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올킬' 싸이, 그리고 소주·콩나물국밥·월드스타

싸이 / 사진=이동훈 기자

가수 싸이(박재상·38). 참으로 독특한 뮤지션이다.


강남 부유한 집안 출신이지만, 음악과 춤에 푹 빠져 미국 유학 중 스스로 진로를 바꿨다. 한국으로 돌아와 가수로 데뷔할 때는 '새'를 통해 그야말로 파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꼭 잘생기고 멋스러움을 추구하는 뮤지션이 아니더라고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후 승승장구도 했지만, '남자들의 최고 악몽'이라 할 만한 '군대 두 번 가기'도 직접 겪는 등 적지 않은 풍파도 있었다. 올해 가수 데뷔 15년을 맞은 싸이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사실 활동 기간은 몇 년 안된다"일 정도다.

하지만 싸이는 다시 일어섰다. 지난 2012년 여름 발표한 정규 6집 파트1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는 의도치 않게 월드스타까지 됐다.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만 25억뷰 진입을 목전에 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여전히 전 세계 유튜브 사상 최다 조회 단일 영상이다.

국내 팬들은 싸이가 월드스타가 된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했고 응원도 많이 했다. 그러나 '폼'재지 않고 거칠 것 없었던 싸이를 국내에서 만날 기회는 '강남스타일' 이후, 이전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 나름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싸이도 이 점을 잘 파악한 듯하다. 싸이는 3년 5개월 만의 한국 정규 앨범인 7집 '칠집싸이다'를 1일 발표했다. 싸이는 이번 음반 발매 직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월드스타의 부담감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재밌게, 싸이스럽게 음악을 하자고 마음 먹었다'란 요지의 말을 했다.

베일을 벗은 이번 앨범 더블 타이틀곡 '나팔바지'와 '대디'(DADDY)는 싸이 특유의 경쾌함, 흥겨움, 자신감, 익살스러움 등이 가득 담겨 있다. 누구보다 잘 노는 가수로 유명한 싸이가 그의 말대로 초심으로 돌아가 음악을 만들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팬들은 초심으로 복귀한 싸이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나팔바지'와 '대디'는 공개 직후부터 멜론 지니 네이버뮤직 벅스뮤직 엠넷닷컴 소리바다 올레뮤직 몽키3 등 국내 8대 음악 사이트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를 휩쓸며, 퍼펙트 올킬을 달성했다.

싸이의 초심 복귀가 반가운 것은 그는 그답게,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재밌게 음악을 할 때 가장 멋지기 때문이다. 기획사 시스템 속 아이돌그룹이 주도권을 잡은 국내 가요계에서 팬들이 싸이에게 원하는 것도 바로 그다움이다. '강남스타일' 역시 싸이가 싸이스럽게 만들었기에 그를 월드스타로 거듭나게 해 줬던 것이다.

2시간으로 예정된 콘서트도, 흥만 돋운다면 4시간 가까이하는 게 바로 싸이다. 19금 공연 혹은 대학 축제 때는 팬들 및 학생들에 양해를 구하고, 소주 1병을 시원하게 원샷했던 것도 싸이다. 팬들과 흥겹게 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지, 음악 할 때와 무대에 설 때 만큼은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남스타일' 이전 싸이는 움직임에 있어서도 자유로웠다. 과거 전주 공연을 끝내고 스태프와 뒤풀이를 한 날 아침, 아주 수수한 차림으로 전주 시내의 한 콩나물국밥 집으로 들어가 시민들과 함께 앉아 식사를 했다. 싸이는 알아본 주인 아주머니는 싸이에게 '쌀 뻥튀기'를 한 줌 집어 줬고, 싸이는 고맙게 받아갔다. 그만큼 싸이는 친근한 스타였다.

하지만 월드스타가 된 뒤로는 싸이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대중에는 이전보다는 범접하기 힘든 대상이 됐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싸이는 이제 다시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재밌고 익살스럽고 친근한 싸이로 말이다. 싸이의 이번 신보는 그의 이러한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는 듯해, 향후도 더욱 기대케 하고 있다.

'친근한 월드스타'가 될 싸이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