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on Air] 염경엽 감독이 캠프서 '노기(怒氣)'를 드러낸 이유

애리조나(미국)=김우종 기자 / 입력 : 2016.02.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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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 /사진=김우종 기자





철망 쪽으로 야구공이 '쾅' 날아왔다. 채 2m도 채 안 되는 거리. 심장이 '쿵쿵' 뛰었다.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이었다. 넥센의 스프링캠프가 꾸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 넥센 선수단은 오전 9시 30분부터 공식 훈련 일정을 시작했다. 선수단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워밍업에 이어 주루와 롱토스를 각각 실시했다.

이날 넥센 선수단은 올 들어 처음 실시하는 자체 청백전을 앞두고 있었다. 넥센은 14일 한 차례 더 청백전을 실시한 뒤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이제 사실상 실전 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더불어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 선수단 사이에서는 적당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청백전 개시 시간은 12시 30분. 선수단은 다소 이른 오전 11시부터 점심을 먹어야 했다. 훈련 종료를 거의 앞둔 시각이었다. 염경엽 감독과 코치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넥센 선수들은 내야에서 포구 및 송구 훈련을 하고 있었다.


윤석민과 박윤을 비롯해 넥센 내야수들이 펑고를 받아 힘차게 홈으로 공을 뿌렸다. 선수단 사이에서는 '좋아!', '더 크게!', '움직임 빠른데' 라는 육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이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훈련의 흐름이 잠시 끊겼다. '2년차 내야수' 송성문(20)이 대쉬 도중 글러브를 갖다 대다가 공을 놓치고 만 것이다.

훈련이 끝났다. 모든 훈련을 꼼꼼히 지켜본 염경엽 감독이 송성문을 따로 불렀다. 나머지 선수들은 청백전에 임하기 위해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염 감독과 송성문, 그리고 몇 명의 코치들만 그 자리에 남았다.

이어 염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이 시작됐다. 염 감독은 직접 글러브를 낀 뒤 송성문을 지도했다. 질책이나 지적은 없었다. 그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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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이 직접 송성문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리듬을 타라', '글러브를 옆으로 감춰', '아니야', '그렇지', '좋아 그렇게 계속'. 염 감독은 송성문에게 계속해서 공을 굴려줬다. 직접 글러브를 끼며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염 감독과의 1:1 훈련을 마친 송성문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자책도 표정에 묻어났다. 송성문은 염 감독으로부터 '원 포인트 레슨'을 받은 게 이날이 처음이라고 했다. 아직도 긴장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송성문이 점심을 먹으러 연습구장을 떠났다. 이제 염 감독과 코치진만 남았다. 염 감독이 한 코치를 불렀다. 거리가 떨어져 있어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4년…"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대화는 꽤 길게 이어졌다. 이어 염 감독과 코치는 1m 사이의 거리를 둔 채 야구공을 맨손으로 주고받았다. '이 요령으로 저녁에 반복 연습을 시켜라. 100회 이상'. 그런데 이 순간. 손에 공을 쥔 염 감독이 옆에 있는 철망 쪽을 향해 공을 강하게 던졌다. '쾅!'. 데구루루…. 염 감독은 그대로 그 자리를 떠났다.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평소에는 한없이 자상한 염경엽 감독. 그러나 그라운드 위, 특히 훈련장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친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염 감독은 시즌 중 선수들의 잘못을 탓하는 일이 없다. 시즌 중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그는 '선수의 잘못은 곧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지도자의 책임'이라고 늘 강조한다.

넥센의 첫 청백전이 무사히 끝났다. 경기 후 잠시 염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으로 화를 내는 모습을 봤다'고 그에게 말을 건넸다. 이내 얼굴을 푼 염 감독은 "코치들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그냥 시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잘 가르쳐줘야 한다. 그래야 정확히 배운다. 빨리 실력도 늘고. 그래도 우리 팀 코치들이 제일 잘한다"고 했다. 위에서 언급한 '4년'은 염 감독과 코치가 함께한 기간.

이어 "코치는 자기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확실한 계획과 과정 그리고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도 발전하고 자신도 발전한다. 막연하게 1년을 보내선 안 된다. '발전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으면 이유가 무엇인가'. '선수가 못하는 건가, 내가 못하는 건가'를 구분 지을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코치들이 잘해야 팀이 잘 될 수 있다. 지금 이 시기가 유일하게 화를 낼 수 있을 때다. 시즌 중에는 경기를 해야 한다. 그때에는 화를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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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니혼햄전을 찾은 넥센 염경엽 감독(오른쪽) 및 롯데 조원우 감독.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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