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과 빅토리아 '엽기2' 90년대식 로코의 재림

[리뷰]'엽기적인 그녀2'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6.05.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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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엽기적인 그녀2' 포스터


90년대식 예능감과 분위기를 요즘 스타일에 맞게 재구성했다. '엽기적인 그녀'의 두 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15년 만에 부활했다.

'엽기적인 그녀2'는 지난 2001년 누적 관객 수 488만 명 이상을 동원한 히트작 '엽기적인 그녀'의 후속편. 전작에서 주인공을 맡은 차태현이 시간이 흐른 견우로 돌아와 새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1편에서의 그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전지현은 2편에서 비구니로 절을 떠나는 뒷모습만 남긴 채 뭔지 모를 씁쓸함(?)을 남겼다. 대신 새로운 그녀로 걸그룹 f(x)의 중국인 멤버이자 중화권에서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빅토리아가 낙점됐다. '엽기적인 그녀2'는 여기에 일본인 배우 후지이 미나도 조연으로 캐스팅, 아시아 프로젝트라는 명분을 완성했다.


'엽기적인 그녀2'는 견우의 어린 시절로 시점을 옮겨 새로운 그녀와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린다. 작고 왜소한 몸집에 성격도 소심한 견우는 여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아이였다. 견우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그녀는 차이나타운에 부모 없이 한국에서 친척과 살고 있었다.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해 학교에서도 늘 혼자 있었다. 자연스럽게 둘은 이웃이자 학교 친구로 지내며 가까워진다. 그녀는 견우에게 진심을 담아 "결혼하자. 내 신랑이 돼 주라"고 말하고 순간 "워 아이 니"라는 말도 남긴다. 그녀는 이 말의 뜻을 몰랐던 견우에게 이 말이 '다시 돌아올게'라는 뜻이라고 한 채 홀연히 중국으로 떠난다.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은 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그녀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견우와 결혼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견우는 지방대 출신의 별 볼 일 없는 백수. 그녀와 결혼을 할 자격이 없다며 자책한다. 그럼에도 둘은 결혼에 성공한다. 당연히 그녀의 끈질긴 구애와 견우의 극적인 취업 성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견우는 그녀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그녀는 견우를 위해서라면 뭐든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견우가 회사에 입사하자 큰 화환을 출근 첫 날 회사로 보내 동료의 부러움을 사게 한다. 견우가 베트남으로 출장을 가자 직접 따라가기도 한다. 견우는 이렇게 사랑스럽게 자신을 대해주는 그녀가 예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과 달리 견우의 회사 생활은 점점 위기를 맞는다. 애초에 이 회사에 들어간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담당 전무(최진호)는 견우를 개 취급하듯 무시한다. 실제로 이 회사의 사장은 자신이 키우는 개를 시켜 바닥에 수북이 쌓인 이력서 중 하나를 물고 오게 했고, 견우는 이 개가 물고 온 이력서의 주인공이었다. 견우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그녀를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노력해 성공하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결국 견우는 강제로 부서 발령 조치를 당하고 전무의 운전기사로 전락한다. '엽기적인 그녀2'는 이후 웃음을,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의 모습과 그녀의 남편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견우의 갈등을 비추며 결말로 향한다.

'엽기적인 그녀2'는 전작이 갖고 있는 분위기를 상당 부분 속편에 담아냈다. 전작에서도 전지현의 엽기적인 행동과 차태현의 1차원적 개그가 코미디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이번 편에서도 유치하고 뻔한 개그의 향연은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교복 신을 차용한 시어머니 대면 신 등 전작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도 곳곳에 배치됐다.

'엽기적인 그녀2'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나 설렘을 기대하긴 어려운 영화다. 1990년대식 B급 영화의 전형이다. 스토리 라인 역시 완성도와는 거리가 먼,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의 구조를 갖췄다. 이 역시 1990년대 때 많은 인기를 끌게 한 바보온달-평강공주 스타일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차태현의 독특한 프러포즈, 빅토리아의 치어리딩, 둘이 함께 즐기는 스카이다이빙 등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장면들이 여럿 있다.

유치하지만 나름 재미있는 그림을 완성케 한 데는 역시 차태현의 존재감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차태현은 그간 많은 작품을 해오며 견우의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인물들을 많이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과속 스캔들'이 그랬다. '엽기적인 그녀2'에서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애교만 있지 않다. 회사 인사팀 동료 유코(후지이 미나)도 견우를 연민 이상의 감정으로 바라본다. 이 상황에서 견우는 까불거리지 않고 진지한 매력으로 답한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매력의 두 여배우에게 호감을 받는 어리바리한 남자의 전형적인 캐릭터가 견우였고 차태현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 역시 견우였다.

새로운 그녀 빅토리아는 엽기적이라기 보다 그저 4차원 캐릭터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엽기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괴상한 행동을 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쿨하다. 너무 쿨해서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캐릭터다. 다만 얼굴이 예뻐서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과연 이 1990년대식 로맨틱 코미디에 흠뻑 빠져들 관객들이 얼마나 많을 지는 물음표다. 자칫 결말이 그려지는 뻔한 사랑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5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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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근 | sgyoon@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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