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도로 다저스行' 켄드릭 '굴러들어온 복'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2.0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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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로 나섰던 하워드 켄드릭(32)이 결국 LA 다저스로 돌아왔다./AFPBBNews=뉴스1


베테랑 2루수 하워드 켄드릭(32)이 결국 LA 다저스로 돌아왔다. 다저스가 제시한 퀄리파잉 오퍼(1년 1,580만달러)를 거부하고 프리에이전트(FA)로 나섰으나 마음에 드는 오퍼를 얻지 못했고 결국은 다저스의 2년 2,000만달러 오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원래 다저스는 켄드릭과 재계약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상태였다. 그가 좋은 선수가 아니라서가 아니라 그가 FA로서 기대하는 수준의 거액 장기계약을 주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차라리 그에게 퀄리파잉 오퍼(QO)를 제시한 뒤 예상대로 그가 이를 거부하고 FA로 나서 다른 팀과 계약할 경우 규정에 따라 그 팀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보상으로 받는 쪽을 선택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수순대로 켄드릭이 QO를 거부하고 FA로 나서자 다저스는 곧바로 베테랑 2루수 체이스 어틀리를 1년 70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어틀리와 키케 에르난데스 콤비에게 2루를 맡기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리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백업 2루수로 마이카 존슨을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역시 계산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켄드릭은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 개막이 3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새 팀을 찾을 수가 없었다. 커리어 통산 타율 0.293의 전 올스타 2루수를 원하는 팀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지만 종종 FA시장은 수요-공급 예측을 빗나가게 만든다.

더욱이 다저스가 그에게 QO를 오퍼했다는 사실은 결과적으로 켄드릭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됐다. 그와 계약을 할 경우 1라운드 드래프트 지명권을 잃게 된다는 사실이 많은 팀들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특히 켄드릭을 붙잡을 경우 내야 보강과 타선 강화라는 팀의 과제 두 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조차 드래프트 지명권을 추가로 잃는 출혈은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미 FA시장에서 잭 그레인키를 영입하면서 1라운드 지명권을 다저스에 내준 애리조나는 켄드릭을 잡고 2라운드 지명권마저 다저스에 줄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은 밀워키 브루어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전 올스타 내야수 진 세구라를 영입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돌아가자 다저스의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이 다시 켄드릭 쪽에 시선을 돌린 것은 상당히 현명한 판단으로 보인다. 이번 오프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인 애리조나와 샌프란시스코가 FA시장에서 거액을 투자하며 전력을 상당히 강화하고 다저스 추월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저스로선 모든 포지션에서 최상의 전력을 구축해야 하는데 만약 켄드릭을 예상보다 싼 가격에 다시 붙잡는 것은 금상첨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른 팀들과 달리 다저스는 켄드릭과 계약하더라도 드래프트 지명권을 잃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원래 다저스의 2루 구상은 오른손 투수를 상대론 어틀리, 왼손투수를 상대론 에르난데스를 출전시키는 것이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해 왼손투수 상대 타율이 0.423, 오른손투수 상대 타율이 0.234였다. 어틀리는 왼손투수 상대로 0.186, 오른손투수 상대론 0.221이었다. 다저스는 아직 에르난데스가 전체적으로 풀타임을 소화할 준비가 덜됐다는 판단에 따라 베테랑 어틀리와의 플래툰 시스템으로 2루를 커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어틀리는 이미 전성기가 지난 선수였고 그와 에르난데스의 오른손투수 상대 타율은 모두 2할3푼대 정도에 불과한 것이 상당한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켄드릭이 당초 1년 1,580만달러의 퀄리파잉 오퍼보다 평균연봉에서 오히려 더 줄어든 2년 2,000만달러에 다저스에 복귀하면서 다저스의 내야옵션은 훨씬 풍부하게 됐다. 지난해 왼손투수 상대 0.291, 오른손투수 상대 0.297을 친 켄드릭은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어틀리에 비해 훨씬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고 주전 2루수로는 물론 상황에 따라 에르난데스와 플래툰으로 나선다면 더 큰 전력보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경우 어틀리의 위치가 애매해질 것 같지만 그는 2루는 물론 3루수 백업요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다저스의 주전 3루수 저스틴 터너는 지난해 11월 무릎수술을 받았는데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가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만약 터너가 시즌을 정시에 시작할 수 없다면 임시방편으로 코리 시거가 유격수에서 3루로 이동하고 에르난데스가 유격수로 나서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어틀리는 2루와 3루 백업 요원이 된다. 또한 터너는 지난해 내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한 선수이기에 만약 1루수 에이드리언 곤잘레스가 휴식이 필요할 땐 터너를 1루로 보내고, 어틀리가 3루를 맡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다. 에르난데스의 경우는 지난해 중견수로 18게임, 2루수로 15게임, 유격수로 11게임, 좌익수로 5게임, 우익수로 1게임에 나설만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 다저스의 라인업 가능성은 훨씬 풍부해질 전망이다.

켄드릭은 이제 겨우 32세다. 커리어 평균타율이 0.293이고 지난해 타율이 0.295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3~4년은 이 정도의 꾸준한 성적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수비력에서도 비록 지난해 과거에 비해 한 스탭 정도 느려진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아직도 수준급 2루수로 손색이 없다.

특히 켄드릭의 복귀가 다저스에 도움이 될 것은 그가 항상 프로선수라는 본분을 잃어버리지 않는 성실함이 돋보이는 선수로 많은 젊은 선수들이 롤모델로 삼는 선수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야시엘 푸이그 같은 선수에게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면 켄드릭의 가치는 더 커진다.

그래서인지 다저스 선수들은 켄드릭 복귀 소식에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곤잘레스는 “그가 돌아와 너무 좋다. 그는 내 생애 최고의 팀메이트 중 한 명”이라고 밝혔고 켄드릭의 복귀로 입지가 상당히 좁아질 어틀리조차 “흥분된다. 지난해 그와 함께 한 짧은 시간동안 그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갖게 됐다”면서 “그는 우리 팀을 좋게 만드는 선수”라고 기뻐했다.

신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어제 그와 대화를 나눴는데 다저스에 돌아온 것에 매우 기뻐하고 있다”면서 “그에게 (다저스와 재계약한 것이) 방금 나를 더 좋은 감독으로 만들어줬다고 말했다”고 켄드릭의 복귀를 환영했다. 곤잘레스는 “(켄드릭의 복귀로) 우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층이 가장 두터운 팀이 됐다”면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부상도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많은 팀들은 그럴 수가 없다. 재능 면에서 우리는 최고급”이라고 말해 올 시즌에 대한 높은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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