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 논란, 그저 '부주의'라 넘어가기엔..

[기자수첩]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11.30 13:19 / 조회 : 2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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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진짜 사나이' 화면 캡처


그러니까 다 '부주의' 때문이라는 거다.

지난 29일 방송된 MBC '일밤-진짜 사나이'가 2가지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출연자 이이경의 개인정보 유출과 옛 일본 군가 배경음악이다. 지난 29일 방송된 해병대 특집에서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아 도중 하차한 이이경이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모자이크처리 없이 공개됐고, 제국주의 성격이 짙은 옛 일본 군가 '군함행진곡'이 오프닝 음악으로 쓰이며 시청자들의 비난이 일었다. 개인정보 모자이크 처리를 놓쳤고, 군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음악을 검색해 사용하면서 미처 '군함행진곡'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진짜사나이' 측은 즉각 "29일 '진짜 사나이' 방송 과정에서 제작진의 부주의로 부적절한 배경음악이 방송되고, 또한 배우 이이경 씨의 주민등록번호가 모자이크 처리가 안 된 상태에서 잠시나마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일이 있었습니다"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저희 제작진은 시청자 여러분들과 배우 이이경 씨, 그리고 군 관계자분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 말씀 올립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작과정에서 더욱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말씀 올립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냉랭하다. 더욱이 '진짜 사나이'는 국군 병사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전한다는 취지로 사랑받고 있는 지상파 프로그램이다. 제국주의 시절 군가로 쓰였으며 현재도 일본 자위대 행진곡으로 쓰이는 노래를 여과 없이 내보냈다는 데 대해 반감이 더 크다. 마침 '진짜 사나이'는 불과 두 달 전, 성희롱 논란으로 '권고' 조치를 받은 터. 설상가상 여수MBC는 '진짜 사나이' 논란으로 인터넷이 시끄러웠던 30일 오전 전남대학교 엠블럼 대신 비하 의도가 확연한 '일베' 이미지를 사용해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

'부주의'는 방송사고의 거의 모든 이유다. 대부분의 해명에 어김없이 '부주의'가 등장한다. 과거 JTBC '비정상회담'이 일왕의 시대가 영원하기를 기원하는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내보내 인터넷이 발칵 뒤집힌 일도, 그로부터 반년 만에 일본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가 노출된 일도 제작진의 "부주의"가 이유였다. SBS '한밤의 TV연예'가 지난 9월 영화 포스터 대신 배우 얼굴 대신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일베' 이미지를 쓴 것도, 그에 앞서 무려 6번이나 정상적인 이미지 대신 '일베' 이미지를 사용한 것도 "부주의" 탓이었다. KBS라고, 다른 종편이라고 "부주의"는 예외가 아니다.

단지 '부주의'일 뿐이라니 말이야 맞는 말이다. 누가 방송사고를 내고 싶어 내겠나. 그러니 방통심의위원회도 칼을 빼 들었다가도 행정지도인 '권고' 수준에 그치곤 할 것이다. 그러나 '습관성 부주의'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일본 제국주의 잔재, 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악의적 비하 이미지 등 심지어 비슷한 방송사고 패턴이 방송사를 바꿔가며 반복되는데도 나아지는 게 없다는 건 방송을 만드는 이들도, 심의할 이들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심각한 문제다. 반복되면 사과도 약속도 허무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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