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한물간 유망주' 아리에타의 환골탈태 배경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4.2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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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의 에이스 제이크 아리에타. /AFPBBNews=뉴스1


빠른 속도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기록될 최고의 ‘횡재’중 하나로 변해가고 있는 트레이드가 있다. 바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제이크 아리에타(30)를 시카고 컵스에 안겨준 지난 2013년 트레이드다.

올 시즌 노히트노런 포함, 4전 전승에 ERA(평균자책점) 0.87과 WHIP(이닝당 볼넷+피안타) 0.68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아리에타는 지난해 후반기 이후 성적만 보면 이미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까지 추월했거나 최소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에이스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놀랍게도 불과 3년 전인 2013년 이맘때 당시 만 27세였던 아리에타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트리플A 노포크에서 썩고 있었던 ‘한물간 유망주’에 불과했다.


2010년 만 24세로 볼티모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아리에타는 첫 해 18회 선발로 나서 6승6패, ERA 4.66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듬해 22회 선발등판에서 10승8패, ERA 5.05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두 자리 승수를 달성한 아리에타는 그러나 2012년엔 3승9패, ERA 6.20으로 급격히 퇴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2013년 초반 5차례 선발등판에서 1승2패, ERA 7.23으로 ‘후진’을 이어간 아리에타는 결국 트리플A 노포크행 강등 통보를 받고 말았다. 이때 아리에타는 이미 빅리그 투수로 잠재력을 살리지 못한 채 결국 메이저리그 적응에 실패한 수많은 유망주 투수들 가운데 한 명일 뿐인 것으로 보였다. 그에게 남은 것은 27살이라는 아직 젊은 나이와 그에 따른 한 가닥 재기 가능성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광명이 비친 것은 지난 2013년 7월2일에 날아온 트레이드 뉴스였다. 컵스는 이날 당시 팀의 2선발이었지만 사실상 1회 시즌용 렌탈 투수였던 스콧 펠드만과 백업 캐처 스티브 클리벤저를 볼티모어로 보내고 아리에타와 구원투수 페드로 스트롭을 받아왔다. 컵스 스카우트들은 아리에타의 포텐샬을 주목하고 그가 팀을 바꿔 새 출발을 한다면 충분히 쓸 만한 메이저리그 투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에 이뤄진 트레이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컵스가 지금의 슈퍼 에이스 아리에타를 생각하고 그를 데려온 것은 아니었다. 트레이드 직후 아리에타가 오기도 전에 그에게 트리플A 아이오와로 가라는 통보를 보낸 것이 그 방증이다.


이 트레이드에 대한 컵스 선수들의 반응은 부정 일색이었다. 당시 팀의 에이스였던 제프 사마지아는 “스캇 펠드만을 트레이드함으로 팀 전력이 향상됐다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구단측에 불만을 드러냈고 대부분 선수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트레이드 당시 35승46패였던 컵스 성적 때문에 선수들은 이번 트레이드가 구단이 이미 시즌을 포기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만큼 아리에타에 관해선 별 기대가 없었다. 심지어 트레이드를 승인한 컵스의 티오 엡스타인 사장조차 “아리에타는 에이스급 잠재력을 가진 것은 분명했으나 당시 우리는 그가 선발투수가 될 만한 제구력을 지녔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 3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아리에타를 둘러싼 상황은 3년 전과 비교할 때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지난해 커쇼와 잭 그레인키라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원투펀치 듀오를 따돌리고 NL 사이영상을 거머쥔 아리에타는 지난해 중반부터 올해 현재까지 24차례 선발등판에서 20승1패, ERA 0.86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올리며 메이저리그 최고투수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아리에타 트레이드는 컵스 역사에서 아직도 최악의 트레이드로 꼽히고 있는 지난 1964년 루 브락 트레이드로 인해 받은 수모와 아쉬움을 일거에 만회할만한 횡재로 진화해 가고 있다.

아리에타는 트레이드 후 아이오와에 내려간 직후부터 바로 한결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사실 그가 볼티모어에서 하락세를 이어갔던 이유 중 하나는 당시 볼티모어 투수코치였던 릭 아데어와 궁합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리에타는 주로 사이드암 투수가 몸 전체를 가로지르는 모션으로 볼을 던지는 소위 ‘크로스파이어’ 투구방식을 선호한 반면 아데어 투수코치는 홈플레이트를 향해 일직선 모션으로 공을 던질 것을 주문했다. 아데어는 또 지금 아리에타의 가장 강력한 주무기 중 하나인 컷 패스트볼을 던지지 못하게 했다. 과거 염증 제거수술을 받았던 아리에타의 팔꿈치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컵스는 아리에타에게 가장 편한 방법으로 자기가 원하는 공을 던지도록 했고 아리에타는 7월30일 밀워키와의 더블헤더 한 경기에 임시 선발로 기용돼 치른 빅리그 복귀전에서 6이닝동안 2안타 1실점의 호투를 하며 바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후 곧바로 다시 트리플A로 내려간 아리에타는 8월16일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다시 마운드에 올라 7이닝 무실점 투구를 보이면서 확실하게 컴백을 알렸다. 아리에타는 이처럼 자신의 커리어가 단시간내에 극적인 반전을 이룬 것에 대해 “다른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하고 있다.

2013년 잔여시즌동안 컵스에서 4승2패, 3.66으로 호성적을 보이며 컵스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한 아리에타는 2014년 시즌을 부상자명단에서 출발한 뒤 그해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훨씬 편한 환경에서 심적 갈등 없이 야구를 하면서 그의 잠재력은 실현되기 시작했고 자신감은 더욱 높아졌다. 10승5패, 2.53으로 시즌을 마친 그는 역사적인 2015 시즌에 22승6패, 평균자책점 1.77의 성적으로 NL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올해는 4승, 평균자책점 0.87로 거의 무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볼티모어에서 보낸 3년반동안 계속 치솟기만 하던(4.66→5.05→6.20→7.23) 그의 평균자책점은 컵스 이적 후에는 3.66→2.53→1.77→0.87로 계속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편한 마음과 환경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경기력에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리에타는 2017년 시즌이 끝나야만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원래대로라면 올 시즌이 끝나면 FA가 될 수 있었으나 2013년 시즌 중반 한동안 마이너에 머물게 되면서 FA 취득시기도 1년 늦어졌다. 컵스로선 이래저래 행운이 따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젊고 파워풀한 라인업을 구축한 컵스에게 메이저리그 최고 에이스로 부상한 아리에타의 존재는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것과 마찬가지다. 아리에타와 컵스과 과연 올해 어떤 역사적 시즌을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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