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침묵의 살인자 '가습기 살균제'..책임은 누가?(종합)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5.11.29 00:30 / 조회 : 9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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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수백 명의 인명을 앗아 갔지만 책임지는 이는 없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뤘다.

28일 오후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011년 발생한 연쇄 산모 사망 사건에서 시작했다.

2011년 봄 발생한 이 사건은 서울 A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임신부 5명이 급성 폐질환으로 연쇄 사망하면서 충격을 안겼다. 호흡 곤란을 느끼다 한 달 안에 사망하고 만 것.

비슷한 사건은 전에도 있었다. 국내 최고 호흡기 내과가 있는 서울 대형종합병원에서 2006년에 폐가 굳어지며 사망에 이르는 일들이 연이어 있었던 것. 영유아들이 속절없이 숨져갔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이런 일이 사라졌고 다음 해 봄이 되자 또 다시 같은 증상으로 숨지는 일들이 발생했다. 그다음 해 봄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대형종합병원들이 한데 모여 논의했고 질병관리본부에 역학 조사를 건의했으나 환자가 80여 명 밖에 없다는 이유로 역학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사건이 심해지자 조사가 진행됐고 호흡기 질환, 봄, 산모, 영유아 등 4가지 사안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황사, 담배 등이 의심을 샀지만 실내에 주로 있는 산모와 영유아에는 맞지 않았던 것. 결국 피해자들이 가습기를 사용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고, 이들이 가습기 청결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청결을 위해 가습기 청결제를 사용했다는 것도 확인됐다.

정확한 인과 관계 파악을 위해 정밀 검사가 진행됐고 가습기 청결제가 폐의 섬유화의 원인이라는 게 밝혀졌다. 당장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무려 143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사망자의 56%가 영유아였다.

사건 발생 4년이 지났지만 가습기 살균제 제조 및 판매 업체들의 사과나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사법처리된 책임자는 없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시판됐고 2011년까지 무려 900만명이 이를 사용했으며 직접 피해자로 확인된 이들만 500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143명이 사망했지만 사망자 외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고통받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아이들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가습기 살균제는 가습기를 살균하는 제품이 됐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사람을 살균하는 제품이 돼버렸다"고 밝혔다. 살균제 입자 자체가 나노 입자보다 작은 초미세입자여서 폐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크게 나타났다고 전문가는 증언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가장 많이 판매한 O사는 그간 어떠한 피해 보상도 하지 않았는데,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이유. 정부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밝힌 것도 소용없었다. O사외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나머지 13개사들은 O사만 지켜보고 별다른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같은 가습기 살균제가 정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는 것. 기슬표준원은 공산품이 아니라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산품이라며 서로 관리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수사 착수도 올해에 들어서야 이뤄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왜 이제야 수사가 착수됐는지 검찰에 답변을 요청했으나 끝내 답을 듣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12월 31일까지만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피해구제실(02-380-0575)을 통해 피해 접수를 받겠다고 밝혔다. 11월 20일 현재 추가 피해자는 111명, 추가 사망자는 20명이 넘는 상황이다.

이날 진행자 김상중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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