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화끈했던 ML첫 달..코리언 빅리거 있어 더욱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5.03 08:20 / 조회 : 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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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와 김현수. /사진=미네소타 트윈스 & 볼티모어 오리올스 트위터


2016 메이저리그 시즌의 첫 달은 더 이상 욕심낼 수 없을 만큼 화끈했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신인 트레버 스토리는 4월 한 달간 10개의 홈런과 17개의 장타를 터뜨려 루키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스타트를 끊는 대단한 ‘스토리’를 썼고 시카고 컵스는 4월 한 달간 단 한 번도 2연패를 당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136득점을 올리고 가장 적은 57점만을 내줘 득실차 +79을 기록하는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컵스 팬들에게 1908년 이후 무려 108년 만에 다시 월드시리즈 정상등극이라는 ‘환상’에서 당분간 깨어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선언했다.

반면 AL 서부지구에서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첫 25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도 2연승을 거두지 못하며 바닥으로 떨어져 지난해 플레이오프 진출로 떠오르던 상승 분위기가 차갑게 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2016년 4월은 무엇보다도 한국 팬들에겐 역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했던 한 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최지만(LA 에인절스) 등 5명이 한꺼번에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면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박병호는 아직 타율, 특히 득점권 타율 측면에선 아쉬움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4월 한 달에만 벌써 6개의 홈런, 그것도 메이저리그에서도 탄성을 받는 초대형 홈런들을 연달아 쏘아 올리며 파워만큼은 확실하게 인정을 받고 있다. 다만 소속팀 미네소타의 현재 성적이 7승18패로 AL 최악으로 떨어져 엄청난 대반전이 없는 한 하위권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전망이다. 하지만 KBO에서 보여줬던 파워를 MLB에서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는 박병호가 현재 페이스만 이어가도 시즌 30홈런은 거뜬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빅리그 투수들의 구질과 구속에 적응하면 그 이상 성적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그는 앞으로도 코리안 빅리거 중 가장 큰 관심을 끌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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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세인트루이스의 오승환은 팀내 불펜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등판횟수(13게임)과 투구이닝(13.2이닝)을 기록한 것은 물론 팀내 평균자책점 2위(1.98), 피안타율 1위(0.149)을 기록하며 불펜 필승조의 핵심멤버로 자리를 굳혔다. 특히 오승환의 탈삼진 수 20개는 선발진을 포함시켜도 팀 내 4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지난해 100승을 올렸던 세인트루이스가 올해는 현재 12승13패로 승률 5할을 밑돌고 있어 포스트시즌 도전이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인선수의 소속팀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은 팀은 김현수가 속한 볼티모어다. 시즌 개막전 AL 동부지구에서 하위권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됐던 볼티모어가 시즌 개막 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맹위를 떨치며 한동안 선두를 질주했으나 4월 막판에 다소 페이스가 떨어지며 선두자리를 보스턴 레드삭스에 내준 채 4월을 마치고 말았다.

그런 볼티모어에서 한인팬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앞으로 김현수의 ‘반전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시범경기 부진 이후 마이너행 지시를 거부하고 빅리그에 잔류한 김현수는 그동안 거의 ‘투명선수’ 취급을 받으며 벤치에 못 박혀 있었지만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타율 6할(15타수 9안타)을 때리며 그에 대한 볼티모어 언론과 팬들의 견해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필드를 구경하기도 쉽지 않은 붙박이 벤치선수가 타율 6할을 친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이미 현지 언론에서는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김현수에게 최소한의 기회는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김현수를 거의 노골적으로 무시해왔던 벅 쇼월터 감독 입장에서도 김현수가 계속 놀라운 호성적을 유지할 경우 그를 계속 외면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김현수에 대한 대우가 달라지리라고 기대하긴 힘들지만 지금까지의 냉담했던 분위기를 성적으로 정면 돌파해 나가면서 쇼월터 감독과 볼티모어 수뇌부에 압박을 가하는 김현수의 도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통쾌하고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것은 김현수가 지금의 상승세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개막전날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는 선수로서 최악의 쓴맛을 봤던 김현수의 반전 드라마가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기대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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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마이너리그 초청선수로 시범경기에서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뤄낸 이대호는 사실 아직 기대만큼 팀에 기여할 찬스를 잡지 못하고 있다. 1루수 포지션에서 애덤 린드와 플래툰으로 기용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린드에 비해 출전기회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출장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감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 역시 조금씩 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살려나가 팀 내에서 계속 존재감을 키워가는 것이 핵심이다.

풍부한 경험과 파워, 기량을 고루 갖춘 이대호임을 감안할 때 전망은 밝아 보인다. 사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끝내기 투런홈런을 터뜨렸을 때만 해도 그 홈런이 이대호의 데뷔시즌에 ‘기폭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아직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지만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특히 시애틀이 부진한 스타트를 딛고 AL 서부지구에서 텍사스에 이어 2위로 올라서면서 앞으로 부산출신 동갑내기 절친 이대호와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각자 소속팀에서 지상과제인 지구 우승을 놓고 경쟁하는 즐거움도 더해질 전망이다.

사실 한국 팬들이 앞으로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추신수를 포함한 코리안 메이저리거 ‘에이스’들의 컴백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상자명단(DL)에서 시즌을 시작했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와 4월 중반에 DL에 올랐던 추신수가 복귀를 준비하고 있고 류현진(LA 다저스)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6월 중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몰두하고 있다. 더욱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칠 5월, 그리고 그 이후가 다가오고 있기에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4월이 아쉽지 않다. 첫 한 달간의 여정을 통해 한인선수들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올 여름은 코리안 빅리거들이 책임지고 정말 뜨겁게 달궈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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