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김고은 '계춘할망' 그렇게 할머니와 손녀가 된 이야기

[리뷰]'계춘할망'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6.05.03 10:42 / 조회 : 4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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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계춘할망' 포스터


윤여정은, 제주도의 해녀 계춘은 그렇게 할머니가 됐고, 김고은은, 불량소녀 혜지는 그렇게 손녀가 됐다. 이들의 이야기는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영화 '계춘할망'(감독 창, 제작 지오 엔터테인먼트)은 12년 동안 과거를 숨긴 채 살다가 할머니 곁으로 온 수상한 소녀 혜지(김고은)와 그저 손녀 하나만 바라보며 해녀로 살아온 할망 계춘(윤여정)이 제주도에서 함께 살며 그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주도의 4계절을 배경으로 혜지만을 끔찍이 여기는 계춘이 혜지를 둘러싼 위험한 과거를 비롯한 순탄치 않은 일들을 겪으며 늙어가는 과정을 절묘한 감정선으로 연결지으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계춘과 혜지는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할머니와 손녀였다. 끔찍하게 혜지를 사랑하는 계춘은 해녀로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일꾼이었고 혜지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천방지축 꼬마였다. 이들에게 불행이란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계춘은 서울의 한 시장 한복판에서 혜지를 잃어버린다. 계춘은 자신의 팔을 꼭 붙잡고 있던 혜지가 어느 순간 사라지자 절망한다. 이후 계춘은 혜지가 언제 돌아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기약 없는 여생을 살아간다.

12년이 지난 후, 혜지는 어느새 고등학생이 됐다. 그녀를 둘러싼 환경은 매우 위험하다. 혜지는 룸메이트 민희(박민지)와 전기마저 끊긴 한 원룸에서 덜덜 떨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도둑질 말고는 없었다.


혜지는 크게 한탕을 노리고 거액의 합의금을 얻기 위해 철헌(류준열)의 지시로 한 남자를 조건만남으로 가장해 모텔로 유인한다. 혜지가 샤워를 하는 척 욕실에 들어가자마자 철헌이 상황을 들이닥쳤고 이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진 끝에 이 남성은 넘어지며 머리에 큰 부상을 입는다. 상황은 더욱 꼬여 오히려 모텔 주인에게 사건을 덮기 위해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내야 하는 처지에 몰린다. 사건 직후 뿔뿔이 흩어진 상황에서 철헌은 혜지에게 누명을 씌우려 했다. 그 와중에 혜지는 자신이 마시고 있던 우유에서 자신의 실종 신고 사진을 보게 된다.결국 혜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제주도에 내려가게 된다.

혜지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계춘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먹먹한 가슴을 주체하지 못한다. 계춘은 몰라보게 달라진 혜지의 얼굴부터 손끝까지 천천히 더듬으며 기쁨의, 안도의 눈물을 흘린다.

혜지가 돌아온 후 계춘의 집과 계춘의 동네는 모처럼 활기를 띈다. 이웃들은 함께 모여 잔치를 벌였고 계춘은 음식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만들어 혜지에게 먹이고 옷도 사입히고 교복도 입혀 학교도 보낸다. 안 그래도 미술에 소질이 있던 혜지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본 미술 선생님 춘섭(양익준)과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며 그림 실력도 키워나간다.

그렇지만 혜지를 바라보는 심상치 않은 주위의 시선도 점차 계춘에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항상 껄렁대는 태도부터 남몰래 담배를 피우는 습관까지 말괄량이 성격 치고는 어린 시절의 혜지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며 계춘에게 걱정을 담은 의심을 전한다. 그럼에도 계춘은 "혜지가 잘 클 수 있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무슨 그런 험담을 하고 다니느냐"며 화를 낸다.

아니나 다를 까 친구 때문에, 자신의 처지 때문에 거액이 필요했던 혜지는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계춘의 마음을 알면서도 계춘의 통장에 손을 대고 만다. 혜지는 통장을 갖고 은행 앞에 섰지만 결국 통장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계춘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석호(김희원)는 혜지의 행동을 보며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계춘할망'은 결국 혜지를 둘러싼 위험한 운명을 맞이하며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달려간다.

'계춘할망'은 그럼에도 계춘이 혜지의 할머니가 되려는 모습을 그린다. 자신에게 단 하나뿐인 손녀이기에, 다른 말들은 자신과 혜지를 멀리하게 할 이유가 되지 못했다. 12년을 오매불망 기약 없이 기다렸던 계춘에게는 미술 대회 출전을 위해 상경하는 혜지와 하루 떨어져 있는 것마저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계춘의 혜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 자체로 진한 여운을 준다.

'계춘할망'은 혜지가 계춘의 진심을 알아가는 모습도 비춘다. 비행 청소년으로서 삶이 어찌 보면 더 자유로운 삶이었을 수도 있는 혜지가 계춘을 만나며 점차 변해가는 과정은 역시 진한 공감으로 전해진다.

'계춘할망'이 전한 깊은 울림은 이 세상 모든 손자, 손녀에게 먹먹한 울림이다. 할머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자칫 소홀하게 여긴 이들에게, '계춘할망'은 부모님을 제외하고 가장 가까운 혈육 중 하나인 할머니를 다시 돌아보게 할 만 하다. 5월을 맞이하며 '계춘할망'을 통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곱씹어볼 수 있을 것 같다.

15세 이상 관람가. 5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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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근 | sgyoon@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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