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의 저주? 결국 콘텐츠 전략이 성패 갈랐다

[기자수첩]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5.11.2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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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예능인들에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저주의 프로그램이었을까.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이 인기 개그맨 박명수에 이어 정준하까지 출연했지만 큰 소득을 얻지 못한 채 녹화를 마쳤다. 앞서 박명수는 지난 10월 '마리텔'에서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들고 도전장을 냈지만 웃음 사망꾼이라는 단어만 얻은 채 씁쓸히 퇴장했다.


지난 22일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정준하 역시 먹방과 더빙 등을 갖고 3시간을 채웠지만 아쉬움 속에 큰 반향을 이어가진 못했다.

박명수와 정준하가 '마리텔'에서 좋은 결과물을 얻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마리텔'과' '무한도전'의 악연도 개그로 승화시키는 등 여러모로 회자 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박명수와 정준하가 '마리텔'에서 아쉬움을 남긴 이유는 다름 아닌 콘텐츠 전략에 있었다. 박명수는 사실 EDM을 준비하고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이어갈 것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어처구니없는 개그와 애드리브만 난무했다. 짧게 짧게 치고 나가며 실시간으로 채팅 창을 봤지만 반응은 너무나도 싸늘했다. 직접 들고 나온 장비를 가지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노래를 이어갔지만 "소음과 다름 없다"는 반응을 보며 박명수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준하 역시 박명수의 그늘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나름 주 종목이라고 하고 들고 나온 더빙과 먹방이 간간이 좋은 반응을 보였지만 오래가지는 못한 분위기였다. 오히려 정준하가 음식을 먹으며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아 "소통 좀 하라"는 반응이 나오자 "먹으면서 어떻게 말을 합니까?"라고 되묻는 모습 자체가 피식하는 웃음을 전한 정도였다. 콘텐츠는 다양했지만 이들의 시너지는 강하지 않았다.

정준하는 지난 23일 스타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녹화를 마친 소감을 전하며 "녹화 시간이 생각보다 짧게 느껴졌다. 준비했던 콘텐츠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간 '마리텔'에 나온 출연자 중 좋은 성적을 주지 못한 사례를 되짚어본다면 임팩트가 강하지 않은 콘텐츠로 나선 방송인의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지난 4월 파일럿 프로그램 당시 영어 콘텐츠를 앞세웠던 김영철의 경우 지루하다는 평가 속에 5위를 기록했고, 지난 5월 출연했던 방송인 홍진경의 경우 '홍프라 윈프리'라는 이름으로 색다른 토크쇼를 표방했지만 역시 최하위에 머물렀다. 레이디제인, 홍석천 역시 대체적으로 순위가 낮았다.

물론 이를 결과적인 수치로만 판단할 수는 없겠으나 아무리 예능계에서 인기 있는 스타 방송인이라 할지라도 3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온라인을 통해 네티즌의 관심을 끌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예능이라는 틀 안에 최적화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인기를 모았지만, 직접 제작까지 준비하도록 판을 깔아줬을 때 출연자들이 겪었을 고충은 여간 작지 않았을 법하다.

'마리텔'에서 압도적인 시청률로 1위를 했던 백종원, 이은결, 이말년 등은 명확한 콘텐츠를 자신만의 임팩트 있는 매력 발산으로 집중도를 높였다. 자신이 가져온 콘텐츠들을 무리 없이 진행하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반응들을 체크하며 이를 방송에 반영하는 흐름이 어우러질 경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명수와 정준하의 '마리텔'에서의 다소 아쉬운 반응 역시 이 부분과 무관하진 않아보인다. 결국은 콘텐츠의 전략에서 성공하지 못한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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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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