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진' 이대호, 미국 무대서 경쟁력은 어떨까?

국재환 기자 / 입력 : 2016.02.0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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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을 맺은 이대호(34)가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사진=뉴스1





한층 날렵해진 '빅 보이' 이대호(34)는 미국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5일(이하 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대호는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었다. 그는 1월 초 미국 애리조나로 넘어가 협상 과정을 지켜봄과 동시에,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몸을 만들었다. 약 두 달 전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을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오갈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슬림해졌다고 볼 수 있었다. 이대호 본인도 구체적인 감량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살이 많이 빠졌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시애틀과 계약 소식이 전해진 뒤, 현지 언론도 날씬해진 이대호의 모습에 관심을 나타냈다. 시애틀타임즈는 지난 4일 "이대호는 프로필 상 키와 몸무게는 각각 6피트 4인치(약 193cm), 280파운드(약 127kg)다. 그런데 그의 플레이 영상을 보면 몸무게가 더 나가 보인다. 하지만 그는 최근 몇 달 간 애리조나 피오리아에 있는 매리너스 훈련장에서 엄청난 다이어트를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메이저리그를 위해 체형을 완전히 바꿨다"고 보도했다. 직접 본 이대호의 모습은 시애틀타임즈의 보도대로 확연히 달리진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살 빠진 이대호의 경쟁력은 어떨까.


그동안 이대호의 이미지는 묵직한 체중과 체구를 앞세워 홈런을 펑펑 때리는 선수로 각인돼 있었다. 하지만 상세하게 살펴본다면 이대호는 홈런에만 치중된 타자가 아니었다.

2001년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고 2011년까지 KBO리그에서 활약한 이대호는 2004년부터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그러나 30홈런을 넘긴 적은 44홈런을 때린 2010년 단 한 차례에 불과했고, 이 기간 동안 연 평균 홈런 수는 26.6개에 불과했다.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과거 이승엽, 심정수, 박병호처럼 리그를 압도할 만한 '홈런 타자'는 아니었던 셈이었다. 분류하자면 장거리 타자가 아닌 정교한 타격 능력을 앞세운 중·장거리 타자로 보는 게 더 정확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대호는 지난해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고 31홈런을 때려냈지만, 이는 홈구장 야후 오크돔 기존 외야 펜스 앞에 테라스를 설치한 덕을 봤기 때문으로 볼 수 있었다. 테라스를 설치하지 않았던 2014년에는 19홈런을 때리는데 그쳤고, 2012년부터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활약할 때도 2년 연속 24홈런으로 30홈런 고지를 점령하지 못했다. 일본에서의 4시즌 동안에도 2루타 개수(112개)가 홈런 개수(98홈런)보다 많았던 점을 본다면, 홈런보다는 정교한 타격 능력을 앞세운 중·장거리 타자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물론 다이어트로 인한 체중 감량이 타격의 비거리 감소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정확한 타격 능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며, 스프레이 히터로서의 능력을 발휘한다면 경쟁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메이저리그에 승격된다면, 홈구장 세이프코 필드 외야가 제법 넓은 만큼 굳이 홈런이 아니더라도 안타를 비롯해 보다 많은 2루타를 생산해낼 가능성도 높다.

수비에서도 한층 더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동안 일본 및 미국 현지 언론은 거구인 이대호가 1루 수비를 얼마나 잘 할지에 대해 의구심 어린 눈초리를 보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린 이대호 역시 이 점을 파악하고, 구단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체중을 감량했다. 이대호는 귀국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팀이 1루수로서의 역할을 원했던 만큼, 수비에서 보다 더 날렵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몸이 한결 가벼워짐에 따라 무릎과 허리 등, 각종 부상을 예방하는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 조건 자체는 1년 400만 달러(인센티브 포함) 수준이고, 메이저리거 신분이 보장되지 않은 만큼 썩 만족스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정보다 도전을 택한 이대호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았다. 살 빠진 이대호가 미국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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