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배우 오대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6.05.05 08:00 / 조회 : 8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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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대환 /사진=홍봉진 기자


오대환(37)은 휴대전화에서 자신의 4월 스케줄을 보여줬다. 7일과 8일 단 이틀을 빼고 일정이 빼곡했다. 오전에 SBS 드라마를 찍고 오후에 MBC 드라마를 찍은 날도 있었다.

그는 올해 이미 SBS '돌아와요 아저씨', OCN '동네영웅', MBC '결혼계약'을 찍었고 OCN '38사기동대'와 영화 '더킹'을 현재 촬영 중이다. 가히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그래도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오대환이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건 우연이었다. 아니 배짱이 그를 지금의 '배우 오대환'으로 만들었다.

고3 여름까지 오대환의 머릿속에 '연기'는 없었다. 학생회장까지 한 열정적인 학생이었는데 막상 대학 진학을 하려니 막막했다. 몇 날 며칠을 고심하다 연기학원을 찾아갔다. 그리고 '경험 삼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원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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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대환 /사진=홍봉진 기자


실기시험을 보러 갔는데 학교 이름에 '대(大)'자가 없었다. 실망스러웠다. 실기를 통과하고 면접을 봤다. 면접관이 한예종 외 어디에 지원했냐고 물었다. 당시 그는 중앙대와 동국대에도 지원한 상태였다. "중대나 동대 갈 겁니다"라고 했더니 당연히 면접관이 의아해 했다. 그의 대답. "한예종은 이름에 '대'자가 없어서 싫습니다. 저는 대학교를 다니고 싶습니다".

"하하하. 근데 붙었어요. 당황스러웠죠. '대'자가 없어서 안 가려고 했는데 음악 선생님이 제가 한예종 붙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르시더니 꼭 안아주시는 거예요. '장하다'고요. 그때 좋은 학교인지 알았어요. 한예종에 갔습니다."

그렇게 한예종에 들어간 오대환은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았다. 대걸레질은 그의 몫이었고, 그는 이를 당연한 걸로 여겼다. 주인공 욕심도 없었다. 늦게 배운 연기 자체가 그에겐 즐거움이었다.

"저는 제가 주인공 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연기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어요. 연극하면 무대 걸레질도 열심히 했어요. 모든 게, 즐거웠습니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그는 노래를 못한다고 했다. 캐릭터로 승부했다고 했다) 차근차근 경력을 쌓은 그는 3, 4년 전부터 영화에 한 신, 두 신 출연했다. 그러다 2015년부터 봇물이 터졌다. 이해에 '오피스'에 정재일 역을 맡아 얼굴을 널리 알 렸고 '배테랑'에서는 왕형사 역으로 극의 한 축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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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대환 /사진=홍봉진 기자


이렇게 하고 나니 TV쪽에서 그에게 손짓을 했다. 그의 한 달에 단 이틀을 쉬게 된 이유다. "캐릭터가 헷갈리지는 않냐"고 물으니 오대환은 "죄다 악역이라서 연기하기는 수월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바빠서 행복한 그이지만 소원이 하나 있다고 했다.

"올해도 '38사기동대'를 비롯해 스케줄이 빡빡하지만 공연은 꼭 하고 싶어요. 제 삶의 활력소거든요. 무대 위에서의 희열은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는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하면 무슨 역할하고 싶냐, 주인공 하고 싶지 않냐고 물으시는데 저는 주인공 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릇도 안되고요. 학교 다닐 때부터 제가 생각한 건 감칠맛 나는 조연이에요. 극을 서포트 해주는 역할, 지금 이 포지션이 딱 좋아요."

다작에 대한 불안감도 물론 있다.

"연기를 많이 해서 좋기는 한데 이러다 다 소진되면 더 보여줄 게 없지 않을까 두려울 때가 있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껏 보여드린 게 악역이 거의 다 였다는 거예요. 저는 코믹 연기가 제 강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공연할 때도 코믹 연기 잘한다는 소리 자주 듣곤 했어요(웃음)."

그렇다고 무턱대고 코믹 연기에 도전하지는 않는다.

"'돌아와요 아저씨'에서 코믹 연기를 좀 해보려고 했는데 캐릭터가 산으로 가더라고요. 하하하. 아쉽죠. 제가 조금 더 생각을 깊이 했으면 캐릭터를 좀 더 잘 살릴 수 있었는데 그렇게 못했어요. '결혼계약' 같은 경우는 감독임이 인간적인 면모를 조금 가미하라고 하셔서 김광규 선배님 '문어대가리'라고 약 올리는 연기도 하곤 했어요."

낮에 '결혼계약'을 찍고 밤에 '돌아와요 아저씨'를 찍어야 했던 그에게 어찌 보면 캐릭터 다변화는 무리였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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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대환 /사진=홍봉진 기자


오대환은 올가을에 네 아이의 아빠가 된다. 연극을 하던 그는 한눈에 반해 지금의 아내에게 청혼을 했고, 가족은 이후 그가 연기를 하는 이유가 됐다.

"아내에게 고마워요. 아이 셋을 낳을 때까지 뭐 먹고 싶다고 얘기 한 적이 없어요. 그러다 이번에 넷째 가졌을 때서야 먹고 싶은 걸 얘기하더라고요. 그전에도 먹고 싶은 게 많았는데 얘기를 못했다고 해요. 제 벌이가 뻔했으니까요."

40대를 몇 년 앞둔 그에게 '40대 배우 오대환'은 어떤 모습일지 물었다.

"좀 더 여유롭고 좀 더 즐길 줄 아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서투른 부분도 많고 실수도 많이 해요. 연기적으로도 그렇고요. 그 나이쯤 되면 성숙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또 하나 항상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달수 선배님이 제 롤모델이에요. 연기적인 걸 떠나 정말 휼륭한 선배님이세요. 후배를 늘 응원해주시고 다독여주시죠. 그분의 뒤에서는 늘 좋은 얘기만 나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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