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이대호 '쌩큐'.. '제2 오타니' 보단 인성교육 선행 필요"

[김재동의 만남] '프리미어12의 영웅' 김인식 감독②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5.12.17 11:37 / 조회 : 7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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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유니폼이 가장 잘어울리는 김인식 '국민감독' /사진= 뉴스1


<전회에서 계속>


그들은 마지막에 함께 웃었다. WBSC 프리미어12의 초대 우승팀의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그들의 마지막이 그렇게 훌륭했다고해서 시작도 훌륭했던 것은 아니었다.

144게임으로 리그 경기수가 늘어난 첫 해다 보니 선수들은 지쳤다. 한국시리즈가 10월31일 끝났다. 한국과 쿠바의 평가전이 11월 4~5일. 11월 6일 일본 출국후 8일 일본과 개막전을 치르는 강행군이었다. 윤석민 양현종 오승환 등의 부상 불참에 이어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해외도박건으로 낙마도 했다.

개막전 0-5 완패는 확실히 일본이 자랑하는 선발 오타니의 압도적 구위가 결정적이었다. 거기에 누덕누덕 출발한 한국 국가대표팀의 현실도 한몫했다.

“제일 고마운 선수? 이대호랑 정근우가 제일 고맙지. 둘이 동갑내기 동기생이거든. 야수중에 나이도 제일 많고. 정근우가 주장노릇을 톡톡히 했어. 대호가 묵묵히 선배노릇 해줬고”


국가대표팀 감독만 4번이지만 김인식감독이 양껏 팀을 만들어 대회에 임해본 적은 없었던 게 사실이다. “WBC도 훈련 제대로 못해. 기껏 열흘, 일주일이거든. 그래서 대표팀은 가지고 있는 실력을 유지시키면서 그 실력을 경기서 100프로 발휘시키는 게 중요해. 분위기가 그래서 중요한거야. 그런데 선배가 야구 좀 한다고 조잘대기나 하고 그러면 분위기 망하는거거든. 회사도 마찬가지야. 부장 이런 사람들이 실력은 좋은데 밑에 사람들 지적하고 추궁하기나 좋아하면 망하는 거란 말이지. 특히 대표팀은 그게 중요해.”

그 중요한 분위기를 고양시키는데 주장 정근우와 선배 이대호의 역할이 김인식 감독 눈에 쏙 들었던 모양이다.

“대만에선 식사들을 잘 못했는데 우리 호텔 건너편에 한국식 삼겹살 집이 있는 거야. 한번은 타이중에서 경기 끝나고 새벽 2시에 들어왔는데 하루종일 안먹었으니 잠을 잘 수가 있나. 그래서 딱 한번 가봤어. 근데 군데 군데 애들이 모여있는 거야. 김치, 콩나물을 솥뚜껑 같은 데 굽고 삼겹살 굽고 하니까 잘 먹더라구. 여기저기서 형 잘먹었어 하고 슥 나가면 이대호가 아무 소리 않고 달려가 계산을 하더라니까. 근데 그게 그날뿐이 아녔다는 거야. 대호도 그렇고 정근우도 주장으로서 잘하고 하니까 가면 갈수록 팀 분위기가 탄탄해지더라구.”

그렇게 팀은 탄탄해져갔고 도미니카전 10-1 완승, 베네수엘라전 13-2 콜드게임승, 멕시코전 4-3승, 파죽의 3연승을 거두고 8강진출을 확정지었다. 미국전 역시 승부치기 끝에 2-3으로 패하고 말았지만 충분히 이길수 있는 경기였다.

김인식표 야구대표팀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2006년 WBC 4강에 오르고 2009년 WBC 준우승에 이어 이번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을 차지한 저변에는 그런 단단한 팀워크가 자리잡고 있었다. 선배가 후배를 묵묵히 챙기고 이끌어 날이 갈수록 탄탄하게 한 팀이 돼가는 모습이.

이번에야 정근우, 이대호였겠지만 2002, 2006, 2009년에도 그런 선배가 있었을 것이다. 결국 리더 김인식 감독의 미덕이 코치진을 거쳐 선배를 통해 후배까지 아울렀기 때문임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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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감독은 국내야구에 관해 말할때면 언제나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KBO= 김창현 기자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오타니와 같은 선수를 키워 내려면 어찌해야될 지를 물었다.

“고교시절 벌써 160을 던졌다니 자질은 타고난 건데 그런 볼을 던진다는 것 보다 중요한게 그 공을 던질 몸을 만들어놨다는 점이란 말야.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관리받고 보호받았단 말인데 우린 그게 안돼. 우리도 할 수 있는데 그걸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선수 인성교육까지도 소홀하단 말이지”

김감독이 항상 강조하는 인성교육 이야기가 나왔다. 게다가 이번 대회에서 해외원정도박의 피해를 직접 감수한 당사자이기도 해서인지 어투에 강세가 주어진다. “이건 야구협회가 계속 강조하고 지시해야 하는 사안야. 학생만 대상으로 할게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도 계속 관리를 해줘야 된다고. 프로도 마찬가지야. 신인들 들어왔을 때 한번, 이렇게 할 게 아니라 KBO고 구단이고 지속적으로 꾸준히 교육을 시켜야 된다구”

김감독이 안타까워 하는 부분은 모두들 이 부분을 너무도 당연시해서 소홀하게 취급한다는 점이다. “도박하지마라. 음주운전 하지 마라. 비행기서 담배 피지 마라. 다 알지. 안다고 사고 안나는게 아니잖아. 계속 강조를 해주고 주의를 환기시켜줘야 된다는 말이지.”

자기 반성으로도 이어진다. “나부터도 반성하는 게 감독할 때 가령 누구 2군 내려보내려면 수석코치나 코치들한테 통보하라 했거든. 근데 그럴 일이 아냐. 코치는 코치대로 민망하니 ‘야 감독이 너 2군 내려가래’ 정도로 끝낸다고. 그럼 얜 그냥 낙담하는거야. 그때 누가 위로한다고 소주나 한잔 하자 해서 마시다 보면 음주사고가 생긴단 말이지. 감독이 직접 ‘너 내려가서 좀 기다리고 있어’하면 희망을 갖고 오히려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거든. 이걸 꼭 후배감독들에게 일러주고 싶어”

김인식 감독의 이야기는 듣기에 참 쉽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당연한 이야기들을 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면 의미가 생긴다. 그는 항상 당연한 일들을 당연히 해내는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나 본인이 당연히 할 일을 못한 바는 없는지 반성하는 사람이다.

프리미어12 대표팀 감독 선임 직후 인터뷰에서도 그는 2009년 WBC 일본과의 결승전 이치로에게 맞은 결승타를 회고하면서 반성했다. “당연히 거르는 타임였지. 그리고 거를려면 아예 포수를 일으켜 세워야했어.”

그는 '국민감독'이란 호칭을 쑥쓰러워했다. 그 쑥쓰러움에 자부심이 담겨있음도 물론이다. 야구에서의 성과가 그를 국민감독으로 만들었겠지만 그는 국민 모두가 지향하는 ‘당연한 가치’를 누구보다 우선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김인식은 국민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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