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공수 조화' 앞세운 컵스.. '독주 조짐'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5.06 10:10 / 조회 : 3771
  • 글자크기조절
image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 제이크 아리에타. /AFPBBNews=뉴스1



시카고 컵스가 지난 100년 넘게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다는 사실은 웬만한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지겹도록 들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컵스는 무려 140년이나 되는 장구한 클럽 역사 속에 월드시리즈 우승은 단 두 번밖에 없었다. 1907년과 1908년 2년 연속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것이 전부다. 올해로 108년째 월드시리즈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뿐 아니라 소위 '염소의 저주'가 들러붙은 1945년 이후엔 아예 월드시리즈에 나가보지도 못했다.

그런 컵스가 올 시즌을 앞두고 모든 전문가들과 도박사들로부터 월드시리즈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다. ESPN의 전문가 31명 여론조사에서 14명이 월드시리즈 우승팀으로 컵스를 꼽았다.

108년째로 이어지고 있는 징크스를 감안한다면 상당히 대담한(?) 전망처럼 보이지만 올해 컵스의 막강한 라인업을 살펴보면 별로 특별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승팀으로 컵스를 꼽지 않은 사람들이 더 대담해 보일 정도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즌 상황을 살펴보면 이들이 더욱 똑똑해 보인다. 컵스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먼저 20승(6패) 고지에 올랐다. 20승 6패의 출발은 컵스 역사에서 1907년 팀이 22승 4패로 출발했던 것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스타트다. 올해 컵스는 109년전 컵스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따낸 팀의 발자취를 쫓아가고 있는 것이다.

컵스가 올 시즌 얼마나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를 통계수치로 살펴봤다. 우선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에이스 제이크 아리에타와 존 레스터, 존 랙키, 제이슨 해멀 등으로 이어지는 컵스 선발진은 올 시즌 다승(17승), 평균자책점(2.19), 피안타율(0.208)에서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평균은 9승 10패, 평균자책점 4.17, 피안타율 0.255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성적이다.

그렇다면 불펜진은 어떨까. 평균자책점을 기준으로 볼 때 컵스는 2.66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5위다. 하지만 1~4위인 시카고 화이트삭스(1.75), 시애틀 매리너스(2.31), 볼티모어 오리올스(2.51), 디트로이트 타이거스(2.56)가 모두 아메리칸리그 팀이어서 내셔널리그 팀 가운데에는 1위다.

더욱이 불펜의 평균 피안타율은 0.183으로 동향의 화이트삭스(0.170)에 이어 ML 2위이자 단 둘 뿐인 1할대 팀이다. 올 시즌 현재까지 컵스를 압도하는 불펜을 보유한 팀은 화이트삭스 뿐이라고 보면 된다.

image
시카고 컵스의 마무리 헥터 론돈. /AFPBBNews=뉴스1



마운드의 파워만큼 공격력도 막강하다. 이번 시즌 컵스는 단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는 팀이다. 첫 26게임에서 159점을 뽑아 게임당 6.1득점이라는 가공할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평균은 게임당 4.3득점으로 컵스에 비해 거의 2점 정도 적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처럼 많은 득점을 올리는 컵스의 팀 타율이나 홈런, 출루율, 장타율 등은 리그 평균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삼진 비율은 리그 평균보다 높고 볼넷 비율은 더 낮다. 9이닝당 홈런수도 평균 이하고 타구를 정타로 맞추는 비율도 리그 평균보다 처지고 있다.

image


다시 말해 컵스는 그렇게 특별히 잘 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지금 컵스 타자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제이슨 헤이워드(타율 0.211, 0홈런), 애디슨 러셀(0.224, 2홈런), 호헤 솔레어(0.185, 2홈런) 등 지금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이 눈에 띈다. 이들이 불이 붙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폭발력이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컵스는 현재까지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타격 후 인플레이된 경우의 타율)이 리그 평균에 약간 밑도는 0.297에 그치고 있다.

BABIP이 높지 않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그렇게 운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론 그 수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BABIP 수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운이 따라주고 있다는 것인데 시즌 전체로 갈수록 이는 하향평준화의 길을 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현재 BABIP 1위인 피츠버그 파이리츠(0.335)는 시즌이 전개될수록 지금처럼 계속 높은 타율을 유지하리라 기대하기 힘든 반면 현재 컵스처럼 평균이하인 팀은 그 수치가 올라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컵스가 현재 선수들이 모두 잘하고 있거나, 타격 운이 따르고 있는 것이 아닌 상태에서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폭발적인 오펜스를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페이스가 떨어지기는커녕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니 다른 팀들에겐 맥 빠지는 이야기다.

지금 무엇보다도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을 가장 흥분시키고 있는 것은 컵스의 득실차(Run differential)이다. 컵스는 올해 첫 26게임에서 단 66점을 내준 반면 159점을 뽑아냈다. 득실차가 무려 +93이다. 지난해 시즌 100승을 올린 세인트루이스가 현 시점에서 기록했던 득실차가 +40이었는데 그 두 배가 넘는다.

평균적으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이 매년 5월 4일 기준으로 득실차 기록이 평균 +50 정도라고 하는데 올해 컵스는 그 두 배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득실차 랭킹 2위는 +50을 기록 중인 워싱턴 내셔널스로 컵스와 격차가 무려 43점이나 된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득실차 기록을 보유한 팀은 1939년 뉴욕 양키스로 +411이었는데 현 시점에서 컵스는 그 양키스보다 1점이 더 많은 신기록 페이스다.

image
시카고 컵스의 간판타자 앤서니 리조. /AFPBBNews=뉴스1



세이버 매트릭스의 창시자인 빌 제임스가 고안한 파이타고리안 공식에 따르면 159점을 뽑고 66점을 내준 팀의 승률은 0.833으로 나온다. 이 공식에 따른 승률로 계산한다면 컵스의 현재 전적은 22승 4패로 실제성적(20승 6패)보다 2승이 더 나왔어야 했다.

그리고 이런 공식을 162게임 시즌으로 환산한다면 컵스는 올해 무려 135승을 올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1906년 컵스와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가 갖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 116승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게 하는 수준이다.

당장 컵스의 현재 승률(0.769)로 계산해도 올 시즌 125승으로 역시 메이저리그 기록을 가볍게 갈아치울 페이스다. 지금 컵스의 페이스가 얼마나 '어마무시'한지 알 수 있다.

물론 지금 페이스가 시즌 전체동안 유지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도 시즌 100승 정도는 가볍게 넘어설 전망이다. ESPN은 컵스가 시즌 100승에 도달할 가능성을 44%로 잡고 있다.

컵스는 지난 3경기에서 NL 중부지구 라이벌인 피츠버그를 만났다. 적지에서 7-1, 7-2, 6-2로 싹쓸이했다. 디비전 라이벌을, 그것도 적지에서 합계 20-5로 압도하며 2위 피츠버그와의 승차를 6게임차로 벌렸다. 스코어가 말해주듯 3경기 모두 완승이었다.

이로써 컵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자기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유일한 두 팀인 라이벌 피츠버그(15승 13패)와 세인트루이스(15승 14패)를 멀찌감치 떨쳐놓고 독주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 컵스는 이번 주말 올해 NL 타이틀에 가장 위협적인 상대가 될 전망인 워싱턴과 홈구장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6일(한국시간)부터 4연전 시리즈에 들어간다. 워싱턴(19승 8패)은 현재 득실차뿐 아니라 팀 평균자책점(2.35), 피안타율(0.213), 실점(70)에서 모두 컵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1-2위 팀간의 대충돌이어서 시즌 초반 최고의 빅카드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여기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관련기사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