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메이저리그 가성비 최고의 선발진은?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2.0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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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하비, 디그롬, 신더가드. /AFPBBNews=뉴스1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진을 구축한 팀은 어디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시카고 컵스와 뉴욕 메츠 두 팀을 막상막하로 1위를 다투는 후보로 지목하고 있고 워싱턴 내셔널스와 LA 다저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이 그 다음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의 연봉을 고려한 비용 대비 효용성 측면에서 최고 선발진을 꼽으라면 아무런 고민도 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인 뉴욕 메츠의 선발진이 단연 넘버 1이다. 맷 하비, 제이콥 데그롬, 노아 신더가드, 스티븐 매츠, 잭 윌러 등으로 이어지는 메츠 선발진은 현재의 퀄리티와 앞으로의 성장 잠재성에서 모두 리그 정상급이지만 특히 구단 입장에서 본 비용 대비 효율성 측면에선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들 5명 가운데 하비를 제외한 4명이 아직 연봉조정 자격도 없어 이들의 올해 연봉을 모두 합쳐도 겨우 640만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잭 그레인키(애리조나)의 올해 받게 될 연봉 3,400만달러의 5분의 1도 안된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파워 영건 5명의 연봉합계가 이 정도라니 정말 메츠는 복 받은 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5인방은 가장 나이가 많은 데그롬이 1988년생으로 아직 만 27살밖에 안됐고 하비가 26살, 월리 25살, 매츠 24살, 신더가드 23살 등 5명의 평균나이가 25살에 불과하다. 그리고 나이가 어리고 메이저리그 경험도 적으니 아직 연봉이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하비는 올해부터 연봉조정 자격을 얻어 평균이상의 연봉 432만5,000달러를 받지만 나머지 4명은 아직 그 자격도 없어 구단이 정해주는 대로 거의 메이저리그 최저연봉(2016년 50만7,500달러)급 액수를 올해 연봉으로 받게 된다. 메츠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파워피처 5명을 웬만한 불펜투수 한 명분의 연봉만 주고 데리고 있는 셈이다. 비용대비 효율성에서 어마어마한 횡재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메츠가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하는 동안 하비, 데그롬, 신더가드, 매츠 등 슈퍼 영건 4인방이 보여준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하비(2015년 13승8패, 2.71)와 데그롬(14승8패, 2.54), 신더가드(9승7패, 3.24)는 모두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클레이튼 커쇼와 그레인키 등 리그 정상급 수퍼에이스들과 겨뤄도 전혀 꿀리지 않는 위력을 떨쳤고 이들 중 가장 진도가 뒤처지는 매츠도 지난해 6월말 빅리그에 데뷔한 뒤 6차례 선발등판에서 4승무패, 평균자책점 2.27의 빼어난 피칭으로 다른 4명에 버금갈 특급 영건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입증했다. 여기에 지난 2013, 14년에 총 18승16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한 뒤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재건 수술)을 받은 파워피처 윌러가 7월초에 복귀예정이어서 메츠는 앞으로 수년간 저렴한 가격에 리그 최고의 수퍼영건들을 앞세워 정상을 노크할 발판을 구축한 셈이다.


이들 메츠 선발투수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불같은 강속구를 뿌린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빠른 볼을 던진 선발투수 톱5 가운데 3명이 메츠 투수였다. 신더가드가 평균 구속 97.1마일, 하비가 95.7마일, 데그롬이 95마일을 기록했고 매츠도 94~96마일을 던진다. 지난해 토미 존 수술을 뛰지 못했던 윌러는 지난 2014년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5번째로 빠른 공을 던진 투수였다. 구원투수가 아닌 선발투수 전원이 이처럼 꾸준하게 시속 95마일을 상회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팀은 거의 없다.

물론 빠른 공만 던진다고 메이저리그에서 바로 성공을 보장받지는 못한다. 당연히 빠른 볼을 받쳐주는 다른 구종과 함께 안정된 제구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메츠의 영건들은 모두 이 능력들도 갖추고 있다. 그렇기에 이들의 앞날은 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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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윌러(왼쪽), 스티븐 매츠. /AFPBBNews=뉴스1





한편 윌러가 돌아올 때까지 메츠 선발진의 한 자리는 올해 만 42살의 노장 바톨로 콜론이 맡을 전망이다. 1973년생인 콜론은 다른 동료 선발투수들과 비교하면 큰 형님급을 넘어 아예 아버지뻘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지만 지난해 33경기에 선발로 나서 14승13패,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하는 경이적인 노익장을 보였고 만 39세이던 지난 2012년 시즌부터 지난 4년간 각각 10, 18, 15, 14승을 거두는 등 최근 나이를 거꾸로 먹는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콜론의 올해 연봉은 725만달러로 나머지 선발투수 전원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물론 콜론이 그런 경이적인 피칭을 올해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메츠는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오프시즌동안 지난해 9승(10패)을 올린 5선발 조나단 니스를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트레이드하고 베테랑 2루수 닐 워커를 영입한 것도 선발진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런 메츠의 사례에서 보면 메이저리그 구단에게 유망주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이번 오프시즌 많은 팀들이 FA(프리에이전트) 선수들 가운데 전 소속팀의 퀄리파잉 오퍼(1년 1,580만달러)를 받은 선수들과의 계약을 꺼린 것이 바로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빼앗기기 싫어서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바로 이 드래프트 지명권이 탐나 많은 팀들은 예전 같았으며 퀄리파잉 오퍼를 주지 않았을 선수에게도 다소 무리해서 오퍼를 줬고 이로 인해 이번 오프시즌엔 사상 최초로 3명이나 소속팀의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그 오퍼를 거부했던 LA 다저스의 2루수 하위 켄드릭은 결국 그 오퍼에 딸린 드래프트 지명권 조항에 발목이 잡혀 FA시장에서 원했던 계약을 얻지 못하고 결국 다저스와 퀄리파잉 오퍼보다 못한 계약에 합의해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현상들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과 젊은 유망주들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해졌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메츠는 앞으로 이들 파워영건들과 가능한 빨리 다년계약 체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다음 3년 정도는 이들을 붙잡아 둘 권리가 있지만 이들 슈퍼 영건 선발진을 하나로 뭉쳐놓고 장기적으로 정상에 도전하기 위해 가능한 빨리 이들을 장기계약으로 묶어놓으려 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겠지만 그것은 이들이 FA로 풀린 뒤 붙잡으려 할 때 들어갈 액수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가 될 것이다. 만약 메츠가 이들을 성공적으로 묶어놓을 수 있다면 장기적인 포스트시즌 단골멤버가 될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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