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5일 부산영화제 운명의 날..오늘(11일) 영화인 부산시장 면담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2.11 10:20 / 조회 : 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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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사진=김창현 기자


회생이냐? 몰락이냐?


위기에 빠진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2월25일 기로에 선다. 이날 부산국제영화제 정기총회가 예정됐다. 최대 현안은 임기가 만료된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이번 총회에서 유임되느냐, 아니면 해임되느냐다.

이에 따라 국내외 영화계가 부산국제영화제를 보이콧 하느냐, 마느냐 등 후속 대책이 논의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부산국제영화제가 파행으로 치달아 아시아 최대 국제영화제라는 위상이 무너질 수도 있다.

이번 사태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부산시와 영화제가 갈등을 빚었다. 예정대로 상영은 강행했지만 후유증이 만만찮다.

그 해 말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부산시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 영화제는 부산시와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았다. 국고 지원도 전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20회를 앞두고 최악의 상황을 맞은 부산영화제 측은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를 마련하고 부집행위원장을 추가로 늘려 부산시를 달랬다.


"외압을 철회하라"는 한국 영화계 지지도 부산영화제에 힘을 실었다. 각 단체로 구성된 영화인연대가 마련돼 부산영화제를 응원했다. 또 영화계는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예산이 줄어든 부산영화제를 물밑에서 도왔다.

진정이 되는 듯했던 부산영화제 사태는 지난해 말 급격히 악화됐다. 부산시가 감사원 감사결과를 근거로 이용관 집행위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 부산영화제 측은 "명백한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부산영화제가 위기에 처하자 국내외 영화계가 나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비롯한 일본의 유명 감독, 태국의 아딧야 아사랏 감독, 말레이시아의 우밍진 감독, 인도의 수프리오 센 감독, 싱가포르의 앤서니 첸 감독, 유니 하디 싱가포르영화제 집행위원장, 프레디 올슨 예테보리영화제 프로그래머, 요시 야타베 도쿄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제이콥 웡 홍콩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등 해외 감독과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 지지를 밝혔다.

최근 열린 로테르담영화제에선 해외 영화인들이 단체로 부산영화제 지지를 나타내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한국에선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 각 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이 부산영화제 지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최근 봉준호 감독을 협회장으로 위촉한 한국영화감독조합도 부산영화제 지지를 천명했다.

이제 공은 부산시로 돌아갔다. 정확히는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에 달렸다. 정기총회에는 조직위원회 임원 23명, 집행위원회 25명, 조직위원회 자문위원 8명, 집행위원회 자문위원 28명 등 총 84명이 참석한다. 이 중 과반수가 출석해 출석인원 과반수가 동의하면 안건이 통과된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선임 절차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신임 집행위원장을 선임하면 정기총회에서 승인해 정식으로 위촉하게 돼 있다. 즉 서병수 시장이 칼자루를 쥐었다.

경우의 수는 셋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선임하면, 현행 이용관-강수연 공동위원장 체제가 지속된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다른 사람을 선임하면 이용관 위원장이 물러나고 강수연 위원장과 공동집행위원장 체제가 된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아예 선임을 안 하면 이용관 위원장이 물러나고 강수연 위원장 단독 체제가 된다.

국내외 영화계에선 이용관 위원장이 물러나게 되는 걸 최악으로 여긴다.

이용관 위원장이 물러날 경우 국내외 영화계 인사들의 보이콧도 예상된다. 실제 2004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석연찮은 이유로 김홍준 집행위원장을 해촉하자 한국영화계가 보이콧을 선언했다. 당시 깅홍준 위원장이 개막식에서 조직위원장인 홍건표 부천시장을 호명하지 않자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소리들이 나돌았다. 위원장이 해촉되면서 영화제를 뒷받침하던 스태프들이 줄줄이 해촉됐다. 세계 3대 판타스틱영화제 자리를 위협하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그 뒤 어려운 길을 걸었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이용관 위원장이 해촉될 경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부산영화제 앞마당인 해운대와 센텀시티 근처 경제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부산시는 영화계의 거센 반발을 예상한 만큼 신중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각 영화계 단체장들과 부산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11일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과 이은 한국제작가협회장 등이 서병수 부산시장과 만나 부산영화제 사태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다.

몰락의 길을 걷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11년이 지나 과거사 반성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열린 조직위원회 정기총회에서 2004년 해촉된 영화인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로 결의했다. 당시 해촉했던 김영덕 프로그래머를 다시 복직시켰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철을 밟게 될지, 운명의 날이 다가 오고 있다. 분명한 건 세계적인 영화제로 키우는 건 어렵지만, 망가뜨리는 건 한순간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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