배우 없이 기자시사회도 하게 되더라. (웃음) 빅토리아가 중국 일정 때문에 '엽기2' 시사회에 못 왔는데 그게 그 친구 잘못은 아니잖나. 계속 이렇게 하면서 또 배우는구나 싶다. 10년 전이면 그런 걸로 충분히 화낼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지금은 달라진 것 같다.

-'1박2일'을 언젠가는 그만 둘텐데.

▶'1박2일'을 처음 할 때는 한 3년쯤 하고 그만 둘 생각이었다. 하다보니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알겠더라. 아니면 6개월만에 끝내지는 게 예능 이더라. 가끔 '1박2일'을 하면서 난 예능인인가 싶을 때가 있다. 좋은 영화를 보면 난 배우인가 싶을 때도 있고. 예능은 확실히 배우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다행인 건 내가 했던 역할들과 할 역할들이 큰 틀 안에서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1박2일'을 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덧 '1박2일'을 한지 5년이 됐다. 당장이라도 내가 '1박2일'에 피해를 주거나, 내가 할 작품들에게 피해가 된다면 '1박2일'을 그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다, 프로그램들에 피해를 주는 게 더 우선인가.

▶내가 받을 피해라고 해봤자, 예상 가능한 것들이다. 내 피해는 중요하지 않다. '1박2일'로 받은 게 더 많다. 일요 버라이어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나. 예를 들어 내가 드라마를 출연하는데, '1박2일'에서 너무 소리를 질러 드라마 촬영장에 가서 목소리가 안 나오면 어떻게 되겠나. 또 그걸 걱정해서 '1박2일'을 제대로 못하면 어떻게 되겠나.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만 두는 게 맞다.

-아이들 공개를 안 할 것 같았는데 육아 프로그램도 안 할 것 같고. 그런데 '1박2일'에서 아이들과 같이 가는 특집을 했는데.

▶너무 공개 되는 건 원하지 않는다. 그 기획은 처음에 '1박2일'과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출연진을 교체해본다는 것으로 출발했던 것이었다. 그러면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더라. 사실 가장 원하는 건 내가 아예 동시간대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맞바꿔 나오는 것이었다. 우리가 '런닝맨'에 나오고, 그쪽이 '1박2일'에 나오고. 아니면 내가 '진짜 사나이'나 '복명가왕'에 나오고, 또 그쪽이 우리 프로그램에 나오고. '1박2일' 유호진 PD가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상의하더라. 그래서 나야말로 만일 우리 아이들이 나오면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데 괜찮겠냐고 했었다.

-1박2일'에 새 식구로 윤시윤이 들어왔는데.

▶독특한 친구다. 배우가 복귀작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선택한 걸 본 적은 처음이다. 처음에 되게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는 윤시윤이란 이름을 알리려고 출연했다고 하더라. 사람들이 자기를 보면 윤시윤이 아니고 김탁구라고만 안다고. 그런데 출연하자마자 탁구 아니면 동구가 됐다. 그런데 빨리 포기하고 받아들이더라.

-차태현도 그렇게 빨리 포기하게 되던가.

▶살다보니 그렇게 바뀌더라. 결혼을 하면서 더 바뀌는 것 같고. 결혼을 하고 나니깐 결혼한 배우들이 멜로 연기를 하는 게 관객 입장에서 딱히 보기가 싫더라. 그래서 그런 작품들만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또 멜로를 하고 싶더라. 그 때 만난 게 '슬로우비디오'다. 그렇게 포기하면 또 다른 인연이 찾아오더라.

-제1의 전성기가 지나고, 이제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된 것 같다. 시대가 한결 같지만 또 달라진 차태현에게 호응하는 것 같은데.

▶얼마 전 어딘가에서 내게 엄마 같은 리더라고 하더라. '엽기2' 조근식 감독님은 포수 같다고 하고. 에이, '엽기2' 개봉하면 이제 욕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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