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가는 박찬욱+4인방..베일벗은 '아가씨'에 거는 기대(종합)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5.02 12:45 / 조회 : 6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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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베일을 벗었다. 7년 만에 한국 작품으로 돌아온 '아가씨'의 박찬욱 월드는 기대한 대로였다. 아름답고 유려하며 또한 위험해 보였다.

2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 용필름)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제 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의 면면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리다. 이날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과 배우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김태리 등 4명의 주역들이 참석했다. 내외신을 더해 무려 300여명의 내외신 취재진이 몰렸다.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이 배경.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조진웅 분)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김민희 분)에게 새로운 하녀 숙희(김태리 분)이 찾아온다. 매일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아가씨는 순박해 보이는 하녀에게 조금씩 끌린다. 그러나 하녀는 유명한 여도둑의 딸이자 장물아비의 손에서 자란 고아 소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를 유혹해 돈을 가로채려는 사기꾼 백작(하정우 분)의 제안을 받아들여 하녀가 된 것이었다.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국 작가 새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가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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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 사진=김창현 기자


이날 공개된 캐릭터 예고편, 인터내셔널 예고편 등에는 영화의 기본 얼개와 캐릭터의 면면이 담겨 흥미를 자아냈다. 캐릭터들의 각기 다른 속셈이 맞물리는 대목은 으스스한 분위기까지 풍겼다. 120억원의 제작비로 완성된 아름다운 세트와 의상 등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이 그대로 살아있는 화면 또한 시선을 붙들었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2009) 이후 7년 만의 국내 영화로 '아가씨'를 선택하게 된 데 대해 "원작소설을 읽고 완전히 반했다. 여러가지 면에서 이 작품을 해보겠다고 생각한지 꽤 오래 흘렀다"며 "미국 영화, 한국 영화를 번갈아 하면 좋을 것 같아 '스토커' 다음으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가씨'는 제가 만든 영화 중에 제일 대사가 많고 주인공이 넷이나 되고 그만큼 영화 시간도 긴 편"이라며 "굉장히 아기자기한 영화다. 깨알같은 잔재미가 가득하다. 제 영화들 중에서 제일 이채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아가씨'로 '올드보이', '박쥐'에 이어 3번째로 칸 경쟁부문에 진출하게 된 박찬욱 감독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경쟁에 초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말씀드렸듯 아기자기한 영화다. 예술영화들이 모이는 영화제에 어울릴까 싶을 만큼 명쾌한 영화다. 해피엔딩이고, 모호한 구석이 없는 후련한 영화"라고 재차 영화에 대해 밝혀 궁금증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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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 사진=김창현 기자


김민희는 이영애, 강혜정, 임수정, 김옥빈 등에 이은 박찬욱 감독의 뮤즈가 됐다. '화차', '연애의 온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등을 통해 과감한 도전을 거듭해온 김민희는 주인공 아가씨 역을 맡아 순진하면서도 예민한 아가씨의 내면가 세밀한 변화를 그렸다. 25벌의 드레스와 다양한 가체를 소화하기도 했다.

김민희는 박찬욱 감독에 대해 "굉장히 개방적"이라며 "배우에게 원하는 걸 끌어내려고 노력하신다기보다는 그 배우가 가진 것들,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펼칠 수 있도록장을 열어주시는 것 같다. 현장에서도 감정같은 것들을 변주해 많이 넒혀 나간 것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지 않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아니요"를 여섯 번이나 연발하며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마이크를 넘겨받는 박 감독은 심사위원의 입맛은 모르는 일이라면서도 "상을 받고도 남을 연기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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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 사진=김창현 기자


흥행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 하정우 또한 사기꾼 백작 역을 맡아 박찬욱 감독과 처음 만났다. 하정우는 야망으로 가득한 악역이지만 유머러스하고 섹시하며 유약하기도 한 인간적 캐릭터를 그려냈다.

무려 5번째로 칸영화제에 작품이 초청된 하정우는 여전한 넉살을 부렸지만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굉장히 정성스러우시다. 큰 자극과 배움이 있었다"며 진지하게 답을 이어갔다. 그는 "4개월 전 CD를 구워 주시고 단어 한 마디 수정할 때도 굉장히 고민을 거치신다. 배우 입장에서 몰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기가막히게 판타지와 리얼리즘을 연결해 주신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언젠가 함께 할 것 같았다"며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 다음에는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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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 사진=김창현 기자


조진웅은 외골수에 히스테릭한 이모부 코우즈키 역을 맡아 최근 인기를 모은 드라마 '시그널'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조진웅은 18kg을 감량하고 노인분장을 감행한 것은 물론 걸음걸이와 앉는 자세, 목소리까지 바꿔가며 몰입했다는 후문이다.

영화에서 노역은 처음이었다는 조진웅은 "도전이었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도 이렇게 늙어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그널'은 끝났다. 이제는 '아가씨'"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영화적인 향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이 놀라웠고 저도 흠뻑 취했던 것 같다. 인상적이고 좋았다"며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은 조진웅을 소리를 줄여도 섬세하고 조금만 키워도 파워풀한 성능 좋은 오디오에 비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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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 사진=김창현 기자


하녀 숙희 역의 김태리는 '아가씨'의 신데렐라나 다름없다.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김태리를 두고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의 강혜정을 처음 봤을 때 느낌과 비슷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김태리는 "오디션보다가 마지막에 감독님이 '나는 너로 정했다'고 하신 말씀이 촬영하면서 힘들 때나 마음에 부담이 갈 때나 많이 지탱이 됐던 것 같다"고 벅찬 감흥을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이에 "그냥 좋은 배우, 순간적인 영감을 주는 배우. 임자를 만나면 딱 느껴지는 게 있다. 그렇게 본능적인 직감에 의한 선택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감독은 "굳이 표현을 하자면 연기가 누구나 할 것 같은 접근 방식이 아니고 자기만의 독특한 것이었다. 그리고 주눅들거나 하지 않더라. 할 말 다 하고. 그런 것이 있어야 그런 큰 배우와 만나서 자기 몫을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점을 높이 샀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 2004년 제5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올드 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데 이어 2009년 제6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의 칸 국제영화제 경쟁 초청은 이번이 3번째다. 수상의 기대감도 높다. 오느 5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처음 공개되는 '아가씨'는 오는 6월에나 한국 관객과 만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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