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 유아인 "선죽교 장면서 눈물..대본엔 없었죠"(인터뷰①)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이방원 역 유아인 인터뷰

임주현 기자 / 입력 : 2016.03.24 08:36 / 조회 : 27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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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사진제공=UAA


배우 유아인(30)은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영화 '베테랑'과 '사도'의 흥행으로 시작된 그의 전성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유아인은 지난해 숨 가쁘게 달려왔고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박상연, 연출 신경수)를 통해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


유아인은 지난 22일 종영한 '육룡이 나르샤'에서 조선 3대 왕 태종 이방원 역을 맡았다. 이방원은 연기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실존 인물일 뿐만 아니라 유동근, 김영철, 백윤식 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이방원 역을 연기했기 때문. 유아인이 이방원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숱한 이방원들과 비교를 피할 순 없었다. 하지만 유아인은 자신만의 이방원을 만들어냈다. 제1의 이방원의 탄생이었다.

"이방원 같은 경우에는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용의 눈물' 유동근 선배님의 이미지가 있고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강인함, 강직함, 철혈군주, 세종의 아버지로서 모습들이 있어요. 저 역시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흥미를 끌었죠. 대중 혹은 시청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이방원이라는 이미지와 정치인으로서의 이방원의 이미지를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인물의 내면이 비친다고 해서 미화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방원 미화 논란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고 언급하고 싶었어요. 아름답게 비춰주고 싶은 게 아니라 어떤 흐름 속에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를 '육룡이 나르샤'에서 유아인이 연기하는 이방원을 통해서 들여다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부분에서 만족해요."

유아인이 표현한 이방원은 그동안 강인했던 이방원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육룡이 나르샤' 속 이방원이 강인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정몽주(김의성 분), 정도전(김명민 분)은 물론 자신의 동생 이방석을 죽일 만큼 냉혹했다. 여기에 유아인은 끝없는 살육 속 연약해진 내면의 이방원을 그려냈다. 드라마가 미화 논란에 휩싸인 건 유아인이 해석한 이방원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던 탓일는지도 모른다.

"굳이 다르게 하지 않으려고 해도 다른 면에서 바라보려고 했어요. 다른 각도로 조명했고 (작가가) 글도 써주셨고 저도 최선을 다해서 하려고 애썼죠. 강인함, 철, 냉혈군주와 다른 연약함을 포착하려고 했어요. 그 누구도 강인하기만 하고 연약하기만 하지 않으니까요. 달의 이면이 있듯 이방원에게도 연약한 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청년기의 이방원의 혼란스러운 청춘의 시기를 중점적으로 그린 부분이 있어요. 정도전을 따랐지만 신념이 흔들리고 그 사람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고 그 생각이 전혀 다른 생각이 아니라는 걸 깨우치게 되고 연약함 같은 것들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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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유아인은 '육룡이 나르샤'에 임하면서 자신에게 하나의 숙제를 안겼다. 50부작이라는 긴 호흡 안에서 이방원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그려내겠다는 것. 유아인은 숙제를 누구보다 잘해냈다. 극 초반 안변책을 통과시키기 위해 아버지 이성계(천호진 분) 대신 도장을 찍는 이방원과 후반부 왕위에 오른 이방원은 단지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뿐만 아니라 모든 게 달랐다.

"50부작 안에서 변화를 그려내고 싶다는 게 저에게 준 가장 큰 숙제였어요. 외면과 내면의 변화와 성장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싶었죠. 한 인물의 긴 세월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미션을 저에게 줬고 목소리, 움직임, 톤, 표정의 변화도 나이대별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후반에는 목소리도 갈고 변화를 줬죠. 세월이 흐른다고 성장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성장하는 인물을 많이 연기했었는데 나이가 든다고 성장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세상에 발맞춰갈 수 있게 시스템이 만들어지겠지만 점점 때가 묻어가는 그 과정을 어떻게 성장이라고 단언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어요. 성장이라고 하기보다는 인물의 순수함, 때 묻지 않았던 인격의 변화죠. 벌레가 자라나기 시작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했는데 잘했는지는 모르겠어요.(웃음)"

'베테랑'의 조태오, '사도'의 사도세자 등 한 해에 자신의 대표 캐릭터를 둘이나 배출한 유아인이지만 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단연 이방원이었다. 극중 이방원이 정도전(김명민 분)의 곁을 떠나 나름의 성장을 거뒀듯 유아인 역시 그런 이방원을 연기하며 한층 성장을 이뤘다고 밝혔다.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이방원이에요. 원래 '사도'였는데 바뀌었어요. 가장 많은 시간 동안 공을 들였고 이방원을 연기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걸 느꼈어요. 이 작품을 찍으면서 성장하는 것을 느꼈는데 신선한 경험이었죠. '나란 사람이 이렇게 성장하고 있구나' 그런 부분을 포착하고 감지하면서 현장에서 숨 쉴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고 연기적으로도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었고 제가 연기한 인물 중에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었어요."

이방원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정몽주와 정도전을 살해하는 장면이다. 이방원은 조영규(민성욱 분)에게 정몽주를 죽이라는 지시를 내리고 정도전에겐 직접 칼을 꽂았다. 정몽주를 죽일 땐 눈물을, 정도전을 죽일 땐 담담한 감정을 보였다. 선죽교 장면에서 이방원의 눈물은 유아인의 해석이 곁들여진 결과물이었다.

"대본에 써주신 대로 정말 벼랑 끝에 몰려서 정몽주를 죽였어요. 자신이 믿는 신념을 지키고 조선 건국을 위해 정몽주를 죽이는 과정에서 대본에 눈물이 설정되지 않았는데 울었죠. 이방원이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정치적으로 한 사람을 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힘들고 혼란스러울까. 내면의 연약함이 발동할까' 생각해 해석한 부분이 있었어요. 정도전을 죽일 때는 좀 속 시원하게 죽이려고 했어요. 훨씬 더 냉정하고 차갑게, 틀림없이 혼란스럽지만 죽이고 뒤돌아서고야 마는, 혼자 삼키는 것으로 해석하려고 했습니다."

(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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