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1박2일' 박수칠 때 떠나는 김주혁, 고생했다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15.11.27 15:21 / 조회 : 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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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 /사진=스타뉴스


"팀플레이가 어떠냐에 따라 승리가 결정된다. 아무리 세계적인 스타들로 구성된 팀이라도 팀워크가 짜이지 않으면 단 한 푼의 가치도 없다."

미국의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비 루스가 남긴 말이다. 아무리 훌륭하고 유능한 선수라도 팀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기량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단 얘기다. 이건 운동에서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어찌보면 인생살이 전반이 다 그렇다. 그리고,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방송은 작업실에서 혼자하는 일이 아니라, PD, 작가간의 협업이기 때문에 제작진이 서로 얼마나 잘 맞느냐에 따라서도 프로그램의 질이 달라진다. 더 나아가 출연진과 제작진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며, 출연진들끼리의 팀워크 또한 중요하다. 이것 역시 일종의 궁합이라 할 수 있겠다. 출연자들끼리 최상의 궁합을 보여준 팀을 꼽으라면 열 손가락으로 부족할 만큼 많겠지만, 가장 인상적인 팀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KBS 2TV '1박2일 시즌3'를 말할 수 있다.

김주혁,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 김종민, 정준영. 이들로 이루어진 '1박2일 시즌3'를 두고 그 누구도 성공(?)하리라 장담하지 못 했다. 아니 오히려 불안하다는 생각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소위 말해, 예능인, 더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쥐락펴락할만한 진행자가 없었으니까. 그 동안 '1박2일'은 강호동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강호동이 빠진 이후부턴 '1박2일'은 그다지 힘을 쓰지 못했다. 이수근이 강호동의 바통을 이어받아 진행을 하긴 했지만, 맏형님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얼마 후엔 이수근까지 하차하면서, 진행을 할 수 있는 멤버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시즌3 멤버를 보니, 어라? 대놓고 진행자를 빼버린 건가 싶을 정도로 서로 따로 놀 것 같은 멤버들만 모아놓은 게 아닌가. 특히, 김주혁. 늘 멋진 남자 주인공을 맡아하던 그가 예능을 한다니.

그런데, 베이브 루스의 말은 옳았다. 팀플레이가 어떠냐에 따라 승리냐, 패배냐 결정된다는 그의 말. 그것은 '1박2일 시즌3'팀에 딱 맞아떨어졌다. 여기엔 프로그램 진행에 욕심을 내는 진행자도 없었다. 누구 하나 자기가 더 웃겨보겠다고 나내는(?) 출연자도 없었다. 이들이 보여주는 그림은 원래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이 어리바리한 여섯 남자를 컨트롤하는 건 오롯이 제작진의 몫이었다. 진행자도 제작진이었다. 이들에게 늘 미션을 던져주면, 이들은 그냥 착한 학생(?)처럼 그 미션을 수행할 뿐이었다.

여기서 빛을 발한 게 바로 맏형 김주혁이었다. 포커페이스처럼 늘 비슷한 표정을 유지하는 시크한 남자, 망가지는 걸 굉장히 싫어할 것 같은 깔끔한 남자. 이런 이미지를 가진 그가 첫회부터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건 작정하고 웃기리라, 망가지리라 한 게 아니라 그냥 그의 본 모습 그대로였다. 꾸미지 말고 원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라는 제작진의 요구에 그저 충실히 따른 결과였다. 배우들 중에 간혹 예능 욕심에 웃음 포인트를 미리 설정했을 때, 오히려 더 어색하고 손발이 오글거리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김주혁이 예능 욕심, 재미 욕심을 내서 달려들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예능 욕심을 버리고, 그냥 즐기는 걸 택했다. 그리고, 맏형이지만, 예능에서는 신인이라는 자세로 자신을 낮추고 동생들에게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멋진 남자 주인공에서 구탱이형으로 전락(?)했지만, 전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인간미 폴폴 풍기면서.

그랬던 구탱이 형이 빠진다. 이렇게 멋진 팀워크를 만들어 놓고 아쉽게도 말이다. 본업은 배우니까 어쩔 수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한다. 언제까지 구탱이 형만 할 수는 없을테니까. 박수칠 때 빠지는 거 쉬운 일이 아니다. 용기내어 결단한 것이리라. 그의 결정과 앞으로 행보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다만, 앞으로 남은 다섯 명의 동생들을 어찌 될 것인가. 그 부분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2년 동안 함께한 이들의 팀워크를 새로운 멤버가 들어와서 맞춘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베이비 루스의 말처럼, '1박2일'엔 슈퍼스타가 필요한 게 아니다. 나머지 다섯 명과 멋진 팀워크를 이룰 멤버가 절실하다. 소리없이 강했던 구탱이 형, 김주혁처럼 말이다.

'1박2일 시즌3' 김주혁의 빈자리, 잘만 채워지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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