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한컷] 크리스 에반스에게 "두 유 노우 싸이"를 안한 까닭은?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싱가포르=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4.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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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루소 감독, 세바스찬 스탠, 크리스 에반스, 안소니 마키/사진=전형화 기자


왜 기자들은 외국 연예인을 만나면 "두 유 노우 김치?" "두 유 노우 싸이?"를 묻는 걸까요? 뻔한 질문이라는 건 명백합니다. "좋아하는 한국영화는? "좋아하는 한국배우는?" "좋아하는 한국가수는?" 등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박찬호를 아느냐?" "박세리를 아느냐?" 등등이 있습니다.


한국이, 또는 한국인이 유명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욕망 때문입니다. "노벨문학상 후보인 고은 시인을 아느냐"라는 질문과 "두 유 노우 싸이"는 사실 다른 질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뻔한 질문을 하는 건, 먹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변명이지만 잘 먹힙니다. 외국 연예인이 어떤 한국가수를 좋아한다, 어떤 한국영화를 좋아한다, 어떤 한국 배우를 좋아한다, 어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하면, 뜨겁다고까지는 않더라도 그럭저럭 반응이 좋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전인대에서 거론됐다는 내용은 종합지 국제면에서 소개됐었죠. '태양의 후예' 중국 인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에 가장 물린 건, 실은 기자들입니다. 그럼에도 합니다. 한번은 일본에서 열린 할리우드 영화 정킷에서 그 영화에 출연한 한국배우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최 측이 홍콩에서 그 이야긴 했었다며 넘어가려 했다가 취재진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건 2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정킷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시빌워'는 올 상반기 할리우드 최고 기대작이죠. 이번 정킷에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권 12개국에서 100여 취재진이 몰렸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건 한국 취재진이었습니다. 다른 11개국 기자들보다 더 많은 기자들이 찾았습니다. 모두가 아니면 아무도 안된다는 한국 언론 특유의 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마블엔터테인먼트에서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벤져스2'가 천만명을 동원한 나라이니깐요. '시빌워'는 한국에서 미국보다 일주일 빠른,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4월27일 개봉합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 루소 감독과 캡틴 아메리카 역의 크리스 에반스, 윈터솔져 역의 세바스찬 스탠, 팔콘 역의 안소니 마키가 참석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팀이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아이언맨 팀은 유럽에서 홍보를 진행합니다.

한국 기자들이 가득 모인 기자회견장. 아니나 다를까, 기자회견 이후 기사에는 '크리스 에반스 한국에 대한 애정 토로' '위 러브 코리아' 등등의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을 기자들은 하지 않았습니다. 크리스 에반스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한국 영화산업은 특별하다. 나도 참여해봐서 안다. 세계 영화산업을 선도한다. 그런 한국에서 '시빌워'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여줘서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 에반스는 마지막 인사에서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 출연했었죠.

안소니 마키는 시종일관 기자회견 분위기를 유쾌하게 주도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팀과 아이언맨 팀이 싸우면 캡틴 쪽이 이긴다며 "왜냐하면 그들(아이언맨 팀)은 늙었기 때문(Old)"이라고 말해 폭소케 했습니다. 또 "그들은 근육도 없다(No Muscle)"이라고도 했죠.

그런데 안소니 마키가 기자회견 말미에 갑자기 휴대전화로 뭔가 검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럴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한국어로 인삿말을 찾았던 것입니다. 그는 기자회견이 시작할 때, 크리스 에반스가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애정을 토로하자 곧바로 "위 러브 코리아"라고 외쳤습니다. 안소니 마키는 결국 인삿말을 찾아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외쳤습니다.

조 루소 감독도 "영화 개봉 일정이야 각국의 상황을 살펴서 디즈니가 알아서 하는 것이지만, 한국이 제일 빨리 개봉하는 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립서비스일 것입니다. 진심이 담긴 립서비스일 것입니다. 사실들이니깐요.

분명한 건 그들은 "두 유 노 싸이"를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 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프로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과거 한국을 찾았던 많은 외국, 특히 미국스타들은 '옛다! 너희들은 이런 답을 원하지'라는 식으로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2009년 '트랜스포머2' 홍보로 내한한 메간 폭스는 이틀 연속 기자회견에 대놓고 지각을 했었죠.

그러던 것이 점점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변했거나, 우리의 위치가 달라졌거나, 둘 다겠죠.

점점 더 변해갈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들도, 우리도, 점점 달라지고 있으니깐요. 관객과 독자들이 이런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시장을 이끌고, 독자들이 유치한 질문들에 쓴소리를 퍼붓고 있죠. 어쩌면 가장 늦게 변하고 있는 건 기자들일지도 모릅니다.

정신없이 마감을 하고 난 뒤, 곰곰이 반추해보니, 달라진 게 뒤늦게 보였습니다. 정신없다는 핑계로 변화를 외면하진 않았나 반성이 되더군요.

싱가포르에서 울려퍼진 "위 러브 코리아"에서 이런 변화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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