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를 걸때 확률은 중요치않다, 선수가 중요할뿐"

[김재동의 만남] '프리미어12의 영웅' 김인식 감독①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5.12.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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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프리미어12 대표팀 감독./KBO= 김창현 기자
나는 그가 양손과 안면근육을 한껏 활용해 동작 큰 제스처를 취하며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런 생경함을 느끼지 못했다. 비록 이십수년을 알아오도록 한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며 나뿐 아니라 그를 아는 많은 이들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말이다.

그 날 그 승부는 지켜본 모든 이들을 열광케 한 것이었으므로 그 승부를 연출한 당사자의 소회에 흥분이 벌써 사라졌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19일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은 근 한달의 시간이 지난 후에 복기해봐도 노장 김인식(69) 감독의 가슴을 달구고 있었다.

-오타니를 다시 준결승서 만났을 때 심경이 어떠셨어요?

"먼저보단 좀 나을 거라 생각했지. 아무래도 눈에 익혔으니까. 근데 오히려 더 못하는거야. 꼼짝을 못해. 볼도 빨랐지만 변화되는 공이라던가 이런 것도 의외로 컨트롤이 좋고, 지금 와서 말하기엔 우스운 얘기지만 미국심판이 유난스럽게 넓게 잡아준 면도 있어보이고.."


개막전서 한국팀에 0-5 영봉패의 수모를 안겨줬던 오타니는 여전히 강력했다. 정근우에게만 안타 하나를 허용했을뿐 7이닝을 1피안타 1사구 11탈삼진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그렇게 0-3으로 뒤진채 맞은 9회초 공격서 김인식 감독의 본격적인 승부는 시작됐다.

"이순철 코치가 묻더라고 누구부터 낼까요? 그래서 오재원이 나을거 같다. 먼저 쓰자 했지. 오재원이는 원래 주자없을 때 좀 치는 편이고 손아섭은 주자있을 때 더 잘 치는 편이거든"

그렇게 한국의 반격은 시작됐다. 대타 오재원 좌전안타-대타 손아섭 중전안타. 무사 1,2루. 정근우 좌익선상 2루타, 오재원 득점. 무사2,3루. 이용규 몸에 맞는 볼, 김현수 밀어내기 볼넷- 이대호 역전 2타점 적시타. 4-3.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 임창민 대신 정대현이 올라왔다. 첫 타자 야마다 삼진. 다음 타자는 좌타자 요시모도 츠츠고. 김감독은 언더스로 정대현에게 좌타자 츠츠고를 내처 맡겼다.

“좀 갈등이 있었어. 근데 이 친구(츠츠고)가 큰 거를 노린다고 생각을 했지. 다른 밑에 던지는 투수였으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었지만 정대현이가 위쪽에서 바깥쪽으로 휘며 가라앉는 볼을 던지는 주특기가 있거든. 츠츠고는 크게 칠려고 당길거다는 판단이 섰고. 그래서 밀고갔지”

김 감독의 예측대로 정대현 볼은 그렇게 날아갔고 츠츠고 역시 당겨쳤다. 결과는 1루 땅볼아웃. 후속 나카타가 중전안타를 치고나가자 일본벤치는 대주자 나카시마를 기용하면서 6번 마츠다 대타로 오른손 거포 나카무라를 내세웠다. 그리고 김인식 감독은 왼손피처 이현승을 올렸다. 왜인지 묻지않을 수 없다.

“나카무라는 일본리그서도 왼손투수 공을 잘치는 선수야. 근데 투아웃에 1루거든. 이 친구도 큰 거를 노릴거고 나쁜 볼도 막치게 돼있어. 그리고 ‘왼손 킬러’라는 장점속에 약점도 있는거거든. 평범한 왼손 공에는 큰 걸 잘 만들어내지만 변화되는 볼에는 또 약점이 있단 말이지. 이현승은 떨어지는 싱커성 체인지업이 좋고. 선동렬코치랑 눈이 맞았어. 선동렬이도 나한테 묻는거지. ‘현승이로 바꿀까요?’ ‘바꿔!’했지 ”

이번에도 맞아떨어졌다. 나카무라의 타구는 결국 3루 땅볼에 그치며 일본야구의 심장 도쿄돔을 탄식속에 몰아넣었다. 그 순간의 소감을 묻자 김감독은 금세 당시로 돌아간듯하다. “감독으로서도 진짜 그냥.. 그 막바지에.. 그 참 말로 표현 못하는.. 속에서만 크으윽하는.. ‘야 진짜 해냈다’는 그런 짜릿함이 있었지. 그게 제일 큰 승부였거든 저쪽이랑 나랑” 노감독의 얼굴은 상기됐고 양손은 잔뜩 움켜쥔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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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을 차지하고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있는 김인식 감독./사진= OSEN
그 격동적인 회고는 ‘야구는 어렵다’는 명제의 재확인으로 마무리되었다. “그게 맞아떨어졌으니 다행이지, 츠츠고든 나카무라든 터졌으면 얼마나 큰 비난을 받았겠어? 그럼에도 ‘그렇게 해야겠다’ 확신을 갖고 마음의 결정을 보는 것. 그게 승부지.”

85개의 투구를 한 오타니를 내린후 일본 여론의 뭇매를 맞은 고쿠보 감독의 이야기가 뒤를 잇는다. “그건 그 감독이 평소에 그렇게 해온거거든. 어느 투수고 8회 가면 바꿨단 말이지. 죽 그렇게 해서 성공을 해왔는데 그날 그게 안돼서 많은 비난을 받은 거고 무난하게 끝났으면 아무 얘기 없었을 거란 말이지. 그렇게 98%가 자기가 한 대로 흘러왔는데 마지막2%가 여태까지의 성공을 다 깨트려버리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았잖아. 이런 경험을 통해서 고쿠보감독도 신중하게 갈거고 그 덕에 성장할거라고 봐” 말뿐인 덕담이 아니라 고쿠보란 젊은 감독에 대한 선배야구인으로서의 기대감이 표정에서 읽혀진다.

‘승부사’ 김인식 감독은 승부를 어떻게 보나 “야구는 확률게임이란 말이 있지. 그래서 왼손 나오면 왼손 내보내고 다 하는데 진짜 승부에 들어가면 그거저거 안가리고 내 선수가 어떤 주특기를 갖고 있고 그 주특기로 상대선수를 어떻게 하면 막아낼 수 있는가에 올인해야 되는 거야”

그리고 그런 결정적 승부를 위해선 팀의 분위기가 자리 잡혀야함을 강조한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간에도 척하면 척하는 소통이 돼야 되고 그런 벤치를 보면서 선수들도 우리가 지진 않겠구나 신뢰해 주고 벤치도 선수들에게 너희들이라면 할 수 있어 하는 믿음을 보내주고 하면 ‘승부다’ 할 때 진짜 한번씩들 해줄 수 있는거거든"

김인식 감독의 한국 대표팀은 11월 19일 일본을 상대로 그렇게 승리했고 지켜본 수많은 국민들은 그 승리에 환호했다.

니체가 말했다. “함께 침묵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더 멋진 일은 함께 웃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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