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한국형' 홈런왕 박병호, 메이저리그에서 통할까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1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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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박병호. /사진=뉴스1







KBO 리그에서 2년 연속 50개 이상의 홈런으로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29)가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세계 최고의 경쟁 무대에 서게 된다. 메이저리그 팀들 가운데 그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한 팀이 포스팅 입찰에서 1285만 달러(한화 약 147억원)를 써낸 아메리칸리그 중부 지구 팀, 미네소타 트윈스였다.


2013년 37개의 홈런을 기록한 박병호는 2014년 52홈런을 기록하며 '50홈런 타자'로 도약했다. 그리고 올 시즌에도 140경기에서 53홈런(181안타)을 터트리며 146타점을 올렸다. 타율도 0.343으로 2013년 0.318, 지난해 0.303보다 더 높았다. 기록상으로 분석하면 그는 파워와 정교함을 겸비한 타자이다. 메이저리그가 주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박병호는 '한국형' 홈런왕이다. 과연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서 몇 개의 홈런을 쳐낼 수 있을까?

지난 2003년 한국프로야구에서 56개의 홈런을 날려 당시 아시아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던 이승엽은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다. 그 해 11월 LA 다저스를 방문해 로버트 데일리 회장, 봅 그라지아노 사장, 댄 에반스 단장을 만나기까지 했는데 결국 무산돼 일본프로야구로 방향을 틀었다. 2003시즌 이승엽은 타율 0.301, 그리고 144타점을 기록했다. 박병호의 올 시즌 성적과 비슷하다. 그런데 2003년 이승엽보다 박병호는 깜짝 놀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승엽이 2003년 새롭게 작성한 56개의 아시아 선수 홈런 기록은 일본의 '살아 있는 전설' 오 사다하루(왕정치, 75) 현 스포트뱅크 호크스 회장의 55홈런을 넘어선 것이었다. 만약 오 사다하루 회장이 전성기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면 몇 개의 홈런을 쳤을까?

22년간 868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일본프로야구의 상징적인 홈런왕 오 사다하루 회장은 감독 시절이었던 2008년 미국의 유력 신문인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주목할 만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기회가 있었다면 한 시즌에 몇 개의 홈런을 칠 수 있었을까?'를 늘 생각해봤다며 아마 30개에 가까운 수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글쓴이는 그의 인터뷰를 접하고 메이저리그의 전 홈런왕 행크 애런의 755호를 넘어섰고, 스테로이드 홈런 신기록 보유자인 배리 본즈의 762개보다 무려 100개 이상을 더 친 오 사다하루 회장의 기록을 생각하며 그의 추측이 겸손하게 들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단한 자신감으로도 여겨졌다. 당시 위암 수술을 받은 지 겨우 20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은 여전했다. 오 사다하루 회장은 30홈런에 전제를 달았다. 자신은 파워가 아니라 테크닉으로 친다는 것이다.

오 사다하루 회장은 "일본 야구는 파워 자체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못 보여준 것이 아니라 아직 부족하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게임의 홈런 더비를 볼 때면 마치 골프에서 티샷을 하는 것처럼 장외로까지 홈런을 날려 보내는 파워에 놀란다. 일본 타자들은 그럴 파워를 가지고 있지 않다. 식생활 습관에서 차이가 있는데 현재는 일본도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선수 생활을 할 때보다 일본 프로야구의 수준과 경쟁력이 높아졌으나 '파워'에서는 실망스럽게도 메이저리그에 가까이 가지 못했다며 뉴욕 양키스의 마쓰이 히데키를 예로 들었다.

투수 노모가 1995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이후 일본 타자들도 많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일본에서 한 시즌 30개 이상의 홈런을 친 선수들도 있었으나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한 시즌에 18개 이상의 홈런을 친 타자는 양키스의 마쓰이 히데키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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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 /AFPBBNews=뉴스1





마쓰이 역시 기대 이하였음을 인정했다. 일본에서 7시즌 연속 34개 이상의 홈런에 2002년 50개를 날린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04년의 31개였다. 뉴욕 양키스 첫해인 2003년에는 16개에 그쳤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마지막 해였던 바로 전 시즌, 2002년 50개와 큰 차이가 난다.

마쓰이는 현재 뉴욕 양키스의 자문역을 맡고 있다. 뉴욕 양키스가 지구가 달라도 박병호가 가게 되는 미네소타와 같이 지명타자(DH)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인 점을 고려하면 박병호의 예상 홈런 수가 마쓰이와 비슷할 수 있다.

오 사다하루 회장은 감독 시절 자신의 팀이 1999년과 2003년 일본시리즈 챔피언을 차지했을 때의 핵심 멤버였던 이구치 다다히토가 2004 시즌 후 시카고 화이트삭스, 그리고 포수 조지마 겐지가 이듬해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일본야구와의 차이를 더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구치와 조지마의 파워와 테크닉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노모 덕분에 일본의 중고생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겠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 내가 현역 선수 생활을 할 때는 메이저리그와의 친선전이나 올스타 시범 경기가 열렸다. 그러나 선수들이 직접 메이저리그에서 경쟁을 펼쳐보는 것이 일본 야구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라며 "현재는 일본 야구가 열세인 것이 사실이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이 늘어나면서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야구의 상징적인 인물인 오 사다하루 감독의 생각을 접하면서 한국프로야구의 현주소가 궁금해졌다. 한국프로야구에 파워가 존재하는가?

'한국형 홈런왕' 박병호가 그 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호는 프리미어 12에서 대단한 파워와 잠재력을 과시했다. 일본은 타자보다는 투수 오타니가 메이저리그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파워 피칭을 선보였다. 안타깝게도 한국 투수들 가운데 오타니 급 '파워 피처'는 현재 없다.

글쓴이의 판단으로는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가 될 2016 시즌, 적어도 초반에는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파워 히터인가, 아니면 테크니션인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급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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